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주교 신자들에게도 익숙하지 않은 이름일 수도 있는 카푸친 프란치스칸 수도회(Capuchin Franciscans)는 프란치스코회(Franciscan Order)에서 갈라져 나온 수도 분파 중 하나로, 청빈과 단순함을 가장 철저하게 지키는 공동체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름의 '카푸친(Capuchin)'은 수도사들이 입는 긴 갈색 수도복에 달린 커다란 모자 모양의 후드, 즉 '카푸초(capucho)'에서 유래했어요. 흔히 '카푸치노 커피'라는 이름도 이 수도복의 색깔과 연관이 있을 정도로 그들의 모습은 전 세계적으로 상징처럼 알려져 있습니다.
카푸친 수도회는 1520년대 이탈리아에서 시작됐습니다. 당시 기존 프란치스코회 일부 수도사들이 "우리가 너무 세속화됐다"며 초기 프란치스코 성인의 가르침으로 돌아가자는 개혁 운동을 일으켰습니다. 그들은 화려한 성당보다 초라한 수도원, 세련된 학문보다 가난한 이웃 곁을 택했습니다. 기도와 금식, 그리고 봉사로 하루를 채우며, 세상 속에서 '하느님과 가장 가까운 삶'을 살고자 했죠. 그래서 카푸친 수도사들은 도시보다는 산골, 외딴 마을, 그리고 병자와 가난한 사람들이 있는 곳을 찾아갑니다.
미국에서 카푸친 수도사들의 활동은 19세기 중반부터 본격화되었습니다. 유럽에서 온 이민자들을 중심으로 교회가 세워지던 시절, 카푸친 수도사들은 새로운 땅에서도 그들의 소명을 이어갔습니다. 그들은 화려한 미사나 조직보다, 거리의 노숙자나 병자들을 찾아다니며 돌보는 데 집중했어요.
지금도 디트로이트, 밀워키, 뉴욕, 덴버 같은 여러 도시에는 카푸친 프란치스칸 수도원과 쉼터, 무료 급식소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중 디트로이트의 '카푸친 수프 키친(Capuchin Soup Kitchen)'은 하루 수천 명이 식사를 해결하는 대표적인 자선기관이에요. 수도사들은 매일 새벽부터 빵을 굽고, 음식을 나누며, 그 속에서 '기도하는 노동'을 이어갑니다.
카푸친 수도사들의 하루는 단순하지만 규칙적입니다. 새벽 기도로 하루를 열고, 공동 식사 후에는 각자의 사명에 따라 움직입니다. 어떤 이는 농장에서 일하고, 어떤 이는 거리의 가난한 이들을 찾아갑니다. 수도사들끼리 대화는 짧고, 불필요한 말은 삼가며, 대부분의 시간을 침묵 속에서 보냅니다.
그들의 모토는 여전히 프란치스코 성인의 가르침 그대로예요. "우리는 세상 속에서 살지만 세상에 속하지 않는다."
그들의 생활은 소비가 미덕인 미국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아주 검소합니다. 개인 방에는 침대 하나, 책 한 권, 십자가 하나뿐인 경우가 많아요. 수도사들은 개인 소유물을 갖지 않고, 공동체가 필요한 것만 함께 나눕니다. 물건을 사야 할 일이 생기면 공동체 회의를 통해 결정하고, 사치나 편의를 위한 지출은 철저히 금지돼 있습니다.

심지어 수도복도 낡으면 직접 기워 입고, 신발도 오래 신는 걸 자랑스러워합니다.
이런 단순함은 가난을 미화하려는 게 아니라, "세상에 덜 얽매일수록 하느님께 더 가까워진다"는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에요.
제가 디트로이트 공항에서 우연히 만나본 수도사의 망토도 많이 헤진상태여서 내심 놀란적도 있습니다. 공항같은 공공장소에서 일종의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실제로 평소 입고있는 옷 그대로 입고 이동중이신게 보였으니까요.
카푸친 수도회는 봉사활동에서도 특이한 철학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은 도움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하는' 사람이라고 말하죠.
노숙자에게 음식을 주면서도 단순히 배고픔을 해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들과 눈을 맞추고 이름을 부르며 대화합니다. "그들도 하느님의 형상대로 만들어진 사람"이라는 신앙이 바탕에 있죠. 이런 태도 때문에 카푸친 수도사들은 거리의 성인, 사람들의 친구로 불리기도 합니다.
수도사들의 수는 예전보다 줄었지만 미국 각지에서 여전히 그들의 존재감은 깊습니다.
특히 디트로이트의 블레드 프란치스 신부는 카푸친 수도회의 상징 같은 인물이에요. 그는 평생 가난한 이들을 위해 살았고, 지금도 시복 절차가 진행 중입니다.
오늘날처럼 물질이 풍요롭지만 마음이 빈 시대에, 카푸친 수도사들의 삶은 많은 이들에게 잔잔한 울림을 줍니다.
카푸친 수도회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얼마나 단순하게 살고 있나요?
당신은 진짜 필요한 것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나요?"
세상은 점점 복잡해지고, 사람들은 서로의 마음보다 이익을 먼저 계산하지만, 이 수도사들은 여전히 500년 전 프란치스코 성인의 방식으로 살고 있습니다.
미국의 대도시 한복판에서도, 그들은 조용히 기도하며 빵을 굽고 가난한 이들의 손을 잡습니다.
그 단순한 삶이 오히려 세상 어느 것보다 강한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니콜키크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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