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 "타이레놀 먹어도 되나요?"

뉴스 보니까 갑자기 "임산부가 타이레놀 먹으면 자폐아 출산 위험이 높아진다"는 얘기가 나오더라구요. 아이고, 임신한 엄마들 마음이 철렁할 만하죠.

사실 타이레놀의 주성분이 아세트아미노펜인데, 이게 전 세계에서 제일 많이 쓰이는 해열·진통제예요. 열 날 때, 두통이나 몸살 심할 때 웬만하면 안전하다 해서 임산부 1순위로 권해지는 약이었거든요. 다른 약들은 위험성이 크다 보니 타이레놀이 상대적으로 믿을 만하다 했던 거죠.

근데 요즘 연구들이 하나둘 나오면서 "이거 진짜 완전히 안전한 걸까?" 하는 얘기가 나온 거예요. 몇몇 큰 연구들에서 임신 중에 장기간, 혹은 고용량으로 타이레놀을 먹은 경우, 아이가 자라면서 자폐나 ADHD 같은 증상이 조금 더 잘 나타난다는 보고가 있었거든요. 연구자들 말로는 이 약이 태아 뇌 발달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호르몬 작용이나 산화 스트레스 조절에 관여할 수 있다 뭐 이런 가설도 내놨죠.

그렇다고 너무 겁먹을 건 없어요. 이게 '상관관계'라는 거지, '인과관계'가 딱 밝혀진 건 아니거든요. 즉, 타이레놀을 먹었다고 무조건 자폐아가 태어난다는 게 절대 아니에요. 오히려 임신 중에 열이 심하게 나는 것 자체가 태아한테 더 안 좋을 수도 있고, 약을 먹게 만든 원래 질환이 문제일 수도 있다는 얘기예요. 아직 의학계에서도 결론을 못 내린 상태라 너무 단정적으로 받아들이면 안 됩니다.

그래서 WHO나 미국 FDA 같은 기관에서도 임신부한테 아세트아미노펜을 쓰지 말라는 금지는 안 해요. 대신 다 똑같이 말하는 게 있어요. "정말 필요할 때, 최소한의 용량만, 최소한의 기간만 써라." 두통이 도저히 안 참아지고, 고열이 계속돼서 산모랑 아기 모두 위험할 때는 차라리 타이레놀 쓰는 게 더 낫다는 거죠.

문제는 인터넷에 떠도는 과장된 글들이에요. 어떤 기사나 블로그는 마치 타이레놀이 자폐의 직접 원인인 것처럼 써놓는데, 이건 아직 과학적으로 너무 앞서간 말이에요. 그렇다고 "안전하니까 무조건 마음대로 먹어도 된다"는 것도 또 위험하구요.

제가 아는 산부인과 의사가 그러더라구요. "임신 중에 약은 다 독이라고 생각하는 게 맞다. 그렇지만 산모와 아기가 위험해지는 상황이면, 그땐 약을 쓰는 게 오히려 안전하다." 맞는 말이죠.

임신 중 타이레놀 복용이 자폐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는 있지만, 인과관계가 확정된 건 아니에요. 그렇다고 불필요하게 자주 먹을 이유는 없으니, 꼭 필요할 때만, 그것도 최소 용량으로 쓰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이에요.

결국 이건 "안전하다 vs 위험하다" 식으로 흑백으로 나눌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에요.

'안전하다'는 말에도 조건이 있고, '위험하다'는 말에도 과장이 있어요.

임신기간에는 신중하게, 균형 있게 선택하는 게 가장 안전한 답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