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대, ‘백 투 더 퓨처(Back to the Future)’가 처음 개봉했을 때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당시엔 비디오도 좀 산다는 집아니면 보기 힘들었고, 인터넷은 커녕 휴대전화도 없 시절이었다.우리동네 극장 개봉 소식이 들렸을 때만 해도 그냥 미국 영화 하나 더 들어오는구나 싶었지만, 이 영화는 내 세대의 상상력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내가 살던 동네 극장에 일요일 아침부터 줄을 서서 영화를 보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리고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펼쳐진 1950년대 미국의 거리 풍경, 말쑥한 복장의 사람들, 주유소와 다이너의 간판들, 클래식카가 오가는 그 장면은 마치 다른 세상처럼 느껴졌다.
그 중에서도 가장 강렬하게 기억나는 건 역시 드로리안(DeLorean). 날개처럼 열리는 걸윙 도어, 은색 스테인리스 바디, 그리고 타임머신으로 변신하는 그 설정까지. 그 차는 내게 단순한 자동차가 아니었다. 마치 다른 세계로 데려다 줄 수 있는 마법의 상징 같았다. 솔직히 말하면 아직도 마음속 어딘가엔 드로리안을 드림카로 다짐했던 16살의 내가 남아 있다.
주인공 마티 맥플라이(Marty McFly)를 연기한 마이클 J. 폭스는 당시에도 청춘 스타였지만, 우리에게는 ‘미국 고등학생’의 상징 그 자체였다. 청바지에 운동화 신고 전자기타를 들고 록을 연주하고,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도망 다니는 그의 모습은 그야말로 자유롭고 멋져 보였다. 그런 마이클 폭스가 지금은 파킨슨병으로 연기를 할 수 없게 되었다는 소식은, 마치 내 청춘 한 구석이 사라지는 듯한 허전함을 느끼게 만든다.
영화를 보면서 부러웠던 건 미국의 프롬 문화, 자가용을 운전하는 고등학생들, 부모 몰래 파티 열기 같은 미국식 청춘 풍경들이었다. 우리는 그 시절 야간 자율학습에 매달리던 입시전쟁의 삶을 살고 있었기에, 그 자유분방함이 너무나 낯설고 또 부러웠다.
그리고 그 영화 속에서도 학교 폭력, 왕따, 인기 계층의 서열 같은 것들이 묘사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미국은 다를 줄 알았는데...”라는 생각을 하다가, 결국 ‘사람 사는 데는 다 똑같구나’ 하는 감정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빅이라는 불량한 캐릭터가 마티 아버지를 괴롭히는 장면은, 당시 우리 교실 안에서도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누군가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제 나는 50대를 훌쩍 넘긴 나이가 되었고, 드로리안 대신 기아 소렌토를 운전하며 출퇴근을 한다.
하지만 ‘백 투 더 퓨처’는 여전히 나의 청춘을 불러내는 매개체다. 어쩌다 채널을 돌리다 그 영화가 나오면, 하던거 멈추고 그대로 끝까지 보게 된다. 그 익숙한 배경음악이 흐르면, 마치 내가 다시 10대 그때로 돌아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그 시절을 떠올릴 수 있게 해주는 영화, 백 투 더 퓨처.
그건 단순한 영화가 아니라, 내 인생 한 페이지를 빛나게 해준 타임머신이었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