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 가보면 하늘을 찌를 듯 우뚝 솟은 은빛 구조물이 하나 있다.

바로 미국 서부 개척의 상징이라 불리는 '게이트웨이 아치(Gateway Arch)'다. 멀리서 보면 단순한 금속 활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그 규모에 압도된다. 높이 192미터, 폭도 192미터. 미국에서 가장 높은 기념비이며 세인트루이스의 하늘을 대표하는 실루엣이다.

이 아치는 1960년대 초, 미국이 스스로의 역사를 기념하려는 움직임 속에서 만들어졌다.

19세기 중반, 세인트루이스는 미시시피강을 끼고 서부 개척자들이 떠나던 '문턱의 도시'였다. 당시 사람들은 이곳을 '서부로 향하는 관문'이라 불렀다. 그 상징을 남기기 위해 세워진 것이 바로 이 게이트웨이 아치다. 설계자는 핀란드 출신의 건축가 에로 사리넨으로 그는 단순하면서도 완벽한 곡선을 통해 미국의 낙관적 미래를 표현하고자 했다.

공사는 1963년에 시작돼 1965년에 완공됐다. 하지만 이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강바람이 거센 미시시피강변에서 높이 200미터 가까운 스테인리스 구조물을 세운다는 건 당시로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도전이었다. 작업자들은 풍속, 온도, 금속의 팽창률까지 계산해가며 하루하루를 버텼다. 두 아치가 천천히 올라가다 마지막 중앙 부분이 맞닿는 순간 수천 명의 시민이 숨을 죽이고 지켜봤다고 한다. 그리고 1965년 10월 28일, 마지막 조각이 들어맞는 순간 세인트루이스는 환호로 뒤덮였다.

게이트웨이 아치는 단순한 조형물이 아니다. 안에는 작은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어 관광객들이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캡슐 같은 통로가 좁게 이어져 있고, 4~5명씩 앉을 수 있는 둥근 모양의 트램이 천천히 곡선을 따라 위로 올라간다. 정상에 도착하면 세인트루이스 시내와 미시시피강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가 있다. 날씨가 맑은 날엔 일리노이 주 경계까지도 보인다.

이 아치는 미국의 역사와 자부심을 상징하지만, 동시에 인간의 욕망과 도전정신을 보여주는 구조물이기도 하다. 단순히 과거의 개척자들을 기리는 조형물이라기보다는 그 정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결과물이다. 그 시대 사람들은 더 넓은 땅과 더 큰 가능성을 향해 나아갔고 오늘날의 사람들은 더 높은 곳과 더 큰 기술로 그 뜻을 이어간다.

흥미로운 점은, 세인트루이스 시민들에게 게이트웨이 아치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일종의 자존심 같은 존재라는 것이다.

축제나 기념행사가 있을 때마다 사람들은 이 아치 아래로 모이고, 밤이 되면 은빛 구조물은 조명에 반사되어 하늘에 거대한 반원을 그린다. 미시시피강 물결이 아치 아래로 흘러가며 반사된 빛을 흔들 때면 마치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문처럼 보인다.

게이트웨이 아치는 '서부로 가는 관문'이라는 이름답게 여전히 미국인의 모험 정신을 상징한다. 19세기엔 마차와 말을 타고 서부로 향했지만, 21세기의 게이트웨이는 기술과 혁신으로 이어지는 또 다른 문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