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날씨는 조금더웠지만 테니스 동호회 친구들과 함께 솔뱅(Solvang)에 다녀왔다.

LA에서 차로 두 시간 반 정도 북쪽으로 달리면 나오는 이 작은 마을은 '캘리포니아 속 덴마크'라고 불린다.

사실 예전부터 사진으로만 봤지 직접 가본 건 이번이 처음이라 출발 전부터 기대가 컸다.

아침 일찍 만나 커피 한 잔씩 들고 출발했는데, 차 안에서는 벌써부터 수다 파티가 시작됐다.

날씨는 살짝 선선했고,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는 풍경이 드라이브 기분을 더 살려줬다.

길가에 보이는 포도밭과 언덕 풍경을 보니, 이 근처가 와인으로도 유명하다는 게 실감났다.

솔뱅에 도착하자마자 눈에 들어온 건 정말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건물들.

덴마크풍 지붕, 목조 프레임, 알록달록한 외벽이 어찌나 예쁘던지 마을 입구에서부터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길거리는 주말이라 그런지 관광객으로 북적였고, 가게마다 입구에 놓인 꽃 장식과 깃발이 환하게 반겨주는 느낌이었다.

첫 번째로 간 곳은 유명한 덴마크 베이커리. 창문 너머로 보이는 빵들이 하나같이 유혹적이어서 고르기가 힘들었다.

결국 친구들과 각자 다른 빵을 사서 나눠 먹었는데, 버터 향이 가득한 크루아상과 아몬드 페이스트가 들어간 페이스트리가 정말 일품이었다.

잘 우려낸 향이 일품인 커피와 함께 먹으니 그 순간만큼은 진짜 덴마크 카페에 앉아 있는 기분이었다.

마을 한쪽에는 덴마크 문화와 역사를 소개하는 작은 박물관도 있었는데, 짧게 둘러보면서 이 마을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알게 됐다.

덴마크 이민자들이 1900년대 초반에 이곳에 정착하면서 고향의 건축 양식과 문화를 그대로 옮겨온 것이 시작이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마을 전체에 고향을 재현하려는 애정이 묻어 있었다.

점심은 현지에서 유명한 덴마크식 미트볼과 소시지를 파는 레스토랑에서 먹었다.

두툼한 미트볼에 덴마크식 그레이비 소스를 듬뿍 얹어 먹으니, 느끼함보다 고소함이 훨씬 더 강했다.

함께 나온 빨간 양배추 절임이 기름기를 잡아줘서 궁합이 딱이었다. 친구들은 와인도 한 잔씩 곁들였는데 로컬 와인이라 그런지 향이 깊었다.


식사 후에는 마을 여기저기를 천천히 걸으며 구경했다. 기념품 가게에서는 손으로 만든 덴마크식 인형과 머그컵 전통 패턴이 들어간 주방 타월 같은 아기자기한 물건들이 가득했다. 평소 쇼핑에 큰 흥미 없는 나도, 집에 두면 좋을 것 같은 세라믹 머그를 하나 샀다.

솔뱅의 또 다른 매력은 주변 자연 풍경이었다. 마을을 조금만 벗어나면 끝없이 펼쳐진 언덕과 포도밭이 나오는데, 그 풍경이 마치 유럽 시골 마을을 보는 듯했다. 우리는 근처 와이너리에 들러 짧게 시음도 하고, 포도밭 사이를 걸으며 사진을 찍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포도잎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이 정말 그림 같았다.

해가 기울 무렵, 다시 마을로 돌아와 마지막으로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렀다. 현지 우유로 만든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진짜 부드럽고 진했다. 아이스크림을 들고 벤치에 앉아 오늘 찍은 사진들을 보니, 하루가 참 길면서도 순식간에 지나간 기분이었다.

LA로 돌아오는 길 친구들이 하나같이 말했다. "여긴 매년 한 번은 와야겠다."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복잡한 도시를 잠시 떠나, 이렇게 색다른 분위기의 마을에서 하루를 보내니 머리와 마음이 모두 환기되는 느낌이었다.

솔뱅은 단순히 예쁜 관광지가 아니라, 일상 속에서 작은 여행의 즐거움을 제대로 느끼게 해주는 곳이었다.

다음번엔 가을 수확철에 맞춰 다시 오고 싶다. 포도밭이 황금빛으로 물들고, 선선한 바람이 부는 그 계절에 솔뱅을 걸으면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