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케치미 이프 유 캔을 보면 1960년대 여객기 승무원들이 쫙 늘어서 걷는 장면이 나오죠.

유니폼은 완벽하게 다려져 있고 모자 각도까지 똑같이 맞춰져 있는것을 보면 마치 패션쇼 모델들처럼 보입니다.

단지 비행기에서 승객 서비스를 하는 직원이 아니라, 그 당시 항공사의 이미지 그 자체였다는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그래서 그때는 플라잇어텐던트가 '예뻐야 했다'라는 말이 생겼고, 외모 기준을 당당하게 채용 조건에 넣던 때가 있었던 겁니다.

이게 단순히 남성 승객들을 유혹하기 위한 '광고용 미끼' 라기 보다는 당시의 항공 산업 분위기 자체가 만들어낸 결과예요.

우선 비행이 대중화되기 전에는 비행기 티켓이 엄청 비쌌고, 지금의 비즈니스석처럼 상류층만 이용하곤 했습니다.

비행기 안은 '하늘 위의 호텔 바' 같은 곳이었고, 고객들이 기대한 서비스 수준 역시 매우 화려하고 호화로웠죠.

항공사는 이런 고급 이미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승무원들이 '사교 파티에 어울릴 비주얼'을 갖추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항공사가 광고에 사용하는 포스터도 승무원을 중심으로 꾸며졌고, '어떤 항공사를 타느냐에 따라 품격이 달라진다'는 메시지를 세련된 외모의 승무원들로 표현했던 겁니다.

또 하나의 이유는 당시의 사회 분위기예요. 1950~70년대는 직장의 여성에게 외모 기준을 요구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크게 문제 되지 않았던 시기였습니다.


여성 직군 자체가 많이 제한되어 있었고, 회사가 요구하는 분위기에 맞춰야 하는 게 직업 선택의 조건처럼 여겨졌습니다.

게다가 승무원은 '젊고 예쁜 여자'라는 인식이 유독 강했기 때문에 항공사들은 외모뿐 아니라 나이 제한까지 뒀습니다.

심지어 결혼하면 퇴사해야 하고, 체중이 조금만 늘어도 경고를 받는 경우도 있었죠. 지금 생각하면 굉장히 불합리하고 차별적인 기준이지만, 당시엔 '직업을 유지하려면 어쩔 수 없는 규칙'로 여겨질 만큼 사회가 여성에게 부당한 기준을 자연스럽게 강요하던 시대였던 겁니다.

결국 승무원에게 외모를 강조했던 이유는 사람들을 끌기 위한 마케팅 전략, 비행기의 고급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한 수단, 그리고 시대적 분위기 세 가지가 뒤섞여 있었기 때문이에요.

시간이 지나면서 항공 여행이 대중화되고, 서비스 중심 직업의 본질이 외모가 아니라 안전, 전문성, 경험, 언어 능력 등으로 이동하면서 이런 기준은 점차 사라지게 됩니다. 지금은 외모 대신 커뮤니케이션 능력, 응급 상황 대처 능력, 신체 조건 같은 실용적 기준이 앞에 서죠.

예전엔 단순히 웃고 서빙하는 모습만 보여주면 되었지만, 지금의 승무원들은 비상시 승객의 생명을 책임지는 '안전 전문직'이라는 인식으로 바뀐 거예요.

그래서 몇십 년 전 영화 속 장면은 지금 보면 화려하고 멋있어 보이면서도 동시에 뭔가 불편한 느낌도 함께 남게 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