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에이 겨울 예전 같지가 않다는 거 다들 공감 하실겁니다.

원래 여기 LA가 겨울하면 따뜻하고 비 가끔 오는게 특징이었지만 요즘은 그 정도가 선을 넘었습니다.

작년처럼 비가 거의 오지 않는 날들이 이어지다가 어느 날 갑자기 산불이 크게나고 그러다가 하늘에 구멍이 난 것처럼 폭우가 쏟아지고, 그 다음엔 또다시 먼지만 날리는 건조한 계절로 돌아갑니다.

그 사이 산에는 불이 나고, 비가 오면 산사태와 홍수가 한꺼번에 덮칩니다.

엘에이 겨울이 더 이상 평범한 계절이 아니라 재난 시즌처럼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건조한 겨울은 산불로 바로 이어집니다. 비가 적게 내린 해에는 풀과 나무가 바짝 말라 있고, 작은 불씨 하나에도 산 전체가 불바다로 변합니다. 산불은 이제 뉴스에 나오는 사건이 아니라 매년 반복되는 연례행사처럼 느껴집니다.

바람까지 강해지면 불은 순식간에 도시 근처까지 내려옵니다. 불이 꺼지고 나면 공기는 몇 주 동안 회색으로 변하고, 숨 쉬는 것조차 불편해집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그렇게 마른 땅에 어느 날 갑자기 폭우가 쏟아집니다. 비를 흡수할 수 없는 땅은 그대로 물을 쓸어내리고, 불탄 산비탈은 진흙과 돌을 함께 흘려보냅니다.

도로는 강처럼 변하고, 지하차도는 잠기고, 집 앞마당까지 흙탕물이 밀려옵니다. 한쪽에서는 가뭄과 화재가 다른 한쪽에서는 홍수와 산사태가 동시에 벌어지는 이 모순적인 장면이 지금 엘에이 겨울의 현실입니다.

이게 단순한 자연의 변덕이냐고 묻는다면 많은 과학자들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기후변화의 전형적인 모습이라는 겁니다. 대기의 온도가 올라가면서 공기가 더 많은 수증기를 품게 되고 그 결과 비는 오지 않을 때는 극단적으로 안 오고, 올 때는 한꺼번에 쏟아집니다. 엘에이의 겨울 패턴이 점점 극단적으로 바뀌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인간의 책임을 빼놓고는 이 이야기가 완성되지 않습니다. 엘에이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인구와 도시가 끝없이 팽창했습니다. 산과 계곡을 깎아 집을 짓고, 물길을 콘크리트로 덮어버렸습니다. 비가 올 때 물이 스며들 공간은 사라지고 아스팔트 위로 쏟아진 물이 그대로 도시로 흘러들어옵니다. 자연이 감당하던 역할을 도시가 빼앗아 버린 결과입니다.

게다가 물 사용도 문제입니다. 가뭄이 와도 잔디밭은 여전히 초록이어야 하고 수영장은 계속 채워야 한다는 문화가 유지됩니다. 이 생활 방식은 엘에이의 물 시스템을 끊임없이 압박하고, 자연의 균형을 더 빨리 무너뜨립니다.

그래서 지금 엘에이의 겨울은 자연재해와 인재가 뒤엉킨 복합 재난처럼 보입니다. 기후변화라는 거대한 흐름 위에, 인간의 도시 확장과 생활 습관이 기름을 붓고 있습니다.

엘에이는 여전히 따뜻하고 아름다운 도시입니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 뒤에는 점점 더 많은 불안 요소가 쌓이는것 같습니다.

지진도 안온지 30년이 넘어간다던데... 불안 불안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