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손을 돌아다니다 보면 자꾸 눈에 띄는 새가 하나 있어요.
바로 가시 돋친 선인장 위에 떡 하니 앉아서 동네를 내려다보고 있는 작은 새, Cactus Wren(캑터스 렌)입니다.
아리조나 주 대표 새라고 그런지 진짜 여기저기서 보입니다.
사구아로(saguaro)든, 차올라(cholla)든, 프릭클리 페어(prickly pear, 손바닥처럼 생긴 선인장)든 가리지 않고 선인장 맨 위 가시 많은 곳 꼭대기에 올라가 앉아 있는 걸 보면 "저 자리는 너만 앉을 수 있겠다..." 싶죠.
사람이 보기엔 아찔한 자리인데, 이 새 입장에서는 세상 최고의 전망 좋은 VIP석입니다. 왜 하필 그렇게 가시 많은 선인장 위에 앉을까요?
첫째, 안전합니다. 포식자인 뱀이나 코요테, 고양이류 동물이 쉽게 올라올 수가 없어요. 가시 숲을 뚫고 새끼 있는 둥지까지 도달하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죠.
둘째, 시야가 좋습니다. 사막은 숨을 데가 별로 없고, 넓게 트여 있잖아요. 높은 선인장 위에 앉으면 주변 360도를 한눈에 볼 수 있어요. 누가 다가오는지, 먹잇감이 어디 움직이는지, 다른 새가 영역에 들어왔는지 다 보입니다. 말 그대로 "선인장 감시탑"입니다.
Cactus Wren은 이름만 들으면 뭔가 자그마한 숲속 새 같지만, 실제로 보면 꽤 덩치가 있는 편이에요. 몸에 갈색·흰색 반점이 촘촘히 박혀 있고, 눈 뒤로 진한 선이 쭉 들어가 있어서 표정이 좀 또렷해 보이는 타입입니다.
노래도 은근 시끄럽고, 성격도 만만치 않아요. 자기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선인장 주변에 다른 새가 오면, 그냥 두지 않고 "꺼져!" 하는 듯한 소리로 계속 울어댑니다.
작은 몸에 자존심은 사막 왕 수준이에요. 먹고사는 방식도 완전 '사막형'입니다. 곤충, 거미, 작은 벌레, 씨앗, 가끔은 선인장 열매까지 뭐든지 잘 주워 먹어요. 물도 따로 찾기보다는 먹이에서 수분을 얻는 편이라, 물 한 방울도 아쉬운 투손 여름에도 꿋꿋하게 버팁니다.
어떤 날은 사람들이 떨어뜨린 과자 부스러기까지 슬쩍 주워 먹는 모습도 보이는데, 보면 볼수록 "이 동네 진짜 터줏대감이구나" 싶죠.
둥지를 짓는 방식이 특히 재밌습니다. Cactus Wren은 선인장, 특히 가시 빽빽한 차올라나 사aguaro 옆 가지 깊숙한 곳에 둥지를 틉니다. 겉에서 보면 그냥 가시덩어리인데, 가까이 보면 그 안에 타원형으로 짜여진 풀·잔가지 둥지가 숨어 있어요. 입구는 좁고, 안은 상대적으로 넓어서 애들 키우기 딱 좋은 구조입니다. 가시가 자연 방범 시스템 역할을 해주니까, 굳이 벽을 두껍게 쌓을 필요도 없고요. 위험한 곳 같지만, 이 새한테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육아방인 셈입니다.
또 하나, 이 녀석은 사람을 그렇게까지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투손 주택가나 공원, 하이킹 코스, 쇼핑몰 주차장 근처에서도 선인장만 있으면 슬쩍 나타납니다. 사람이 지나가면 어느 정도 거리는 두지만, 완전 도망가진 않아요. "네가 여기 온 건 알겠는데, 여긴 원래 내가 먼저 살던 곳이야" 이런 태도랄까.
그래서인지 현지 사람들에겐 거의 동네 마스코트 같은 존재입니다. 산책하다가 선인장 위를 습관적으로 올려다보는 습관이 생길 정도예요.
다른 새들이 피하는 가시투성이 선인장을 집으로 만들고, 물 없는 땅에서 벌레를 찾아 먹고, 위험한 사막을 자신의 레이더망 안에 넣어버린 셈입니다. 그래서 투손에서 선인장 위에 앉아 있는 Cactus Wren을 보게 되면, 그냥 "귀엽다" 하고 지나치기 아까워요.
가끔은 사람 사는 것도 이 새랑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조건 좋은 데만 찾다가 정작 내가 있는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걸 놓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사막의 진짜 주인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거대한 사구아로 선인장들보다 이 새를 먼저 떠올리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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