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유튜브 보다가 뜻밖의 보물을 하나 발견했다.
영상 제목은 그다지 요란하지 않았다.
“비트펠라 – 아카펠라 비트박스 퍼포먼스”.
잠깐 틀어보고 끄려던 게, 30초쯤 지나자 나는 마치 넋이 빠진 사람처럼 화면에 빨려들어갔다.
그리고 그렇게…
한국에도 이런 팀이 있었단 말인가? 라는 감탄과 놀라움이 뒤섞인 감정으로 가슴이 먹먹해졌다. 마치 칼로 잰 듯한 보컬들의 하모니가 지금은 자타공인 월클인 BTS를 처음 보았을때 느낌 같았다.
비트펠라.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지만, 단 한 곡의 퍼포먼스로 나를 단숨에 사로잡았다.
그들의 무대는 흔히 아는 아카펠라나 비트박스의 범주를 훌쩍 뛰어넘는다.
정확히 말하자면, '보컬로 가능한 모든 것'의 한계에 도전하는 집단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듯했다.
이 팀의 매력은 단순히 기술적인 정교함에 그치지 않는다.
물론 멤버 각자의 비트박스 실력, 하모니 구성 능력, 음역대 커버 범위는 국내는 물론 해외 유명 그룹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그러나 비트펠라의 진짜 매력은 ‘음악적 상상력’과 ‘에너지 전달력’이다.
이들은 단순히 노래를 부르거나 박자를 쪼개는 수준이 아니라, 한 편의 완성도 높은 음악극을 만드는 느낌이었다.
말 그대로 입만으로 오케스트라를 구현하고, 드럼과 베이스는 물론, 일렉트로닉 신스의 질감까지 표현해낸다.
나는 그들의 Rob Roy 클립을 특히 인상 깊게 봤다.
처음에는 도입부의 신비한 허밍과 리드보컬의 부드러운 음색이 어우러지더니, 그 위에 멜로디를 리드하는 비트박스와 베이스가 쌓이고, 갑자기 리듬과 하모니가 두 배로 터진다. 여성 보컬의 탁월한 음색도 정말 월클답게 대단하고 남성보컬의 이어지는 랩파트와 브래스 파트도 장난아니다.
나는 보는 내내 정말 숨을 멈췄다.
아니 이걸 입으로 다 한다고?
이 정도면 거의 사람 흉내를 낸 기계가 아니라, 기계를 초월한 사람들이었다.
더 놀라운 건, 이들이 무대를 장악하는 방식이었다.
퍼포먼스 하나하나에 감정, 구성미가 살아있고, 마치 무대 전체가 한 편의 연극이자 음악 콘서트이자 뮤지컬처럼 느껴졌다.
기술이 뛰어난 팀은 많지만, 관객을 이렇게 몰입시키는 팀은 드물다.
내가 처음 펜타토닉스(Pentatonix)의 공연을 봤을 때 받은 충격이 떠올랐다.
하지만 비트펠라는 또 다른 결이다. 그들은 더 실험적이고, 더 한국적이다.
때론 국악의 정서와 리듬을 녹여내기도 하고, 때론 K‑POP처럼 다이내믹한 무대를 선보인다.
한국에서 이런 시도가 가능하다는 사실 자체가, 뭔가 가슴 벅찬 감정을 자극한다.
우리나라에서 아카펠라나 비트박스는 아직 대중적으로 뿌리 내리지 못한 장르다.
TV에서 가끔 퍼포먼스 팀이 나와도 대회용으로 잠깐 주목받는 수준이지, 독자적인 음악 세계를 구축하고 롱런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런 현실 속에서 비트펠라는, 단순한 팀을 넘어 장르 자체의 가능성을 몸소 입증하는 존재처럼 보였다.
그리고 생각했다.
한국에도 이런 음악이 있다는 걸 왜 나는 이제야 알았을까?
왜 더 많은 사람들이 이들을 모르고 있는 걸까?
우리는 때때로 해외의 새로운 장르나 팀에는 열광하면서,
정작 우리 안에서 피어난 창의성과 혁신은 지나치곤 한다.
비트펠라는 그 자체로 ‘가능성’이었다.
입 하나로, 목소리만으로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끝없는 실험의 이름.
나는 그들의 무대를 보는 내내 웃고, 놀라고, 마지막에는 울컥하기까지 했다.
이 팀은 단순히 ‘잘한다’는 차원을 넘어서 “한국에도 이런 예술이 가능하다”는 자부심을 주는 존재였다.
이제 나는 유튜브에서 비트펠라의 영상을 틀 때마다 왠지 내 가슴 한쪽에서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 같은 게 꿈틀거리는 걸 느낀다.
“비트박스? 아카펠라? 그게 뭐가 대단하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부디 그들에게 비트펠라의 무대를 한 번 보여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