
아이 셋을 낳고 나서부터 가끔씩 냉장고 문을 열고 "내가 뭘 꺼내려 했더라?" 하며 멍하니 서 있을 때가 있어요.
그리고 웃긴건 핸드폰을 찾아들고서는.... 내가 무슨 앱을 쓰려고 했더라 멍하게 생각할때 입니다. 금붕어 기억력도 아니고 전화기 찾아서 잠금해제 풀고있는 사이에 뭘 하려했는지 기억이 안나는 거예요.
처음엔 그냥 피곤해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요즘은 이런 일이 조금씩 잦아지니까 솔직히 무섭습니다. 설마 나도 치매 초기인가? 하는 생각이 스치기도 합니다.
특히 뉴스에서 젊은 사람들에게도 조기 치매가 생긴다는 얘기를 보면 마음이 덜컥 내려앉아요.
그런데 병원에 상담을 갔더니 의사 선생님이 그러시더군요. "그건 건망증이에요. 치매랑은 다릅니다."
그 말 한마디에 안심이 되면서도 차이를 알고 싶어졌습니다. 건망증은 뇌의 기억력이 일시적으로 흐트러진 상태예요. 쉽게 말해, '기억은 남아 있는데 꺼내는 속도가 느린 것'이라고 하더군요.
예를 들어 친구 이름이 생각이 안 나다가도 잠시 후에 '아 맞다, 수진이!' 하고 떠오르는 건 건망증입니다. 기억 창고에 정보는 그대로 있지만 열쇠를 잠깐 못 찾은 거죠. 반면 치매는 '기억 자체가 사라지는' 병이에요. 이름을 듣고도 모른다거나, 냉장고를 열고 뭘 해야 하는지조차 전혀 떠오르지 않는 게 치매의 시작입니다.
건망증은 실수를 자각하지만 치매는 본인이 잊었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입니다.
의사 말로는 40대 이후 여성에게 이런 기억의 혼란이 흔하다고 합니다.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면서 호르몬 변화가 커지고, 수면 부족과 스트레스가 쌓이기 때문이래요.
실제로 저는 셋째를 낳고 제대로 잠을 못 잤어요. 아이 셋 챙기다 보니 쉴 틈이 없습니다. 뇌도 결국 근육처럼 피로해지면 기능이 떨어지는 거죠.
그래서 저는 요즘 조금 다르게 살려고 합니다. 기억이 자주 끊길 때마다 억지로 떠올리려 하지 않고, 일단 잠깐 멈춥니다.
그리고 메모를 생활화했어요. 냉장고에 포스트잇을 붙이고, 휴대폰 일정표를 매일 아침 확인합니다.
식단도 바꿨어요. 견과류, 블루베리, 달걀, 연어 같은 뇌에 좋은 음식을 자주 먹으니 확실히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 듭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자기 자신을 돌보는 시간이더군요.하루 30분이라도 운동겸 산책을 하거나, 녹차 한 잔 들고 조용히 앉아 있는 시간이 뇌를 쉬게 해줍니다.
요즘은 TV에서 '젊은 치매'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예전처럼 겁먹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경우는 치매가 아니라 피로와 스트레스가 만든 일시적 건망증이니까요.
물론 방심은 금물이에요. 반복적인 방향 감각 상실, 날짜 혼동, 물건을 두고도 '이게 뭐지?' 하는 낯섦이 느껴지면 병원에 가야 합니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잠시 머리를 비워주고 몸을 쉬게 하는 게 제일 좋은 약입니다.
아이 셋을 키우다 보니까 나도 사람이고, 잠시 멈춰도 괜찮다는 걸 이제야 조금 알게 됐습니다. 기억이란 건 완벽히 잡아두는 게 아니라 잠시 흘려보내면서 다시 돌아오게 하는 거라는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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