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브라스카 주에서 살다 보면 가끔 내가 지금 미국에 사는 건지, 아니면 그냥 거대한 농촌풍경 속에 붙박이처럼 붙어서 살고 있는건지 헷갈릴 때가 있다.

여기는 도시를 조금만 벗어나면 끝이 보이지 않는 평야 그리고 옥수수밭이 펼쳐지고, 그 풍경속에서 느릿느릿 걸어 다니는 소들을 보고 있으면 마음부터 차분해진다. 특별히 할 일 없어도, 그냥 그 풍경을 보고 있으면 머릿속이 정리되는 기분이 든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혼자 도 닦는 느낌이랄까.

나는 지금 트랙터 부품 세일즈 일을 하고 있다. 처음엔 지인 소개로 그냥 먹고 살려고 시작한 일이었다. 그런데 하다 보니 이상하게 손에 익는다. 농부들하고 통화하면서 언제 씨 뿌리고, 언제 수확하고, 농사 장비가 어떻게 고장 나는지 듣다 보면 이 사람들 삶의 리듬이 느껴진다.

급한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느긋하다. 날씨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올해 옥수수 상태가 어떻다는 얘기까지, 세일즈라기보다는 동네 사람하고 수다 떠는 기분이 들 때도 많다. 가끔은 이게 내 천직인가 싶을 정도다. 화려하진 않지만 거짓말할 일도 없고 팔아야 할 물건도 분명하다.

오마하에서의 삶은 단조롭다. 밤 되면 조용하고, 주말에도 북적거림보다는 한산함이 먼저다. 처음엔 이 조용함이 답답했는데, 시간이 지나니 이만한 사치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대신 사람을 많이 만나진 않는다. 그래서 더 생각이 많아진다. 앞으로 어떻게 살지 어디로 가야 할지 같은 것들 말이다.

아직은 젊다고 생각한다. 몸도 괜찮고, 일도 안정적이고, 생활비가 싼곳이라 매달 돈도 조금씩 모이고 있다. 그래서 요즘은 오클라호마를 자주 떠올린다. 네브라스카보다 남쪽이고, 땅도 넓고, 생활비도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하다. 농업이 중심이라는 점도 지금 하는 일과 잘 맞는다.

언젠가는 오클라호마로 내려가서 조금 더 여유 있는 삶을 살아보고 싶다. 큰 욕심은 없다. 집 하나, 차 한 대, 그리고 지금처럼 일할 수 있는 환경이면 충분하다.

끝없는 평야를 보고 있으면 삶도 꼭 그래야 하나 싶다. 너무 복잡할 필요 없이, 멀리 내다보면서 천천히 가도 괜찮다는 생각. 네브라스카 주 오마하는 그런 걸 가르쳐 준 도시다. 

뭐 이런들 저런들 어떠랴. 나중에 오클라호마가 맘에 안들면 다시 돌아와도 되고 아니면 텍사스로 내려가서 살 수도 있을테니까. 여기서 살다보니 이미 득도한 느낌이 들어가는 느낌은 확실하게 드는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