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애틀 외곽에 사는 내가 아파트 12유닛을 사서 은퇴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요즘 내가 자주 하는 상상이다.
매일 아침 커피 한 잔 하며, "이제 슬슬 은퇴준비 좀 해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생각해 보면 많은 일들을 겪으며 바쁘게 보낸 이민생활 30년, 애들 둘 다 대학 다 졸업시키고 독립도 했고, 내가사는 집 융자도 이제 거의 끝나간다.
그런데 완전히 손 놓고 놀기엔 뭔가 허전하고, 또 매달 고정 수입이 있어야 마음이 편하지 않겠나.
그래서 요즘 부쩍 눈길이 가는 건 12유닛짜리 아파트다. 시애틀 도심은 집값이 너무 미쳤고, 그보다 조금 외곽—에버렛, 타코마, 켄트, 올림피아 이런 동네—에는 그나마 현실적인 가격의 소형 아파트 매물이 간혹 나온다.
예전 같으면 "내가 무슨 아파트주인이야" 싶었겠지만, 요즘은 이런 걸 "패시브 인컴용 자산"이라 부르며 유튜브에서 너도나도 투자를 한다고 떠든다.
보통 12유닛짜리 작은 아파트라 하면, 1베드 유닛 월세가 평균 $1,500 정도. 이걸 다 채우면 연 $210,000 전후의 임대수익이 생긴다.
물론 100% 내 돈으로 사는 건 아니니까, 대출이자, 세금, 관리비, 수리비 다 제하고 나면 남는 건 대략 월 $7,000 정도. 괜찮은 수입 아닌가?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전제가 하나 있다. "공실이 없어야 한다"는 거다.
그리고 세입자들이 정시에 월세를 잘 내야 하고, 보일러가 고장 나지 않아야 하며, 자잘한 문제로 소송이 없어야 한다는 아주 현실적인 문제들.
즉, 이건 투자라기보다는 작은 사업이다. 게다가 직접 관리하면 스트레스가 크고, 프로퍼티 관리회사를 쓰면 수익이 뚝 떨어진다. 세입자 몇이 동시에 이사 나가고 두세 달간 빈집이 되면? 수익은 눈녹듯 사라진다.
그래도 희망적인 건 분명하다. 내가 58세이고, 지금 당장 65세 은퇴까지는 시간이 조금 남아 있다는 점이다.
지금 사두고 천천히 관리하며 리모델링도 하고, 괜찮은 세입자를 유치하면 은퇴 시점쯤에는 꽤 괜찮은 현금흐름을 만들어 놓을 수 있다. 게다가 부동산은 시간이 지나면 오르는 자산이니, 지금 산 가격이 10년 후면 또 다르게 보일 수 있다.
가장 큰 장점은 바로 "내가 일하지 않아도 돈이 들어오는 구조"를 만든다는 점이다.
물론 완전한 자유는 아니고, 조금 덜 고생하는 반쯤 은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어딘가.
월세 걱정 없이, 아침에 느긋하게 눈뜨고 커피 한잔하면서 "오늘은 건물 청소나 한번 감독해볼까?"라고 말할 수 있는 삶. 그게 진짜 은퇴지.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가능은 하다. 하지만 쉽지는 않다.
한 번 사서 쭉 놀겠다는 마음이면 힘들고, "관리를 감수하겠다, 내 삶을 조금 투자해서 안정된 수익을 만들겠다"는 현실적인 각오가 있다면 충분히 도전해볼만하다.
내 나이 58이면 아직 안 늦었다. 이민자로 살아오면서 닦은 근성과 실력, 그리고 세입자와의 눈치게임에서 얻은 EQ, 이제 아파트 하나에 담아볼 시간이다.
어쩌면 은퇴는 먼 나라에 있는 게 아니라, 에버렛이나 켄트에 자리 잡은 12유닛짜리 아파트에서 시작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