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살면서 꼭 사용하게 되어있는 수많은 IT 전자제품을 좋아하는 편이다.

전화기, 프린터, 카메라, 블루투스 스피커, 웹캠, 외장하드... 이런 것들을 하나 둘씩 사서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게 있다.

바로 USB 케이블들이다. 그런데 이게 좀 이상하다. 제품마다 꼭 다른 케이블을 써야 한다. 같은 USB라고 해도 모양도 다르고 성능도 다르고, 종류가 너무 많다. 그러다 보면 점점 짜증이 밀려온다. 왜 이렇게 USB는 많은 걸까, 왜 이렇게 복잡하게 만든 걸까.

처음엔 단순했다. 그냥 USB-A라고 불리는, 우리가 흔히 아는 직사각형 포트 하나만 알면 됐다. 컴퓨터에 마우스나 키보드를 꽂을 때 쓰던 그 USB. 그런데 그 다음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게 종류가 늘어났다. 휴대폰 충전 케이블은 Micro USB였다가, 어느 날부턴가 USB-C로 바뀌고, 카메라는 Mini USB를 쓰고, 프린터는 어딘가 각지고 납작한 USB-B 타입을 쓴다. 각 제품마다 다 다른 포트를 쓰고, 그걸 연결하려면 각각 맞는 케이블이 있어야 한다.

문제는 이 케이블들이 전부 다 생긴 게 비슷하다는 점이다. 어떤 건 겉으로 봐서는 USB-C인데, 막상 연결해 보면 충전만 되고 데이터 전송은 안 된다. 또 어떤 USB-C 케이블은 충전도 잘 되지만 고속 충전은 안 되고, 어떤 건 영상 출력까지 된다. 이름은 같아도 성능이 다 다르고, 외형도 똑같아서 겉만 보고는 알 수 없다. 그걸 구분하려면 포장지나 스펙을 일일이 따져봐야 하는데, 일상에서 그렇게까지 하기는 어렵다.

USB-C가 등장했을 때 기대를 많이 했다. 이제는 모든 기기가 하나의 포트로 통합되겠구나, 하는 기대였다. 노트북, 휴대폰, 외장하드, 모니터까지 다 USB-C 하나로 연결되고 충전도 되고, 영상 출력도 되고, 데이터 전송도 가능하다면 정말 편할 거라고 생각했다.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다. USB-C 케이블이라고 해도 가격대도 다르고 기능도 다 다르다. 어떤 건 5W 충전만 되고, 어떤 건 100W까지도 지원된다. 어떤 건 USB 2.0이고, 어떤 건 3.1, 3.2다. 게다가 썬더볼트 케이블은 또 별도로 구분되어야 한다.

이런 복잡함이 생기다 보니, 결국 나 같은 사람은 어댑터를 모으게 된다. USB-A to C, USB-C to A, USB-B to A, C to HDMI, C to Micro, 이런 식으로 어댑터가 쌓이다 보니 서랍 한 칸이 전부 어댑터 전용 공간이 되어버렸다. 필요한 어댑터를 찾으려면 매번 비슷하게 생긴 것들 사이를 뒤져야 하고, 급한 상황일수록 스트레스는 배로 늘어난다. 외출하거나 출장을 갈 때도 어떤 케이블을 챙겨야 하는지 매번 체크리스트를 써야 할 지경이다.

생각해보면, 이런 문제는 기기의 다양성에서 시작된 것 같다. 제품마다 기능과 목적이 다르다 보니 필요한 포트도 다르게 설계되었고, 전력량이나 데이터 전송 속도도 맞춰야 하니까 각기 다른 규격이 생긴 거다.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제품은 계속 새로 나오지만, 그걸 연결하는 방식이 하나로 통일되지 못하고 계속 분화되면서 오히려 사용자 입장에서는 복잡함만 커진 셈이다.

결국 이건 단순한 연결의 문제가 아니라, 기술이 편리함을 만들면서도 동시에 새로운 불편함도 같이 만든다는 걸 보여주는 예 같다. USB 하나 꽂는 일조차도 요즘은 그냥 간단하게 넘어가지 않는다. 뭘 꽂아야 할지, 어떤 케이블이 맞는지, 그걸 알아내는 데 시간이 들고, 안 맞는 걸 잘못 사면 다시 교환하러 가야 하고, 같은 모양이지만 기능은 다른 걸 이해하려면 기술 공부도 조금씩 해야 한다.

나는 여전히 전자제품을 좋아한다. 새로운 기기를 만지면 설레고, 내 삶을 좀 더 편하게 만들어줄 것 같아 기대도 된다. 하지만 그 기기들을 하나로 연결하려고 할 때마다 겪는 이 작은 짜증들, 케이블을 들고 한참을 고민하게 만드는 USB의 세계는, 가끔은 너무 지나치게 복잡하다는 생각이 든다. 기술이 발전한다는 건 결국 사용자에게 더 나은 경험을 주기 위한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지금의 USB 규격들을 보면 지나치게 복잡하고 덜 친절한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