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산안토니오는 지질학적으로 매우 흥미로운 도시입니다.

표면만 보면 평범해 보이지만, 땅속에는 수천만 년 동안 쌓인 지구의 역사가 켜켜이 남아 있습니다. 이 도시를 이해하려면 먼저 위치와 지질대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산안토니오는 에드워즈 고원과 남텍사스 평야가 만나는 경계선에 자리하며, 두 지질권을 가르는 발콘스 단층대 한복판에 놓여 있습니다.

발콘스 단층대는 수백만 년 전 지각이 갈라지고 내려앉으면서 형성된 거대한 단층 지대입니다.


지하를 이루는 주된 암석은 백악기 얕은 바다에서 퇴적된 석회암입니다. 이 석회암층에는 고대 조개·암모나이트 같은 해양 화석이 흔히 포함돼 있어, 건설 현장이나 채석장에서 화석이 발견되곤 합니다. 석회암은 산성 빗물에 조금씩 녹기 때문에, 오랜 세월에 걸쳐 카르스트 지형을 만들어 왔습니다.

그 결과 산안토니오 일대에는 내추럴브리지 동굴, 케이브 위드아웃어네임처럼 규모가 큰 석회동굴이 여럿 존재하며, 곳곳에 싱크홀과 작은 종유동굴도 분포합니다.

이 석회암 지층 안에는 에드워즈 대수층이 자리합니다. 대수층은 벌집처럼 얽힌 균열과 동굴을 통해 빗물을 빨아들여 천연 저장고 역할을 하는데, 산안토니오 시민에게 생활용수와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핵심 수자원입니다.

대수층의 충전(재충전) 지대는 바로 발콘스 단층대를 따라 얇게 펼쳐져 있어, 시에서는 토지 개발과 오염원을 엄격히 관리하며 물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조금 더 깊은 곳에는 트리니티 대수층이 놓여 있어, 외곽 지역의 지하수 개발에도 활용됩니다.

이 지역은 큰 지진이 드문 곳이지만, 과거에 활발했던 지각 변동 덕분에 단층선을 따라 완만한 절벽과 단차가 이어지고, 지표수와 지하수가 만나 샘과 동굴이 발달해 있습니다. 사우스 텍사스 평야의 평탄한 지형과 대비되는 산안토니오 북·서쪽의 기복 있는 지형은 바로 이 단층 활동의 결과입니다.


지형과 토양을 살펴보면, 시가지 대부분은 얕은 토양 위에 단단한 석회암 기반이 있어 배수가 잘되지만, 토심이 얕아 건조기에 식물 생육이 까다로울 때가 많습니다. 반면 강을 따라 형성된 충적토 지역은 점토와 실트가 두텁게 쌓여 있어 비옥도가 높고, 과거에는 목화·채소 재배지로 이용되기도 했습니다. 도시 동쪽으로 조금만 나가면 검은색 점토질의 블랙랜드 프레리 토양이 나타나는데, 이는 고대 홍적층이 풍화된 결과입니다.

발콘스 단층대 남쪽, 곧 산안토니오 남부와 인접한 이글 포드 셰일 지대는 석유·가스 생산이 활발한 곳으로, 깊은 탄성퇴적암이 주를 이룹니다. 북서쪽의 힐컨트리로 올라가면 석회암 위에 얇은 처트층과 고령토가 드러나며, 지표가 돌출된 황량한 고원 풍경이 이어집니다.

동굴·샘·단층 절벽은 생태계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석회암 지대에서 솟는 샘은 일정한 수온과 유량을 유지해 멸종위기종인 텍사스 블라인드새먼 같은 동굴 특산종의 서식지를 제공합니다. 동시에 샘물은 코마럴 스프링스와 샌마르코스 스프링스처럼 휴양·관광 자원으로 활용되며, 도시 문화와 경제에도 깊숙이 자리잡았습니다.

결국 산안토니오 땅속에는 고대 바다의 석회암이 기반을 이루고, 발콘스 단층대와 에드워즈 대수층이 지형과 수자원을 좌우합니다. 지표의 잔잔한 풍경과 달리 지하에는 복잡한 단층, 동굴, 대수층이 뒤엉켜 있어 이 지역을 한층 더 매력적인 지질·생태 탐방지로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