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대 중반쯤 되면 병원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식사 자리 단골 소재가 됩니다.

"간만에 건강검진했는데 암이래..." "갑자기 쓰러졌는데 뇌출혈이었대..."

이런 얘기 듣고 나면 제일 많이 나오는 반응이 바로 이거죠.

"아, 보험 좀 들어놓을 걸..."

저는 올해로 55세. 아직 일해야 하고, 은퇴도 생각해야 하고, 부모님 병원 모시랴, 자식 교육하랴 정신이 없습니다.

그러다 보면 내 건강은 늘 뒷전이 되죠. 문제는 진짜 아플 때는, 돈이 없어서 더 아프다는 거예요.

미국에 살고 있는 저 같은 한인 남성들이 "미리 들어두면 큰 병 걸렸을 때 진짜 후회 안 할 보험들"에 대해 한번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이건 보험 광고도 아니고, 그냥 현실적인 조언입니다.

실손의료비 보험 (Medical Expense Reimbursement Insurance / Supplemental Health Insurance)

한국에선 "실비보험"이라고도 많이 부르죠. 미국에서는 이런 개념이 기본적으로는 employer group health plan에 포함되어 있거나, Medicare Supplement 혹은 private supplemental insurance 형태로 가입하게 됩니다. 쉽게 말해서, 병원에서 실제로 나간 돈을 일정 부분 돌려주는 보험이에요. 예를 들어 CT, MRI, 응급실 방문, 수술비, 입원비 등 본인 부담금이 클 경우, 이 보험이 상당 부분을 커버해줍니다.

중요 포인트는, 이건 나이 들수록 보험료가 올라간다는 것. 젊고 건강할 때 들어야 싸게 오래 유지할 수 있습니다.

암보험 (Cancer Insurance)

실손보험이 병원비를 커버한다면, 암보험(Cancer Insurance)은 진단만 받아도 목돈(Cash benefit)이 한 번에 들어오는 보험입니다. 진단금 $10,000~$50,000 이상이 한 번에 지급되는 구조죠. 이 돈은 단순히 치료비뿐 아니라 수입이 끊겼을 때 생활비, 간병비, 대체 소득 역할도 해줍니다. 요즘은 암 종류별로 보장금이 다른 플랜도 있어서, 가족력이나 본인 건강 상태에 따라 선택적으로 가입하면 좋습니다. 미국 보험사들도 Aflac, Mutual of Omaha, Cigna 등에서 판매 중입니다.

뇌혈관/심장질환 보험 (Stroke & Heart Attack Insurance)

미국식 용어로는 Critical Illness Insurance 안에 포함되기도 하고, 따로 Heart/Stroke Insurance라는 상품으로 분리되기도 합니다.

남자들 50대 넘으면 진짜 심장병(Heart Attack)이랑 뇌졸중(Stroke) 위험이 확 올라갑니다. 문제는 치료비보다도 그 뒤의 후유증, 재활치료, 그리고 일 못 하는 동안의 수입 공백이 더 크다는 점이에요. 실제로 제 지인도 뇌경색으로 쓰러진 후, 2년 넘게 직장 복귀 못 하고 간병인 붙이고 재활치료비 쓰느라 집 담보까지 잡았습니다. 그걸 보면서 이 보험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어요.

장기요양보험 (Long-Term Care Insurance)

솔직히 이건 젊을 땐 관심도 없었던 보험입니다. 근데 나이 드니까 점점 '누가 나를 돌봐줄까'란 생각이 머리를 맴돌아요. 치매(Dementia), 파킨슨병(Parkinson's), 중풍(Strokes) 같은 질병이 생기면 집에서 혼자 생활하는 게 불가능해지죠.

이럴 때 필요한 게 Long-Term Care Insurance입니다. 미국에선 Genworth, Mutual of Omaha, Transamerica 같은 보험사들이 주요 공급자입니다. 보통은 일상생활 동작(Activities of Daily Living, ADLs) 중 2개 이상을 못 하게 되면, 보험금이 매달 지급됩니다. 예: 식사, 목욕, 옷 입기, 화장실 사용 등.

건강연동형 보험 (Wellness-Based Plans / Usage-Based Insurance)

요즘 미국에서도 보험료를 건강관리 결과에 따라 할인해주는 프로그램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혈압/콜레스테롤 수치가 좋아지면 보험료 할인, 피트니스 앱 연동해서 매일 10,000보 걸으면 리워드 지급, 체중 감량 성공 시 보험료 할인등등.... United Healthcare나 Aetna 같은 곳에서 이런 Wellness Rewards를 운영하죠. 건강을 관리하면서 실질적인 금전적 혜택도 받을 수 있으니, 이런 프로그램도 꼭 살펴볼 만합니다.

미국 병원비는 진짜 말도 안 되게 비쌉니다.

응급실 한 번만 다녀와도 몇 천 불, 입원이라도 하면 바로 만 불 넘죠. 그때 가서야 보험 생각하면 이미 늦은 거예요.

보험은 내가 아플 때 병원비를 대신 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아파서 돈을 못 벌게 되었을 때 그 공백을 메워주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지금 건강하다고 안심할 나이는 아닙니다.

"언젠가"가 아니라, "지금" 준비해야 덜 후회합니다.

그리고 꼭 기억하세요. 보험은 건강할 때만 가입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아프고 나면, 아무리 돈이 있어도 가입 자체가 불가능 합니다.

그러니까, 늦기 전에 보험 한 번 제대로 살펴보세요.

나중에 병실에서 '아, 이거라도 들어놓아서 정말 다행이다...'  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