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조나 사막지대를 지나가다 보면, 동네 한복판이든 집들 옆이든 눈에 띄는 구조물이 있다.

마치 거대한 깡통을 공중에 매달아 둔 것 같은, 다리를 가진 커다란 물탱크다. 처음 보는 사람들은 "이게 왜 여기 있지?"라고 의아해하고, 언뜻 보면 도시 분위기를 망치는 철제 조형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 물탱크는 사막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장치 그 자체다. 아리조나에서는 땅 아래 수도관만 믿고 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하늘 위에 물을 올려놓고 쓰는 방식이 지역 곳곳에서 흔하게 보인다.

사막은 일단 물이 귀하다. 강이나 호수가 가까이 있는 도시가 아니라면, 지하수를 퍼 올려 쓰는 것이 기본이다. 그런데 문제는 지하수는 양이 일정하지 않고, 펌프를 돌려 끌어 올리는 데 전기가 필요하다. 만약 펌프가 고장 나거나 정전이 나면? 아예 물을 공급할 수 없다.

그래서 아리조나의 많은 지역에서는 아예 물을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을 위에 만들어 놓는다. 땅 아래에 저장해도 되지만, 더운 기후 때문에 지하 저장소는 곰팡이, 온도 관리, 유지비 문제가 크다. 반면 공중에 올린 물탱크는 구조가 단순하고 유지 관리가 쉬우며, 필요할 때 중력만으로 물을 내려보낼 수 있다. 즉, 펌프 없이도 급수 가능한 '비상 생명줄'이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이유는 수압 문제다. 아리조나는 넓은 평지나 고도가 다양한 지역이 많다. 수도관만 깔아서 물을 공급하면 지역별 수압이 달라져 집마다 물이 잘 안 나오는 일이 생긴다. 높은 위치에 물탱크를 설치하면, 중력으로 인해 일정한 수압이 생겨 거리나 높낮이 차이가 있어도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아리조나 사막 타운에서 물탱크가 유독 눈에 띄는 이유는 또 있다. 건물이 낮기 때문이다. 고층 건물이 거의 없으니 높은 구조물이 튀어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실제로 물탱크는 주로 동네에서 가장 높은 구조물 중 하나다.

그러다 보니 물탱크에 도시 이름, 마스코트, 팀 로고 등을 그려 넣어 '동네 랜드마크'처럼 꾸미기도 한다. 예를 들어 작은 사막 마을에 들어갈 때, 물탱크에 적힌 마을 이름을 보고 "아, 여기 맞구나" 하고 느낄 수 있을 정도다. 애초에 생존을 위해 세웠던 탱크가 이제는 지역의 얼굴이 된 셈이다.

이 물탱크가 없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문제는 평소엔 없다가 '위기'에서 확 드러난다. 예를 들어 갑작스러운 폭염으로 물 사용량이 급증하면, 펌프 시스템만으로는 공급량을 감당하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물탱크가 있다면 모자라는 물을 저장된 양으로 메꿀 수 있다.

반대로 큰 폭우가 내려 정수 시설이 일시적으로 오염되면, 물탱크에 저장된 물 덕분에 물 끊기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위기 대응 시스템이자 물 공급 안정장치다. 사막에서 물 문제가 생기면 곧바로 생활이 마비되기 때문에 물탱크의 존재는 도시 생존과 직결된다.

아리조나 사막지대 집 옆의 물탱크는 그저 '보기 이상한 구조물'이 아니라 생존과 안정, 수압, 거주 편의를 지켜주는 필수 인프라다. 물탱크가 공중에 놓인 이유는 펌프 없이도 물을 공급하고, 온도 관리가 쉽고, 수압을 일정하게 유지하며, 위기에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사막 한가운데서도 도시가 돌아가고 사람들이 일상을 유지할 수 있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