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는 보통 전선을 통해 흐르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공기 중으로도 전력을 보낼 수 있는 ‘무선 전력 전송 (Wireless Power Transfer, WPT)’ 기술이 존재합니다.
무선 전력 전송의 기본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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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 전력 전송은 전자기장을 매개로 에너지를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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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방식은 자기 유도 (Magnetic Induction) 방식과 자기 공진 (Magnetic Resonance)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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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방식 모두 송신 코일이 만든 교류 자기장을 수신 코일이 다시 전류로 변환하는 구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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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말해, 보이지 않는 전자기 에너지의 다리를 놓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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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리 응용 — ‘무선 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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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Qi(치)’ 패드, 스마트워치·무선 이어폰 충전기, 전기차 주차식 충전 패드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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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일 사이 거리가 수 ㎝ 정도로 짧을수록 효율이 높으며, 최신 Qi 2 표준은 15 W 이상의 출력과 위치 자동 정렬 기능을 지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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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용 임플란트 배터리, 전동 칫솔과 같이 ‘밀폐형·방수형’ 기기가 케이블 없이 충전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입니다.
중·장거리 실험 — ‘공중 전력 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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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웨이브(MW) 빔: 수 GHz 대역 전파를 파라볼라 안테나로 집중해 수십 m 떨어진 드론에 전력을 공급하는 시험이 미국·일본에서 수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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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저 파워 빔: 반도체 레이저를 수 km까지 쏘아 태양광 셀로 변환하는 방식이 연구되고 있습니다. 밤에도 가능하지만, 대기 흡수·안전 규제가 걸림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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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F 에너지 수확(Energy Harvesting): 저전력 IoT 센서가 주변 방송·Wi-Fi 신호 중 극소 전력을 모아 배터리 없이 동작하도록 하는 실험도 진행 중입니다.
역사적 배경과 표준화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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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 테슬라는 1900년대 초 워든클리프 타워에서 200 kW급 고주파를 지구 공명으로 전송하려 했지만 자금 부족으로 중단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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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IEEE, AirFuel Alliance가 6.78 MHz 공진 방식·13.56 MHz 근거리 방식 규격을 마련해 상호호환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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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주행 중 충전을 위한 ISO 15118(플러그·무선 모두 포함) 표준도 단계적으로 정비되고 있습니다.
한계와 해결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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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 저하: 전송 거리가 늘어날수록 전자기 복사 손실이 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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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성: 인체 노출 기준(예: ICNIRP 가이드라인)을 만족하려면 출력 밀도를 제한해야 하므로 고출력 원거리 전송이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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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섭 문제: 의료기기·통신 신호와 주파수가 겹치면 전자파 간섭(EMI)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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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비 비용: 고성능 코일·쉴딩·정밀 전력전자 회로가 필요해 초기 투자비가 높습니다.
상용화·연구 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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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미국 방위 분야에서 드론 체공 시간을 늘리기 위한 마이크로웨이브·레이저 충전 시험이 진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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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스타트업은 사무실 천장·가구에 송신 안테나를 내장해 “폰을 어디에 두어도 자동 충전”되는 솔루션을 시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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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이스라엘 등에서는 고속도로·버스 노선 아래에 코일을 매립해 주행 중 전기차를 충전하는 파일럿 프로젝트가 가동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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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우주국(ESA)은 2030년대 태양광 위성을 지상으로 전력 빔 전송하는 ‘솔라 파워 새틀라이트’ 개념 실증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가까운 미래에는 스마트폰·웨어러블·가전 등 생활권 기기에서 ‘완전 무선 충전 환경’이 먼저 정착할 가능성이 큽니다. 장거리·고출력 전송은 효율·안전 기준을 만족해야 하므로 에너지 저장 기술과 함께 단계적 발전이 예상됩니다. 결국 “선 없는 시대”가 오려면, 고효율 전력전자·안테나 공학·전자파 안전 규제의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는 점을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