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샌안토니오에 살면서 습관처럼 반복하는 일이 아침에 일어나면 휴대폰을 열고 오늘 날씨부터 보는 것이다.
특히 제일 먼저 보는 건 온도가 아니라 비가 오는지 안 오는지다.
"오늘은 비가 오려나?"
이걸 확인해야 하루 일정을 대충 정할 수 있다. 비가 안 오면 걷기도 하고, 밖에서 볼일도 보고, 세차를 할 수도 있다.
그런데 비 소식이 있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특히 비 올 확률이 높다고 하면 단순히 우산 하나 챙기면 되는 문제로 생각하기가 어렵다.
이곳에서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배우게 되는 단어가 바로 Flash Flood, 갑작스러운 폭우로 인한 홍수다.
샌안토니오는 평소에는 건조하고 햇빛이 좋은 날이 상당히 많다.
그런데 비가 한번 제대로 내리기 시작하면 짧은 시간에 상당한 양이 쏟아지는 경우가 있다.
문제는 이런 비가 도로나 낮은 지대에 순식간에 물을 채울 수 있다는 것이다.
평소 아무렇지도 않게 다니던 길이 갑자기 물에 잠기기도 한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Turn Around, Don't Drown"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도로에 물이 차 있으면 깊이를 짐작해서 지나가려고 하지 말고 그냥 돌아가라는 뜻이다.
처음 샌안토니오에 왔을 때는 조금 이상했다. 이렇게 맑고 건조한 도시에서 왜 홍수 이야기를 그렇게 많이 하나 싶었다.
그런데 몇 번 강한 비를 경험하고 나니까 이해가 됐다. 비가 자주 오는 것과 짧은 시간에 많은 비가 오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였다.
그렇다고 샌안토니오가 비 때문에 살기 불편한 곳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반대에 가깝다.
보통 한 달을 놓고 보면 비가 오는 날은 대략 3~6일 정도이고, 이런 패턴이 1년 내내 이어진다.
물론 계절에 따라 차이는 있다. 봄이나 초여름에는 비가 조금 늘어나고, 한여름에는 상당히 건조한 시기도 있다.
그래도 한 달 내내 흐리고 비가 이어지는 날씨는 아니다. 비가 한번 지나가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파란 하늘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개인적으로는 이게 샌안토니오 날씨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햇빛을 보기 힘든 지역도 아니고, 그렇다고 사막처럼 일 년 내내 비 구경하기 어려운 곳도 아니다.
적당히 비가 오면서 대부분의 날은 야외 활동을 할 수 있다. 다만 비가 예보된 날만큼은 조금 다르게 생각해야 한다.
비가 없다면 평소대로 하루를 시작한다. 하지만 강한 비와 플래시 플러드 가능성이 보인다면 외출 시간과 이동 경로부터 다시 생각한다.샌안토니오에서 비는 자주 찾아오는 손님은 아니다. 홍수만 알고 대비한다면 샌안토니오의 기후는 생활하기 상당히 괜찮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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