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손(Tucson)을 처음 가보면 '사막 속 중소도시' 정도로 생각하기 쉽다.

피닉스처럼 화려한 고층 건물도 적고 관광객들이 떠들썩하게 몰려드는 분위기도 아니다.

그런데 투손은 지금 특유의 속도로 성장 중인 꽤 흥미로운 도시다.  투손 경제의 가장 큰 특징은 '전자·항공·국방 산업 중심의 기술 도시'라는 점이다. 투손에는 미국 남서부에서 중요한 군사 시설인 데이비스–몬선 공군기지(Davis-Monthan AFB)가 있고, U.S. Army의 미사일 관련 시설도 있다.

여기에 레이시온(Raytheon) 같은 대형 방산기업이 자리 잡고 있어, 이 지역은 미사일, 항공, 군사 기술 관련 일자리와 투자 규모가 매우 크다. 즉, 투손은 관광보다 '첨단 국방 경제'가 도시를 먹여 살리는 구조다. 흔히 말하는 사막 도시의 이미지와 달리, 이곳은 높은 기술력과 전문 인력이 모여 있는 전략 산업 거점이라고 볼 수 있다.

두 번째 축은 대학 중심 도시라는 점이다. 애리조나 대학교(University of Arizona)는 투손 경제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 단순한 교육기관 역할을 넘어, 광학·우주과학·의학·생명공학 등 다양한 연구 산업을 키우는 엔진이 된다. 이 대학교 덕분에 투손은 젊은 인구가 유입되고, 고급 연구직과 스타트업 기회가 생긴다.

투손이 성장하는 또 하나의 배경은 '지나친 개발에 속도를 올리지 않는 전략'이다. 피닉스가 막대한 인구 유입과 개발 붐으로 몸집을 키우는 동안, 투손은 상대적으로 개발 속도를 낮추고 지역 산업 구조를 다지는 데 집중했다. 외지 투자에 휘둘리지 않고, 인프라를 천천히 확장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집값 상승 압력이나 치안 불안이 비교적 덜한 편이며, 지역 주민들이 체감하는 삶의 안정성이 높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투손 경제에도 약점은 있다. 첫째, 지나친 방산 산업 의존이다. 국방 예산이 줄거나 정책 변화가 있으면 지역 경제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둘째, 대기업이 많지 않고 민간 산업이 국방·대학을 중심으로 한 제한된 구조라는 점이다. 즉, 도시 경제가 다각화되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다. 셋째, 피닉스에 비해 투자 주목도가 떨어져 성장 속도가 느릴 수 있다. 이는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도시 경쟁력 측면에서는 리스크가 될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손은 느린 성장 속도만큼 안정성을 배워가며 성장하고 있다. 피닉스가 화려한 전진이라면, 투손은 조용한 누적 성장이다. 급등하는 도시가 아니라, 기반을 쌓아가는 도시라는 점에서 꽤 신뢰할 수 있는 장기 성장 모델이 된다.

내실 있는 국방 산업, 대학 기반 기술 인력, 안정적 인구 구조, 무리하지 않는 개발 정책. 투손의 경제는 사막 한가운데 굳건히 뿌리 내린 선인장 같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투손의 경제는 '소리 없이 강한 도시'의 사례다. 겉으로 도시가 크게 번쩍이지 않지만, 핵심 기술과 연구를 장악한 곳이 오히려 미래에 더 오래 살아남을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