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다 보면 예상치 못한 순간에 마음이 무너져내리는 경험도 찾아오곤 해요. 특히 가족을 잃는 순간은 똑같이 깊고 날카롭죠. 뇌출혈로 갑자기 돌아가신 어머니 장례를 치른 다음 날, 정신이 멍한 상태에서 은행 ATM 앞에 섰던 그 순간을 떠올리면 지금도 가슴이 조여오는 느낌이 들어요.
이틀정도 잠도 거의 못자고 장례 치르며 탈진했고, 다음 날 급하게 현금이 필요해서 ATM으로 걸어갔는데, "PIN을 입력하세요"라는 문구보고 생각이 안나서 텅 빈 방에 혼자 떨어진 것처럼 머릿속이 하얘졌어요. 몇년동안 눌렀던 여섯 자리 번호인데, 갑자기 첫숫자만 생각나고 뒷 번호가 떠오르지 않는 거예요.
생일이나 소셜번호 조합이 아니고 은행에서 준 PIN을 조금 어려워도 그냥 쓰고 있었는데 결국 갑자기 기억이 안나는 순간이 온거였죠.
처음에 8로 시작하는 '6자리'라는 생각만 맴돌고 손가락은 공중에서 이리저리 눌러대며 허둥대고, 숫자 조합을 떠올리려고 해도 이상하게 벽처럼 가로막혀서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어요.
순간 심장이 내려앉는 느낌이었고, 나도 모르게 머릿속에 "이 나이에 치매가 온 걸까?"라는 공포가 스치고 지나갔어요. 어머니를 잃은 충격 때문인지, 며칠째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마음이 긴장 상태로 버티고 있었던 탓인지, 그때의 나는 너무 예민하고 취약해져 있었어요.
뒷사람이 눈치를 주어서 양보하고 ATM 옆에서 몇 번을 다시 떠올리려 해봤지만 기억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고, 결국 은행에 전화했더니 보안 규정상 전화나 온라인으로는 리셋이 절대 안 되고 신분증을 들고 직접 지점에 방문해야 한다는 말만 들었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더 무력해졌고, "내가 왜 이런 간단한 것도 기억을 못 하지?" 하는 자책이 밀려왔어요. 그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유난히 길게 느껴졌고 몸도 마음도 축 처져 있었어요. 마치 내 안의 어떤 안전장치가 하나씩 빠져나가는 느낌이었죠.
그런데 막상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며칠 동안 진짜 사람이 견디기 힘들 만큼 정신적 압박과 슬픔 속에서 지냈다는 걸 그제야 인정하게 되더라고요. 장례라는 건 몸만 움직인다고 되는 게 아니라 마음의 에너지까지 탈탈 털어가는 일이라서, 아무리 강한 사람도 한순간 머리가 멈춰버릴 수 있구나 하는 걸 그때 처음 알았어요.
결국 이틀 동안 일부러 아무 일정도 잡지 않고 쉬었어요. 스마트폰도 잠깐 꺼두고, 조용히 산책도 하고, 따뜻한 차 마시면서 숨을 고르듯 시간을 보냈죠.
그렇게 이틀 정도 지나자 머리가 천천히 맑아지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정말 신기하게도, 어느 순간 문득 여섯 자리 숫자가 자연스럽게 떠올랐어요.
마치 그동안 깊은 안개 속에 갇혀 있던 숫자가 슬며시 걸어나오는 느낌이었어요. 그 숫자를 떠올리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어요. 치매가 아니었다는 안도감과 함께, 그동안 얼마나 긴장 속에서 버티고 있었는지를 깨닫게 해주는 순간이었죠.
이 경험을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됐어요. 사람 마음은 생각보다 훨씬 섬세하고, 큰 충격을 받으면 가장 익숙한 것조차 잠시 사라질 수 있다는 걸요. 그리고 충분히 쉬어주고 마음을 다독이면, 잃어버렸던 감각과 기억이 다시 제자리를 찾아온다는 것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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