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에서 미국 Divorce Law 변호사 사무실에서 근무했을 때 이혼 관련 일을 접하다 보면 처음에는 정말 이해가 안 되는 장면들이 꽤 있었어요.
특히 전문직 부부들이 그랬던 것 같아요.
의사나 변호사, 회계사, 사업가처럼 평소에는 굉장히 이성적이고 점잖아 보이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런데 이혼하면서 아이 커스터디, 그러니까 양육권 문제가 나오면 사람이 완전히 달라지는 거예요.
집이나 돈 문제는 오히려 계산이 돼요.
집을 팔아서 얼마씩 나눌지, 은퇴계좌는 어떻게 할지, 누가 어떤 재산을 가져갈지 결국 숫자로 정리가 되잖아요.
그런데 아이는 그게 안 되는 거예요.
미국에서 커스터디라는 게 단순히 "아이는 엄마가 키우고 아빠가 주말에 보면 되지" 이런 정도가 아니더라고요.
일주일에 누구 집에서 며칠을 자는지부터 시작해서 학교 문제, 병원, 치료, 방과후 활동 같은 중요한 결정을 누가 할 것인지도 문제가 돼요.
휴일도 정말 세세하게 나누는 경우가 있어요.
크리스마스이브는 엄마 집, 크리스마스 당일은 아빠 집, 올해 추수감사절은 아빠와 보냈으니까 내년에는 엄마와 보내는 식인 거예요.
처음 봤을 때는 저도 좀 놀랐어요.
"금요일 오후 5시에 아이를 데려오기로 했는데 5시 35분에 왔다."
"나한테 이야기하지 않고 아이 축구 연습시간을 바꿨다."
"학교 선생님을 혼자 만나서 상담했다."
이런 내용으로 변호사에게 연락하고 이메일이 왔다 갔다 하는 거예요.
밖에서 보면 이런 것까지 변호사를 통해 이야기해야 하나 싶잖아요.
그런데 이혼 과정에서 감정이 심하게 틀어진 사람들에게는 그 30분이 그냥 30분이 아닌 것 같아요.
"이 사람은 약속을 안 지키는 부모다."
그렇게 받아들이는 거예요.
제가 더 놀랐던 건 돈 잘 버는 사람들은 변호사 비용이 비싸니까 적당히 합의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도 않았다는 거예요.
오히려 반대인 경우도 있었어요.
시간당 몇백 달러씩 버는 전문직 사람들이 변호사비 몇만 달러를 쓰면서 아이와 일주일에 하루를 더 보내겠다고 싸우는 거예요.
처음에는 저도 속으로 그랬어요.
아니, 그 돈이면 나중에 아이 대학 학비에 보태주는 게 낫지 않나?
그런데 계속 보다 보니까 이게 돈 문제가 아닌 거예요.
아이와 일주일에 사흘을 같이 사느냐 나흘을 같이 사느냐가 부모 입장에서는 굉장히 큰 차이인 것 같아요.
특히 한쪽 부모가 다른 도시나 다른 주로 이사하겠다고 하면 분위기가 정말 달라져요.
LA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사는 거라면 그래도 아이를 자주 볼 수 있잖아요.
그런데 엄마가 아이를 데리고 텍사스로 가겠다, 아빠가 직장 때문에 뉴욕으로 가야 한다, 이런 이야기가 나오면 이제 아이를 만나려면 비행기를 타야 하는 거예요.
그때부터는 정말 쉽게 양보하기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아이도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 자기 생각이 생기잖아요.
"나는 지금 학교를 떠나기 싫어요."
"나는 아빠 집에서 살고 싶어요."
이런 말 한마디가 부모에게는 정말 크게 들리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혼 중에는 문자 하나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화가 나서 상대방에게 보낸 욕설 문자도 남고, 아이 앞에서 상대방 욕을 한 것도 문제가 될 수 있고, 약속시간에 계속 늦었던 것도 쌓이면 기록이 되는 거예요.
미국 이혼 사건을 옆에서 계속 보다 보면 참 묘해요.
한때는 좋아서 결혼했던 사람들이 이제는 서로 얼굴도 보기 싫다고 하잖아요.
집도 나누고, 은행계좌도 나누고, 가구도 나눠요.
그런데 아이만큼은 그렇게 반으로 나눌 수가 없는 거예요.
결국 마지막까지 남는 싸움이 누가 아이의 월요일 아침을 함께할 것인지, 누가 학교에 데려다줄 것인지, 누구 집에서 크리스마스 아침에 눈을 뜰 것인지 이런 문제더라고요.
예전에는 몇만 달러씩 변호사비를 쓰면서 왜 저렇게까지 하나 싶었어요.
그런데 이 일을 계속 보다 보니까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아요.
돈은 잃어도 다시 벌 수 있잖아요.
집도 나중에 다시 살 수 있고요.
그런데 내 아이가 열 살인 크리스마스는 평생 딱 한 번뿐인 거예요.
아이가 열두 살 때 학교에 데려다주던 그 월요일 아침도 지나가면 다시는 안 오는 거고요.
그래서 미국에서 부모들이 이혼하면서 정말 목숨 걸고 지키려고 하는 건 집이나 주식, 은퇴계좌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국 자기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
그걸 빼앗기고 싶지 않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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