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리조나에 도착하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산길 모퉁이에 당당하게 서 있는 거대한 선인장들이다.
마치 "내가 이 사막의 주인이다"라고 선언하듯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다. 선인장이라고 해서 다 똑같을 줄 알았는데, 막상 보고 있으면 종류도 많고 생김새도 각자 개성이 강해 진짜 사막 주민들처럼 느껴진다.
대표적인 선인장이 바로 사구아로(Saguaro) 선인장이다. 투손, 피닉스, 스코츠데일 같은 아리조나 남부 지역에서는 이 녀석을 어디서든 볼 수 있다. 높게는 10~15미터까지 자라는데, 시간이 빠른 것도 아니다. 팔 모양 가지가 하나 나오기까지 평균 50년. 가지가 여러 개 보인다면 그것은 100년을 넘기고도 사막에서 버틴 대선배라는 뜻이다.
즉, 눈앞의 그 선인장은 내 할아버지보다 오래 살았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아리조나 사람들이 사구아로를 대하는 태도에는 묘한 경외심이 있다. 단순한 식물이 아니라 "선인장 장수님"에 가깝다.
사구아로가 왜 이 사막에서 버틸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이유는 물 저장 능력이다. 비가 오면 꽉 흡수해 몸 안에 저장해 두고, 비가 없는 날이 이어지면 그 물을 천천히 소비한다. 외형이 둥글고 고무처럼 단단해 보이는 이유가 바로 물을 담기 위한 구조 때문이다. 가시는 단순히 돋보기 좋은 장식이 아니라, 강한 햇빛을 분산시키고 동물들이 먹지 못하게 하는 보호막 역할도 한다.

반면 차올라(Cholla) 선인장은 사구아로처럼 거대한 존재는 아니지만, '사막의 잔혹함'을 가장 잘 보여준다.
보기엔 예쁘장하게 보이는 녀석인데, 가까이 가면 가시가 옷과 피부에 그대로 박힌다. 심지어 살짝만 스쳐도 가시가 통째로 떨어져 붙는 구조라, 현지인들이 "점프하는 선인장"이라고 부를 정도다. 처음 보는 사람들은 멋있다고 만지려다가 큰일난다.
그리고 프릭클리 페어(Prickly Pear)는 좀 달라 보인다. 손바닥처럼 생긴 판 모양의 선인장인데, 열매가 열리고 색도 곱다. 실제로 열매를 따서 먹을 수도 있고, 차, 잼, 사탕으로도 만들어 팔린다. 아리조나 슈퍼마켓에서 '선인장 맛 음료'라고 팔고 있는 걸 보면 상당히 친근한 녀석이다.
이 선인장들이 공통으로 가진 생존 전략은 '움직이지 않고 적응한다'는 것이다. 사막은 물이 거의 없고, 온도 차가 심하고, 먹는 것도 많지 않다. 그럼 대부분의 동물처럼 이동해야 할 것 같은데, 선인장은 오히려 그 자리에 뿌리를 내린다.
대신 뿌리를 넓게 뻗어 적은 비라도 흡수하고, 몸속에 물을 저장하고, 가시로 몸을 지키며 살아남는 방식이다. 뛰어난 속도나 힘이 없어도 생존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존재다.
아리조나 사람들은 이 선인장을 단순한 식물로 보지 않는다. 보존 규정까지 따로 있을 정도다.
사구아로는 허락 없이 옮기거나 훼손하면 벌금이 크게 나오고, 이사를 하는 집주인이 자기 집 앞의 선인장을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면 허가가 필요하다. 말 그대로 '이웃 주민' 취급을 받는다.
아리조나에서 선인장은 그래서 더 의미 있는 존재다. 그냥 식물이 아니라, 사막이 가르쳐준 삶의 방식 그 자체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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