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바마의 버밍햄은 조용해 보이지는 도시지만 조금 발품을 팔고 돌아다녀 보면 의외로 다양한 성격이 보이는 바가 많이 보인다.

알라바마 주는 아무래도 미국 남부이다 보니까 이곳 특유의 느긋한 분위기 위에 음악, 술, 사람 냄새가 얹혀져 있어서 LA나 뉴욕처럼 화려하진 않아도 밤에 즐길만한 술집들은 충분하다. 특히 다운타운과 애번데일 쪽으로 발길을 옮기면 "이 동네 밤이 이렇게 재미있는 동네였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먼저 칵테일을 좋아한다면 Collins Bar는 빠지기 어렵다. 겉모습은 조용한 동네 바 같은데, 안으로 들어가면 바텐더의 손놀림이 꽤 진지하다. 메뉴판도 있지만 그냥 취향과 기분을 말해주면 알아서 한 잔 만들어준다. 시끄럽지 않고, 대화가 중심이 되는 공간이라 혼자 가도 어색하지 않다. 버밍햄 밤문화의 세련된 얼굴을 담당하는 곳이라고 보면 된다.

조금 더 로컬 분위기 그대로를 원하면 The Nick로 가면 된다. 이곳은 록과 블루스, 인디 음악이 뒤섞인 라이브 바인데 바닥은 낡았고 벽엔 세월이 그대로 남아 있지만 이곳의 에너지는 확실하다. 현지 밴드가 땀 흘리며 연주하고, 손님들은 맥주잔 들고 호응하면서 노래를 부른다. 뭐 Collins Bar 같은 세련됨과는 거리가 있지만 버밍햄의 진짜 밤 공기를 느끼고 싶다면 여기만큼 확실한 곳도 없다.

술만 마시는 게 아쉽다면 애번데일 지역이 좋다. Avondale Brewing Company는 맥주와 공연, 야외 분위기가 한꺼번에 섞이는 공간이다. 저녁에는 가족 단위도 보이고 밤이 깊어질수록 젊은 사람들로 채워진다. 잔디밭에 서서 술기운에 라이브 음악 듣는 느낌은 대도시에서는 오히려 찾기 힘들다. 남부 도시 특유의 여유가 잘 살아 있는 장면이다.

조금 특이한 곳을 찾는다면 House of Found Objects가 기억에 남는다. 오래된 물건들로 가득 찬 공간에 바를 얹어놓은 듯한 곳인데 처음 가면 여기가 술집이 맞나 싶다. 바 뒤편의 소품 하나하나가 다 사연이 있어서 술보다 구경이 더 재미있을 수도 있다. 데이트나 가벼운 대화에 잘 어울린다.

버밍햄 밤문화의 재미는 술집들의 화려함보다는 바안에 들어가는 느껴지는 이지역 특유의 현지문화의 체험에 있다고 생각한다.

로컬들은 서로 아는 사람들이 대화하면서 자연스럽게 섞이고, 처음 보는 사람과도 금방 말을 트게 된다. 빠르게 취하고 빠르게 끝나는 밤이 아니라 천천히 흘러가다 어느 순간 시간이 훌쩍 지나 있는 밤이다.

알라바마의 보수적인 이미지 때문에 기대를 낮추고 갔다가 오히려 기억에 오래 남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버밍햄의 밤이 생각보다 흥미롭다는 점은 의외이기에 이런 경험을 해보는것도 나름 재미있을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