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 방송 그리고 유튜브를 보다 보면 가장 눈에 띄게 뜨고 있는 동양계 코미디언이 바로 로니 쳉 (Ronny Chieng)입니다.

스탠드업 코미디언의 대박 찬스라고 할 수 있는 넷플릭스 스페셜에도 나오고, 어느정도 유명한 미국 영화에도 나오고, 돈 많이 벌 수 있다는 미국 TV 광고에서도 등장하면서 이젠 진짜 대중적인 인물로 자리 잡았습니다.

로니 쳉 (Ronny Chieng)은 말레이시아에서 태어나 싱가포르와 호주에서 살다가 미국에서 활동을 해온 글로벌 배경 덕분에 그의 유머는 국경을 넘나드는 게 특징입니다.

로니 첸은 원래 호주 멜버른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변호사가 될 줄 알았는데, 우연히 대학 축제에서 코미디 무대에 올라가 인생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관객들이 웃는 걸 보면서 "이게 진짜 내가 잘할 수 있는 거구나" 느꼈다고 하죠. 이후 멜버른 코미디 페스티벌에서 신인상을 타면서 본격적인 코미디언의 길을 걷게 됩니다.

그가 미국에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건 '더 데일리 쇼(The Daily Show)'에 합류하면서부터였습니다.

날카롭고 직설적인 풍자 스타일 덕분에 순식간에 주목받았고, 특히 인종차별적인 보도를 꼬집는 리포트는 유튜브와 SNS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습니다. 최근에는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최초의 독재자인가"라는 수위높은 언급으로 SNS에서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습니다.


그는 단순히 웃기는 사람이 아니라 사회적 이슈를 코미디로 해석할 줄 아는 사람으로 평가받습니다.

놀라운 건 그가 미국 영주권자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나 정치권을 향해 거침없는 풍자를 던진다는 점입니다. 아주 똑똑한 개그 그리고 정확한 기승전결이 살아 있는 유머를 구사합니다. 성대묘사도 일절 없고 오로지 느낌이 살아있는 그라데이션 분노 스토리를 유머로 살리는데 아주 능한 친구입니다.

이민 정책, 세금 문제, 정치인들의 위선, 현정권의 아이러니 같은 주제를 아주 노골적으로 비꼬면서도 듣는 사람을 기분 나쁘지 않게 만드는 절묘한 균형 감각을 보여줍니다. 미국 내 아시아계 코미디언 중 이렇게 수위를 높여 정부를 비판하면서도 인기를 얻는 경우는 드물죠.

그의 코미디는 날이 서 있지만 동시에 높은 단어수준과 억지웃음이 전혀 없어서 요즘 새대와 잘 맞는 유머를 보여줍니다. 말투는 액센트도 좀 있고 가끔 어눌한데, 말 끝마다 정곡을 찌릅니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 스페셜 'Asian Comedian Destroys America!'에서 그는 미국인들의 과소비 문화, 인터넷 쇼핑 중독, 그리고 인종적 편견을 풍자하면서 관객을 빵빵 터뜨립니다.

그리고 항상 깔끔한 슈트 차림에 냉소적인 표정으로 등장하는데 그의 캐릭터가 그의 실제 이미지와 겹칩니다. 이후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에도 출연하며 할리우드 무대에서도 입지를 다졌고, 2022년엔 공포 영화 'M3GAN'(메간)에서도 출연했습니다. 거기서 그는 테크 회사의 임원으로 나와 냉소적인 성격을 그대로 살려서 웃음과 긴장을 동시에 주는 역할을 해냈죠.

또 하나 흥미로운 건 그가 출연한 '올드 스파이스(Old Spice)' TV 광고입니다. 보통 Old Spice 광고는 과장되고 터무니없이 웃긴 설정으로 유명하잖아요. 로니 첸이 거기서 보여준 모습은 완전 찰떡이었어요. 2024 Super Bowl 광고에 나올정도로 미국 대중들에게 유명해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의 유머에는 일관된 주제가 있습니다. 바로 '이민자 정체성'과 '문화적 충돌'. 미국에서 아시아인으로 살아간다는 게 어떤 건지를 그는 웃음으로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아시아인 부모들이 자식에게 거는 기대, 백인 중심 사회에서 느끼는 미묘한 거리감, 그리고 '성공'에 집착하는 이민자 마인드를 아주 솔직하게 풍자합니다. 그래서 그의 공연을 보면 아시아계 관객은 공감하고, 백인 관객은 새롭게 배우게 되는 그런 묘한 분위기가 만들어집니다.

지금 그는 미국을 대표하는 아시아계 코미디언 중 하나로 자리 잡았고, 앞으로 더 큰 무대에서 볼 가능성이 높습니다. 2025년도 10월인 현재 그는  "Hasan Hates Ronny | Ronny Hates Hasan"이라는 듀오 투어를 하는중이고, 여러 영화 프로젝트에도 이름이 오르고 있습니다.

그는 이제 아시아계 코미디언이라는 배경을 넘어, 미국 그리고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유머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이 시대 가장 흥미로운 코미디언 중 한 명임이 분명합니다.

미국에는 유능한 아시안 출신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미국 대중에게 일갈하는 그의 코메디를 보면서, 나는 나도 모르게 그를 응원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