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건강에 생채소가 좋을까, 데친 채소가 좋을까? - Palisades Park - 1

주방에서 자주 고민하게 되는 게 채소를 어떻게 먹을까 예요.

샐러드에 넣을 파프리카를 보면서 "그냥 볶아서 먹을까" 싶고, 토마토 놓고 "이거 그냥 먹는 게 나은가, 올리브유에 볶는 게 나은가" 망설이게 되거든요.

제가 살림을 오래 하다 보니까 채소가 생으로 먹어야 제값 하는 애들이 있고, 열을 가해야 오히려 몸에 더 잘 들어가는 애들이 따로 있어요.

우선 비타민C가 많은 채소는 무조건 생으로 먹는 게 유리하다고해요.

비타민C라는 녀석이 성격이 좀 까다롭거든요. 열에도 약하고 물에도 약해서 끓는 물에 오래 담그면 그냥 쭉 빠져나가 버려요.

그래서 파프리카나 피망, 양배추, 적채처럼 비타민C가 꽉 찬 애들은 샐러드로 아삭하게 먹는 게 정답이에요.

우리 애들 도시락 쌀 때도 파프리카는 꼭 생으로 채 썰어 넣거든요. 익히면 그 쨍한 색도 죽고 맛도 물러져서 별로예요.

대신 생으로 먹을 때는 세척이 진짜 진짜 중요하다고해요. 물에 잠깐 담갔다가 흐르는 물에 오래 헹궈주시고, 세척제 쓰실 거면 꼭 과일·채소용인지 확인하고 쓰셔야 해요.

근데 반대로 열을 받아야 영양이 더해지는 채소도 있어요. 대표가 바로 토마토예요. 제가 이 사실을 알고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토마토에 있는 라이코펜이라는 성분이 있는데, 코넬대에서 연구한 걸 보면 토마토를 80도에서 30분 정도 가열했을 때 우리 몸에 흡수되는 라이코펜 양이 무려 35%나 늘어난다고해요. 거기다 올리브유 같은 기름이랑 같이 먹으면 흡수율이 4배에서 9배까지 뛴다는 말도 있더라고요.

분들이 토마토에 설탕 뿌려 먹는 거 좋아하시잖아요. 근데 설탕은 오히려 비타민B 흡수를 방해한다고 해서, 저는 요즘 그냥 올리브유에 마늘이랑 볶아서 파스타에 올리거나, 계란이랑 같이 토마토 계란볶음 해 먹어요. 훨씬 든든하고 아이들도 잘 먹어요.

당근도 비슷한 경우예요. 당근 속 베타카로틴은 지용성이라서 기름 없이는 몸에 제대로 안 들어간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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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당근을 생으로 스틱으로만 먹기보다는 볶음이나 조림, 아니면 참기름 살짝 두르고 나물처럼 무쳐 먹는 게 훨씬 똑똑한 방법이에요.

브로콜리는 또 반대로 너무 푹 삶으면 안 되는 애예요. 브로콜리 하면 떠오르는 항암 성분 설포라판이라는 게 있는데, 오래 삶으면 관련 효소가 죽어버려서 효과가 확 떨어진대요. 그냥 찜기에 넣고 1분에서 3분 정도만 살짝 쪄주는 게 제일 좋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전용 찜기를 쓰거나 전자레인지에 물 살짝 뿌려서 랩 씌우고 2분만 돌려요. 색도 예쁘고 아삭한 식감도 살아서 아이들도 잘 집어먹어요.

그리고 우리가 평소에 간과하기 쉬운 게 하나 있는데요, 채소를 데치면 소화가 한결 편해진다는 점이에요.

시금치 한 단을 생으로 다 먹으려면 한 대야만큼 되잖아요. 근데 데치면 한 줌으로 확 줄어들어서 한 번에 쏙 먹을 수 있어요.

비타민C가 좀 빠지긴 해도 전체 섭취량이 늘어나니까 식이섬유나 다른 미량 영양소는 오히려 더 많이 먹게 되는 거예요.

특히 시금치나 근대 같은 잎채소에는 질산염이라는 성분이 있는데, 데치는 과정에서 상당량이 빠져나온다고해요. 

소화 잘 안 되시는 어르신들이나 위장 예민한 분들, 어린아이들한테는 이게 훨씬 안전하고 편한 선택이에요.

그리고 이건 꼭 아셔야 하는 건데, 아예 생으로 먹으면 절대 안 되는 채소들도 있어요.

두릅이랑 고사리, 원추리순 같은 산나물이 그래요. 독성 성분이 들어있어서 반드시 끓는 물에 푹 데쳐야 안전하다고해요. 봄이 되면 한인 마트에 이런 나물들이 쫙 깔리는데, "생나물이 더 싱싱하고 좋은 거 아니야?" 하면서 그냥 드시는 분들 가끔 계시거든요.

절대 안 돼요. 특히 고사리는 데친 뒤에 찬물에 오래 우려내기까지 해야 완전히 안심할 수 있어요. 건나물을 불려 쓰시는 분들도 꼭 한 번 더 삶아주시는 게 좋아요.

결국 파프리카처럼 아삭하게 생으로 집어 먹을 애가 있고, 토마토처럼 기름에 볶아야 진가를 내는 애가 있고, 브로콜리처럼 적당히만 익혀야 하는 까다로운 애도 있어요. "

채소는 무조건 생이 최고"라는 말도, "채소는 익혀 먹어야 영양소가 산다"는 말도 둘 다 반만 맞는 말이에요.

오늘 저녁 반찬 생각하시면서 냉장고 여실 때, 그 채소가 어떤 타입인지 한번 떠올려보세요.

똑같은 돈 주고 사 온 채소인데 조리법 하나 바꾸는 걸로 우리 가족 건강이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살림하는 사람 입장에선 이만한 꿀팁이 또 없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