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살면서 느끼는 것 중 하나는, 복잡하거나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집중력'을 쉽게 잃는다는 거다.
집중하지 못하고 산만해지는 직장인의 문제는 실리콘밸리 같은 곳에서는 거의 생존의 문제다.
수많은 IT기업과 스타트업이 넘치는 여기선 개발자들이 머리좋은건 기본이고, 얼마나 집중해서 빨리 결과물을 내느냐가 중요하다. 문제는.... 경력이 쌓일수록 경험치는 올라가지만 집중해서 빠른 결과물을 내놓는다는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거다.
그래서일까. 미국 전역에서는 ADHD 진단을 받고 에더럴(Adderall), 비반세(Byvance) 같은 자극제 기반 처방약을 복용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2023년 기준으로 미국 내 성인 ADHD 환자 수는... 놀라지 마시라 무려 1500만 명을 넘겼고, 이 중 상당수가 생업과 학업 성과를 위해 이런 약에 의존하고 있다.
출처: https://www.cdc.gov/mmwr/volumes/73/wr/mm7340a1.htm
그런데 에더럴의 주요 성분은 암페타민(Amphetamine)과 덱스트로암페타민(Dextroamphetamine)이다. 이 두 가지는 모두 중추신경계 자극제(CNS stimulant)로, 집중력 향상과 각성 효과를 주지만 의존성과 남용 위험이 매우 높다고 한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이 약이 허가조차 안 돼 있다.
사실 한국처럼 입시경쟁이 극심한 나라에서 이런 약이 쉽게 풀리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뻔하다.
수험생이나 고시생들, 심지어는 직장인들까지 "공부 잘 되고 집중 잘 되는 약"이라면서 너도나도 찾기 시작할 테니까.
이미 커피, 에너지 드링크, 심지어 홍삼까지 달고 사는 나라에서 에더럴까지 들어오면? 마치 뇌를 갈아 넣는 사회 분위기에 불을 지피는 셈이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이 약이 단순히 '의료용' 뿐만 아니라 통제 대상이 되는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한국에서 불법(?)인 약들은 뇌의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 수치를 높여 집중력을 극대화하는데,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식욕 저하, 불면증, 불안, 심장박동 이상증상..... 심지어 약물 의존성까지 따라온다.
문제는, 우리 대부분은 진단받은 ADHD 환자가 아니라는 것.
하지만 현대사회는 우리 모두에게 일종의 '가짜 ADHD'를 유발한다.
이메일, 알람, SNS, 카톡, 영상통화, 쇼츠, 틱톡, 슬랙... 매일같이 접하는 정신적인 자극이 너무 많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집중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건강한 우회로'를 찾고 있다.
여기서 떠오른 키워드가 바로 기능성 보충제(Nootropics)다.
대표적인 것이 카페인이다. 커피, 레드불이나 몬스터같은 에너지 드링크, 5-Hour Energy는 이미 대중화된 집중력 도구다.
내가 인턴으로 근무한 회사에서는 탕비실 냉장고 반이 레드불, 반이 미네랄워터였다....
문제는, 카페인은 장기적으로 내성이 생기고, 위장장애나 불면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좀 더 부작용이 적고, 자연적인 뇌기능 보조제를 찾는 흐름이 생겼다.
여기서 주목받는 게 L-티로신(L-Tyrosine)과 L-테아닌(L-Theanine)이다.
L-티로신: 스트레스를 이기는 뇌 연료
L-티로신은 아미노산의 일종으로, 뇌에서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에피네프린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특히 수면 부족, 과로, 멀티태스킹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뇌의 회로를 안정시키는 데 탁월하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미 육군 연구소(USARIEM)에서는 티로신이 군인들의 집중력과 반응속도를 개선했다고 보고한 바 있다.
나도 코드 리뷰하다가 뇌가 멍해질 때 티로신을 복용해봤는데, 확실히 '브레인 포그라고 하는 머릿속 안개가 걷히는 느낌'이 있었다.
사실 L-티로신이 풍부한 음식은 우리가 매일 섭취하는 단백질이 많은 식품에 많이 들어있다. 닭가슴살, 계란, 연어, 참치 등 생선류, 두부, 콩류, 치즈 (특히 파르미지아노 같은 숙성 치즈), 우유 및 요거트, 땅콩, 아몬드, 해바라기씨, 아보카도 같은 음식말이다.
매일 음식으로도 보충되지만, 뇌로 바로 보내려면 일정량 이상이 필요하고, 그래서 보충제 형태로 섭취하는것이 도움이 된다. 티로신은 섭취 후 느낌은 카페인처럼 확 느껴지지 않지만 어딘가 은은하게 정신이 차분해지고 집중 모드로 들어가는 데 도움이 된다.
마켓이나 월마트 그리고 아마존에서 엄청나게 많은 업체들이 제조하고 판매중이며 하루 복용량은 성인기준 500mg-1500mg 정도면 적당하다. 가격은 90캡술에 $9부터 시작하니까 부담스러운 가격도 아니다.
L-테아닌: 뇌파를 낮추는 녹차 속 친구
L-테아닌은 녹차잎에서 추출되는 아미노산이다. 카페인과 함께 복용할 경우, 집중력은 유지하면서 불안감과 과한 각성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실제로 일본과 영국의 여러 실험에서, 테아닌이 '편안한 집중 상태'를 유도한다고 밝혀졌다. 말하자면 '고요한 몰입' 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나처럼 개발자들 사이에선 '모닝커피 + 테아닌 캡슐' 조합이 일종의 루틴처럼 자리 잡기도 했다.
나는 한 단계 더 나가서, 'L-티로신 + L-테아닌' 칵테일을 만든다. 카페인은 되도록 줄이고, 대신 아미노산 조합으로 집중력을 조절하는 방식이다.
이 조합은 나 같은 사람에게 아주 잘 맞았다. 불안은 줄이고, 에러 잡고 버그 추적할 때 필요한 지속적인 집중력을 높여준다.
GABA: 이완의 마스터
또 하나 흥미로운 성분은 GABA(감마-아미노뷰티르산)다.
뇌의 흥분을 억제하는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인데, 스트레스에 쉽게 무너지는 사람들에게 특히 효과적이다.
다만, 뇌혈관장벽(BBB)을 넘지 못하는 논란이 있어 경구복용 효과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그래도 나처럼 저녁에 마음을 가라앉히고 싶을 때는 GABA 캡슐을 챙기곤 한다.
시장이 뜨거워지는 이유
이런 기능성 뇌영양제 시장은 현재 미국에서 연 30억 달러 규모를 넘었다.
특히 코로나 이후 재택근무와 디지털 피로, 멀티태스킹 환경이 늘어나면서 수요는 급증 중이다.
'뇌가 피곤한 사회'는 이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자체가 해결하고자 하는 과제가 되었다.
심지어 실리콘밸리 일부 스타트업에서는 직원들에게 테아닌이나 티로신 보충제를 업무효율 향상을 위한 "웰니스 패키지"로 제공하기도 한다.
예전엔 비타민C였다면, 요즘은 '브레인 부스터'가 기본이다.
나는 여전히 약 대신 자연적인 방식으로 내 뇌를 돌보고 싶다.
에더럴처럼 강한 자극제가 아니라, '뇌에게 조용히 말을 거는' 방식이 더 나에게 맞는다고 느낀다.
그래서 티로신과 테아닌 조합을 매일 아침 루틴에 포함시킨다.
뇌가 부드럽게 깨어나고, 코딩할 때도 덜 지친다. 물론 이게 만능은 아니다. 뇌도 결국은 '휴식'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나름의 방식으로 집중력을 사냥하고 있다. 나에겐 그 무기가 L-티로신과 L-테아닌이라는 것.
여러분에겐 어떤 조합이 가장 잘 맞을지 각자 정보를 더 찾아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