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관이라고 하면 단순히 피가 흐르는 길 정도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우리 몸의 생명줄 같은 존재입니다.

심장에서 뿜어져 나온 피가 산소와 영양분을 싣고 온몸 구석구석으로 전달되고 다시 돌아오는 모든 과정이 혈관을 통해 이루어지죠.

이 혈관에 문제가 생기면 당장 침대에서 일어나서 걷기조차 힘들어지거나 심각하면 생명을 위협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등장하는 전문가가 바로 혈관외과 전문의(Vascular surgeon)입니다.

이 분야는 한국이나 미국이나 보통 사람들에게는 생소할 수 있는데, 이들은 말 그대로 혈관만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치료하는 의사들입니다. 동맥, 정맥, 림프관 등 우리 몸의 복잡한 혈관계를 다루는 외과 분야 영역이에요.

혈관외과 전문의가 다루는 질환은 생각보다 다양합니다. 다리에 혈관이 막히는 말초동맥질환, 목에서 뇌로 가는 길목이 좁아지는 경동맥 협착증, 풍선처럼 부풀어 터질 위험이 있는 동맥류, 울퉁불퉁하게 튀어나오는 하지정맥류, 심부정맥 혈전증처럼 혈관 속에 피떡이 생겨 흘러가지 못하는 경우까지 모두 이들의 진료 범위입니다. 여기에 투석 환자들이 사용하는 혈관 통로(샨트)를 만들어 주거나 관리하는 것도 혈관외과 의사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하지만 이들이 하는 일이 무조건 칼을 들고 수술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요즘은 혈관 치료에도 최소침습 시술이 많이 도입돼서, 풍선 확장술이나 스텐트 삽입 같은 방법으로 막힌 혈관을 열어 주기도 합니다. 물론 이런 시술조차 필요 없는 경우에는 약물치료나 생활습관 교정을 통해 혈관 건강을 관리하기도 하죠. 따라서 혈관외과 전문의는 수술가이면서 동시에 내과적 판단도 함께 하는, 융합적인 성격의 의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혈관외과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분야들이 있는데 심장을 직접 다루는 심장외과는 주로 관상동맥 우회술이나 심장 판막 수술 같은 '심장 중심'의 일을 합니다. 또 뇌혈관 질환은 신경외과나 신경중재의학과에서 담당하죠. 이와 달리 혈관외과는 다리, 목, 복부, 팔 등 전신의 혈관 문제를 두루 다룹니다. 그래서 협진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경동맥 협착은 뇌졸중과 직결되기 때문에 신경외과와 긴밀히 협력하고, 심장혈관 질환 환자의 경우 심장내과, 흉부외과와도 긴밀하게 연결됩니다.

일반인 입장에서 혈관외과를 찾아야 할 때는 언제일까요? 걸을 때 다리가 아프거나 쉽게 저리고 붓는다면 말초동맥질환이나 정맥류일 수 있습니다. 목에서 이상한 잡음이 들린다거나 어지럼증이 동반된다면 경동맥 문제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리에 갑자기 심한 통증과 붓기가 생기면 혈전증을 의심해야 하고, 복부에서 박동이 만져진다면 동맥류일 수 있습니다. 이런 증상들은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지만 방치하면 큰 병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반드시 혈관외과 전문의를 찾아가는 게 좋습니다.

혈관 건강은 곧 노화와 직결되고, 생활습관병과도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같은 질환은 모두 혈관을 서서히 망가뜨리고, 담배와 과음, 운동 부족은 그 속도를 훨씬 빠르게 합니다. 그래서 혈관외과 전문의는 병이 생겼을 때 치료하는 역할뿐만 아니라, 예방 차원에서 생활습관 개선을 강조하고 정기검진을 권고하는 역할도 합니다.

결국 혈관외과 전문의는 우리 몸의 혈류가 막힘없이 흐르도록 지켜주는 보이지 않는 수호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동차 도로가 정체되면 사회 전체가 마비되듯이, 혈관이 막히면 몸 전체가 영향을 받습니다.

혈관외과 전문의는 이 도로망을 뚫고, 보수하고, 안전하게 유지해 주는 전문가입니다.

Vascular surgeon... 뭐 발음도 좀 힘들고 낯설 수 있지만, 나이가 들수록 또는 만성질환을 안고 있는 사람이라면 언젠가는 이 분야 의사선생님들의 도움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