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토랜스에서 살다가 텍사스 휴스턴으로 이사온 후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묻는다.
"야, 텍사스는 개스비도 싸고 진짜 물가 싸다며? 부럽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음... 반은 맞고, 반은 틀려."
물론, 확실히 싸진다.
특히 마켓에서 장 볼 때 체감이 확 온다. 여기 휴스턴에 있는 H마트나 여기토종인 H.E.B.를 가보면 고기, 과일, 생필품 가격이 캘리포니아보다는 확실히 낮다. 마켓볼때 한 바구니 가득 담고 나와도, 계산대 앞에서 심장이 덜 두근거린다. 캘리포니아에선 절반만 담아도 "내가 뭘 샀길래 200불이 넘지?" 싶었거든.
이유는 단순하다.
텍사스는 세금이 낮고, 규제가 덜하고, 땅이 넓다.
사업 운영비 자체가 낮으니까 마진을 덜 붙여도 수지 타산이 맞는다.
마켓이든 음식점이든, 인건비와 임대료 부담이 비교적 적으니 가격이 전체적으로 착해진다.
게다가 텍사스는 굳이 "행복한 닭이 낳은 계란", "오가닉 브로콜리" 같은 감성 마케팅에 열광하지 않는다.
물건은 물건이고, 먹는 건 먹는 거다. 실속이 먼저다.
하지만, 모든 게 싼 건 아니다.
요즘 텍사스 사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이 말 자주 나온다.
"여기도 옛날같지 않아."
대표적으로 집값. 특히 휴스턴, 오스틴, 댈러스 같은 도시권은 집값이 말도 안 되게 올랐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텍사스는 집 사기 쉬운 주"였지만, 지금은 "그래도 캘리보단 싸잖아?" 하는 위안 정도다.
오스틴은 이미 웬만한 캘리포니아 도시랑 비슷한 수준이 됐고, 휴스턴도 인기 지역은 하루가 다르게 올라간다.
부동산 관련된 건 솔직히 요즘은 싸다고 말하긴 민망한 수준이다.
또 하나, 자동차 보험, 생각보다 비싸다.
이건 진짜 의외였는데, 알고 보니 사고율도 높고 무보험 운전자도 많아서 그렇다고.
그 외에도 집 보험, 건강 보험도 캘리포니아보다 저렴하다고 단정 짓긴 어렵다.
오히려 보험 관련해서는 "싸고 좋은 건 없다"는 걸 텍사스에서 새삼 깨닫게 된다.
게다가 여름철 에어컨 전기요금, 장난 아니다.
여름 한복판인 7~8월, 휴스턴에서 에어컨을 안 켜고는 살 수 없다.
하루 종일 땀이 줄줄 흐르는데, 전기요금 고지서도 함께 높게나온다.
옆집 누구는 한 달 전기세가 350불 나왔다고 울상이더라.
전기값이 싼 지역이어도 여름에 사용량이 장난이 아니니 결국 합쳐지면 비슷하다는 얘기다.
그리고 뭐니 뭐니 해도, 텍사스도 인플레이션을 피하진 못한다.
전국적으로 물가가 오르고 있는데 텍사스라고 무풍지대일 수는 없다.
식당에서 외식하면 예전보다 확실히 비싸졌고, 아이들 학용품, 가전제품 같은 건 딱히 싸다는 느낌도 없다.
한국 마켓도 예외는 아니라서, 수입 식재료는 오히려 더 비싸게 느껴질 때도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렇다. "기본적인 생활비는 확실히 저렴한 편이다.
하지만 그 외엔 꼭 그렇지만도 않다."
장 보고, 쌀 사고, 고기 사는 데는 부담이 덜하다.
하지만 집 사고, 보험 들고, 여름에 에어컨 돌리는 순간, 텍사스도 절대 마냥 싼 주는 아니다.
게다가 도시마다 차이가 심해서, 같은 텍사스라도 어느 동네에 사느냐에 따라 체감 물가가 다르다.
그래도 캘리포니아에 비하면... 아직은 좀 더 여유롭다.
장바구니 들고 마켓 나오면서 "이만하면 괜찮네"라고 말할 수 있는 여유, 그게 텍사스가 주는 실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