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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루이스에는 미국에서도 가장 독특한 박물관이 하나 있다. 이름은 '시티 뮤지엄(City Museum)'.

박물관이라지만 실제로 들어가 보면 이건 박물관이라기보다 거대한 구조물로 이루어진 놀이터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다 미끄러지고, 기어오르고, 구멍 속으로 들어가는 곳. 입구에서부터 어지러울 정도로 엉뚱한 구조물이 눈앞에 펼쳐진다. 버려진 비행기 동체, 학교버스, 철제 다리, 구식 엘리베이터 샤프트까지 전부 예술의 재료가 되어버린 공간이다.

이 박물관의 창시자는 예술가이자 조각가였던 밥 캐시디(Bob Cassilly)다. 그는 1997년에 이곳을 만들며 "진짜 도시의 박물관"을 표방했다. 진열장 속 유물 대신 도시가 버린 건축 자재, 공장 부품, 오래된 타일, 심지어 버려진 놀이기구까지 모아 새 생명을 불어넣었다. 그는 사람들에게 "보는 박물관이 아니라, 만지고, 오르고, 미끄러지는 박물관"을 선물하고 싶었다

가장 유명한 공간은 'MonstroCity'라 불리는 야외 구조물이다. 하늘 높이 매달린 철제 다리와 미끄럼틀, 10층 건물 벽에 붙은 비행기 동체, 그리고 그 안으로 연결된 복잡한 통로들이 미로처럼 얽혀 있다.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이 구조물 속을 기어 다니며 아찔한 모험을 즐긴다. 또 다른 명물은 10층에서 1층까지 한 번에 내려오는 초대형 미끄럼틀이다. 오래된 공장 내부의 계단과 철골 구조를 그대로 활용해 만든 것으로, 실제로 타보면 아찔함보다 해방감이 먼저 밀려온다.


박물관 내부로 들어가면 더 놀랍다. 자동차 범퍼로 만든 터널, 유리병으로 장식된 천장, 철제 나선 계단, 그리고 바닥마다 다른 재질의 예술 작품들이 이어진다.

어린이 전용 구역인 'Toddler Town'은 안전하게 꾸며져 있지만 여전히 상상력 넘친다.

반면 어른들을 위한 공간인 'Cabin Inn'은 19세기 목조 오두막을 재현한 바(Bar)로, 탐험을 마친 사람들이 모여 쉬는 작은 휴식처 역할을 한다.

시티 뮤지엄의 진짜 매력은 "정답이 없는 공간"이라는 점이다.

지도도, 정해진 동선도 없다. 관람객들은 스스로 길을 찾아야 하고, 그 과정에서 아이처럼 다시 '탐험의 감각'을 되찾는다.

처음엔 단순히 아이들 놀이터 같지만, 어느 순간 어른들도 그 안에서 현실을 잊고 웃는다.

많은 여행객이 이곳을 '세상에서 가장 미친 박물관'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밥 캐시디는 2011년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정신은 여전히 그곳에 살아 있다.

그는 "예술은 손에 잡혀야 진짜다"라는 말을 자주 했는데, 시티 뮤지엄은 그 철학이 완벽히 구현된 공간이다.

세인트루이스의 오래된 공업지대 한가운데서 과거와 현재가 뒤엉켜 또 다른 도시의 얼굴을 보여주는 곳.그게 바로 시티 뮤지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