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이 끝난 뒤 미국 곳곳의 집값이 조정을 받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유독 잘 버티고 있는 동네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Rancho Cucamonga다. 남가주 인랜드 엠파이어에 속한 이 도시는 팬데믹 이후에도 집값이 크게 꺾이지 않았고, 오히려 꾸준히 유지되거나 완만하게 오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쯤 되면 질문이 생긴다. 란초 쿠카몽가의 집들은 원래 저평가돼 있었던 걸까, 아니면 재택근무 시대에 딱 맞는 동네였던 걸까.

팬데믹 이전만 놓고 보면 란초 쿠카몽가는 늘 애매한 위치였다. LA도 아니고, 오렌지카운티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히 외곽 시골 느낌도 아닌 중간 지대. 뭐 굳이 하나 꼽자면 이동네에 한국 농심라면 공장이 자리한 점이 특이하다면 하기는 하다.

여하튼 이동네 학군도 나쁘지 않고 치안도 안정적이었지만, "굳이 여기?"라는 질문을 받던 곳이었다.

집값도 남가주 평균 대비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수준으로 오래 변화가 없다보니 이때 시점에서 보면 저평가라는 표현이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런데 팬데믹이 판을 바꿨다. 재택근무가 일상이 되면서 출퇴근 거리가 의미를 잃기 시작했다.

매일 LA 다운타운이나 실리콘비치로 출근할 필요가 없어진 사람들에게 란초 쿠카몽가는 갑자기 매력적인 선택지가 됐다. 같은 예산으로 더 넓은 집, 마당 있는 단독주택, 새로 지은 커뮤니티를 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변화는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생활 방식의 이동에 가까웠다.


란초 쿠카몽가의 강점은 바로 이 지점에서 드러난다. 대형 쇼핑몰, 생활 인프라, 고속도로 접근성, 그리고 샌가브리엘 산맥을 배경으로 한 주거 환경. 집에서 일하고, 주말에는 동네에서 모든 걸 해결하는 라이프스타일에 최적화된 구조다.

재택근무자들에게 집은 단순한 잠자는 공간이 아니라 하루 대부분을 보내는 장소가 됐다. 그 기준으로 보면 란초 쿠카몽가의 집들은 가격 대비 효율이 매우 좋았다.

그래서 집값이 안 떨어졌다고 보는 쪽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이 동네 집값은 거품이 아니라, 제자리를 찾아간 거라고. 팬데믹 이전에는 출퇴근 중심 사고 때문에 저평가됐지만, 일하는 방식이 바뀌면서 가치가 재조명됐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완전 원격이나 하이브리드 근무가 유지되는 한, 이 지역의 수요는 쉽게 꺼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조심스럽게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재택근무가 영원할 것처럼 보였지만, 점점 사무실 복귀를 요구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만약 출퇴근이 다시 중요해진다면, 란초 쿠카몽가의 위치는 다시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 경우 지금의 가격은 재택근무 프리미엄이 과도하게 반영된 결과일 수도 있다.

결국 이 지역 부동산을 이해하는 핵심은 투기용 시장이라기보다는 생활 방식에 베팅하는 시장이라는 점이다.

집에서 일하는 시간이 길고, 주거 공간의 질을 중시하는 사람에게는 여전히 환상적인 선택지다. 반대로 매일 도심 출근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체감 가치가 낮아질 수 있다.

팬데믹 이후에도 집값이 안 떨어졌다는 사실 하나만 놓고 보면 이상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일하는 방식이 바뀐 세상에서 보면, 란초 쿠카몽가는 단순히 운이 좋았던 동네가 아니라 흐름을 제대로 탄 동네에 가깝다.

저평가의 회복이었는지, 재택근무 시대의 특수한 기회였는지는 각자의 삶의 방식에 따라 답이 달라진다. 이 동네 집값이 버티고 있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란초 쿠카몽가의 단점은 공기 질이다. Rancho Cucamonga는 인랜드 엠파이어 특성상 분지 지형에 가깝고, 바람이 정체되는 날에는 미세먼지와 스모그가 쉽게 쌓인다. 산이 가깝다는 장점이 오히려 공기를 가두는 역할을 할 때가 있다. 특히 여름철과 산불 시즌에는 공기 질 지수가 급격히 나빠져 야외 활동이 제한되는 날이 잦다.

접근성도 고속도로가 지나가지만 출퇴근 시간대에는 병목이 심하고, LA나 오렌지카운티 주요 업무지구까지의 이동 시간은 체감상 꽤 길다.

대중교통 선택지는 제한적이라 차가 없으면 생활 반경이 급격히 좁아진다. 재택근무가 줄어들 경우 이 단점은 더 크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이 리스크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