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블랜드(Cleveland)에서 살다보면 겨울이면 바람과 눈, 그리고 여름이면 호숫가의 낭만이 함께하는 삶과 가까워지게 됩니다. 오하이오 북부 이리호 남쪽 도시이다 보니까 사계절이 분명하고 겨울의 존재감이 강합니다.

겨울이 시작되면 눈이 자주 내리고 바람이 매섭게 불어서 12월부터 3월까지는 마치 냉동고 속에 사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이리호에서 불어오는 찬 공기와 습기가 만나 만들어지는 '레이크 이펙트 스노우(lake-effect snow)' 현상 덕분에 폭설이 잦고, 하루 사이에 눈이 허리까지 쌓이는 일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겨울이면 스노우부츠를 신고 아이들과 눈사람을 만들고, 호숫가 근처 공원에서 눈 덮인 풍경을 즐기며 산책하는 모습이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어 있습니다.

클리블랜드는 '호숫가 도시'라는 별명답게 이리호가 주는 풍경의 아름다움이 압도적입니다. 여름에는 호수에서 보트를 타거나,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고, 가을에는 물드는 단풍과 함께 붉게 물드는 호수 노을이 도시 전체를 감싸듯 빛납니다.

대표적인 휴식 공간인 'Edgewater Park'와 'Lakewood Park'는 주민들이 주말마다 찾는 명소로, 도시 한가운데에서도 물과 바람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주거비는 미국 대도시들에 비해 매우 합리적인 편입니다. 중간 주택가격이 전국 평균보다 낮고, 렌트비도 저렴해 생활비 부담이 덜합니다. 이런 점 때문에 최근 몇 년 사이에 젊은 직장인들과 예술가, 스타트업 종사자들이 이곳으로 옮겨오고 있습니다. 특히 'Ohio City', 'Tremont', 'Detroit-Shoreway' 같은 동네는 트렌디한 카페와 브루어리, 예술 공간이 생기면서 활기를 되찾고 있습니다.

그러나 클리블랜드는 1980년대 제조업이 급격히 쇠퇴하면서 인구가 줄고 빈집이 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일부 구역의 범죄율이 높아졌고, 지금도 도심 외곽 일부 지역은 밤에 혼자 다니기엔 다소 위험합니다. 다만 시 당국이 재개발과 치안 강화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어서, 전체적으로는 점점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기는 합니다.

클리블랜드의 인종 구성을 보면 흑인 인구가 약 47%, 백인 인구가 39% 정도이며, 아시안 인구는 약 2% 내외로 비교적 적은 편입니다. 하지만 이 중 한국계 인구는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2024년 기준으로 클리블랜드와 그 광역권인 쿠야호가 카운티(Cuyahoga County)를 포함하면 약 2,000명에서 2,500명 정도의 한인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1970년대 이후 의료, 교육, 연구직으로 이주한 1세대가 많고, 최근에는 클리블랜드 클리닉(Cleveland Clinic)이나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학교(Case Western Reserve University) 같은 명문 기관에서 일하는 젊은 한인 전문직들이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특히 클리블랜드 클리닉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병원이라 의료 분야 종사자들에게는 선망의 직장중 하나라고 합니다.

이곳에는 한국 의사, 간호사, 연구원들도 꽤 많습니다. 클리블랜드 한인회가 중심이 되어 독립기념일 행사나 설날 축제 등을 열고 있으며, 한인교회와 한글학교도 여러 곳 운영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클리블랜드 한인연합감리교회와 한인장로교회가 중심이 되어 커뮤니티를 꾸리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클리블랜드는 살기에 조용하고 비용 부담이 적은 도시입니다. 다만 겨울이 길고 눈이 많아 운전이 서툰 사람에게는 쉽지 않을 수 있고, 일조량이 적은 계절에는 약간의 우울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주민들이 겨울에는 실내 운동이나 오케스트라, 미술관 관람 등 문화 활동으로 균형을 맞춥니다.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는 미국 5대 교향악단 중 하나로 손꼽히며, 'Playhouse Square'는 뉴욕 다음으로 큰 공연 예술 지구입니다. 이렇게 보면 클리블랜드는 혹독한 겨울 속에서도 따뜻한 인간미와 문화적 깊이를 품은 도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