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살다가 텍사스로 달라스에 이사 온 지도 벌써 3년째 됩니다. 여기와서 수도물 걱정은 솔직히 크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막상 와보니, 아... 수돗물 맛이 이렇게 다를 수 있구나 싶더군요.

뉴욕 살 때는 솔직히 수돗물 그냥 마셨어요. 뉴욕 수돗물은 애팔래치아 산맥의 깨끗한 수원지에서 오는데, 부드럽고 냄새가 거의 없어요. 물맛이 맑아서 커피나 차를 탈 때도 별 차이 못 느꼈죠. 그 덕에 브리타 필터도 많이 안쓰고 가끔 차를 우릴때 사용한 적이 많았어요.

그런데 달라스에 와서 바로 물 한 잔 따라 마셨는데... 입안에서 퍼지는 묘한 흙냄새, 그리고 약간의 염소 냄새가 확 느껴졌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달라스 수돗물은 뉴욕같은 지하수물과 달리 주로 강과 호수(대표적으로 라번 호수, 루이스빌 호수)에서 끌어와 정수한 물이더군요.

지하수가 아니라 표면수(surface water)다 보니, 계절·기온·조류 번식 상태에 따라 맛과 냄새 변화가 더 심할 수 있습니다.

특히 여름철에는 조류 번식이 활발해져서 흙냄새나 풀냄새 같은 '지오스민(Geosmin)' 향이 강해진다고 해요.

소독을 위해 염소를 더 많이 쓰는 시기엔 약품 냄새도 확 올라옵니다.

그래서 저는 바로 브리타 필터를 꺼냈습니다. 브리타는 활성탄과 이온교환 수지를 이용해서 염소 냄새, 일부 금속 성분, 그리고 불쾌한 맛을 걸러줍니다.

달라스에서는 이 필터가 거의 필수품처럼 느껴졌어요. 필터를 거치면 물맛이 훨씬 부드럽고 잡내가 줄어듭니다.

그렇다고 브리타가 모든 걸 다 해결해 주는 건 아니에요. 브리타는 세균을 완벽하게 걸러주는 정수기가 아니고, 중금속 제거 능력도 제한적입니다.

하지만 수돗물 맛과 냄새를 개선하는 데는 정말 효과가 있습니다.

미국 전역을 놓고 보면, 브리타가 꼭 필요한 지역과 굳이 없어도 되는 지역이 나뉩니다.

예를 들어, 뉴욕·시애틀·포틀랜드 같은 곳은 수원지가 산악지대에 있어 수질이 비교적 깨끗하고, 물맛이 좋아서 브리타 없이도 편하게 마시는 사람들이 많아요.

텍사스, 애리조나, 네바다처럼 건조한 지역은 강·호수 등 표면수를 주로 쓰고, 장거리 송수 과정에서 맛이 변하거나 소독약 냄새가 강해집니다.

이런 곳에서는 브리타 같은 필터가 물맛 개선에 큰 도움을 줍니다. 또 미시간 주 플린트처럼 낡은 수도관 문제로 납 오염 위험이 있는 지역은 브리타보다는 중금속 제거 전용 필터나 역삼투압(RO) 정수기를 쓰는 게 안전합니다.

결론적으로, 달라스에서의 제 생활에는 브리타가 '물맛 복구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어요.

아침에 커피를 타도, 아이들 물병에 채워 넣어도 훨씬 만족스럽습니다. 뉴욕에서는 굳이 필요 없었던 물건이, 여기서는 생활 필수품이 된 셈이죠.

물맛이 거슬린다면 브리타 같은 필터 하나로 시작해 보는 걸 추천합니다.

돈도 크게 들지 않고 하루하루 마시는 물이 훨씬 즐거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