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날 우연히 지인에게 카톡으로 받아본 '없다 시리즈'', 재미있는 유머라 하기에는 나름 생각해 볼 내용이 있었다.
10대부터 100대까지, 나이별로 무엇이 없다고 적혀 있는 글인데, 내 눈에는 꽤 진지한 삶의 진실을 담은 어록이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하루를 가까이서 보면 늘 재미없고 불행이 넘치는 비극같이 느껴진다.
시험 망친 일, 직장에서의 실수, 사람 사이의 오해, 잘못된 투자나 결정으로 답답한 경제적 현실까지.
그 순간엔 세상이 무너지는 듯하지만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그 장면들은 희극처럼 웃음거리가 된다.
가까이선 눈물 나던 일이 멀리서 보면 인생의 에피소드가 되는 이유는, 결국 인간이란 존재가 완벽하지 않고 허술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발버둥치는 모습 자체가 드라마이고, 넘어졌다가 일어나는 과정이 곧 희극이 된다.
그래서 인생은 비극이면서도 동시에 희극이다.
10대에는 "철"이 없다. 맞다 철이 없을 수밖에 없다.
경험이 부족하니 세상을 바라보는 눈도 얕고, 자신만 아는 게 당연하다. 이때는 가정교육과 학교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절이다. 부모와 선생님이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느냐, 어떤 가치를 보여주느냐에 따라 인생의 기초가 쌓인다. 나 역시 10대 때는 앞뒤 생각 없이 친구 따라다니며 사고도 치고, 부모님 속을 썩였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시절엔 철이 없는 게 당연했고, 대신 올바른 환경이 꼭 필요했다.
20대에는 "답"이 없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첫발을 내딛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명확한 길을 찾기는 어렵다. 취업 준비를 하면서도 이 길이 맞는지 의문이 생기고, 연애를 하면서도 이 사람이 평생의 동반자인지 확신할 수 없다. 하고 싶은 건 많고 꿈은 큰데, 현실의 벽 앞에서 자꾸 부딪히며 답을 잃는다. 게다가 돈도 없다.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거나 첫 월급을 받아도 생활비로 금세 사라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대는 답을 찾으려 헤매며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이 가장 값진 자산이 된다.
나도 그랬다. 하고 싶은 건 많고 세상은 넓어 보였지만 현실은 학비, 밥값, 술값 걱정을 하던 시절이었다. 지금도 대학 졸업전에 친구 3명이서 밤새 소주몇병 통조림 안주로 떠들며 세상을 바꾸겠다고 호언장담했던 기억이 난다. 연애하면서 사귄 애인에게는 돈이 없어서 아르바이트로 선물하나 해주고 같이 기뻐서 눈물이 글썽거린 기억도 난다. 답도없고 돈도 없던 그때가 어쩌면 정신적으로는 가장 자유로웠었던 때였는지도 모르겠다.
30대에는 "집"이 없다.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면 가장 큰 화두가 바로 집이다. 월세에서 전세로, 전세에서 내 집 마련으로 가는 길은 늘 멀고도 험하다. 나 역시 30대 내내 집 문제 때문에 고민했다. 친구들은 누구는 아파트를 샀다, 누구는 빚을 냈다 하며 서로 비교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집은 단순한 벽과 지붕이 아니라 가족의 안식처라는 의미가 더 컸다. 집이 없어도 행복할 수 있지만, 집이 있으면 마음의 안정이 조금 더해지는 건 사실이다.
40대에는 "돈"이 없다.
아이들 키우고 집 대출 갚고, 부모님까지 챙기다 보면 돈이 모일 리 없다. 나도 사업을 시작했지만 늘 자금난에 시달렸다. 사회적으로 가장 바쁘고 책임도 많은 시절이 40대다. 하지만 이때의 돈 없음은 단순히 통장의 잔고 부족이 아니라, 삶이 주는 무게의 상징 같았다. 그래도 열심히 버티면 언젠가는 조금씩 여유가 온다.
50대에는 "일"이 없다.
사회에서 한창 일할 나이 같지만, 현실은 다르다. 후배들이 치고 올라오고, 세상은 빠르게 변한다. 나도 50대 초반에는 사업을 이어가며 버텼지만, 결국 은퇴를 고민하게 되었다. '일이 없다'는 건 단순히 직장이 없는 게 아니라, 사회적 역할에서 한 발 물러서는 시기라는 뜻일지도 모른다. 그만큼 내 삶의 무게중심을 일에서 가족과 자기 자신에게로 옮겨야 한다는 신호였다.
60대에는 "낙"이 없다.
은퇴하고 나니 아침에 일어나 할 일이 없었다. 처음엔 자유가 좋았지만 곧 허무감이 찾아왔다. 그래서 취미를 찾고 여행도 다녀야 한다. 낙이 없으면 금세 늙어버린다. 친구들과의 모임, 가벼운 운동, 책 읽기 같은 작은 즐거움이 인생 후반부의 활력소가 된다. 나는 은퇴 후에야 진짜 낙이 뭔지 배우고 있는 중이다.
70대에는 "이"가 없다.
여기서 '이'는 치아다. 치아가 약해지면 맛있는 걸 먹어도 즐겁지 않다. 사실 건강 관리의 절반은 치아 관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젊어서 열심히 닦아도 나이가 들면 어쩔 수 없이 잇몸이 약해지고 치아가 빠진다. 이 뿐만이 아니다 멀쩡하다고 위안이 되던 관절이나 장기 하나 둘 고장이 나기 일쑤다. 그래서 인생을 즐기려면 건강을 평생 지켜야 한다는 게 진리다.
80대에는 "처"가 없다.
배우자가 떠나고 혼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여자 기대 수명이 더 길기 때문에 대부분 여자가 남편보다 더 오래 생존한다. 그러나 역시 동반자를 잃는다는 건 상상하기 힘든 슬픔이다. 하지만 또 한편으론 혼자만의 시간을 배우는 시기이기도 하다. 주변 친구들도 하나둘 세상을 떠나고, 그 빈자리를 채우는 건 결국 자기 자신이다.
90대에는 "시간"이 없다.
하루하루가 선물처럼 다가온다. 하고 싶은 건 많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고, 남은 시간이 길지 않음을 실감한다. 그래서 90대는 시간을 더욱 소중히 여기게 된다. 작은 대화, 짧은 산책도 값지게 느껴지는 순간이 온다.
100대에는 "다 필요 없다."
아마도 그때쯤이면 인생의 집착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는 게 아닐까. 돈도, 집도, 일도, 낙도, 결국은 다 지나가는 것이다.
모든 걸 내려놓고 그저 오늘 하루 숨 쉬는 것 자체로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경지, 그것이 100대의 지혜일 것이다.
이 '없다 시리즈'를 보며 나는 내 인생을 다시 돌아봤다.
철없던 시절도, 돈 없던 시절도, 집 걱정하던 시절도 다 지나갔다. 그리고 지금은 '낙이 없다'고 적혀 있는 60대에 서 있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글을 쓰며 새로운 낙을 찾고 있다.
결국 '없다'는 건 단순한 결핍이 아니라, 그 시기에 우리가 꼭 채워야 할 과제를 말해주는 것 아닐까 싶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면 이 짧은 글귀는 내게 인생의 또 다른 교훈을 남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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