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뉴욕에서 살면서 제일 먼저 충격받은 건 바로 추위였다.

요즘에는 추운 겨울을 보낼때마다 이 추운 지방에서 오래 살다 보면 장수하기가 힘들지 않나 하는 생각이 요즘 자꾸 든다.

첫째, 추운 지방에 살면 겨울마다 집 밖을 나가기가 싫어진다. 차 시동 거는 순간부터 싸움이 시작된다. 시트에 앉자마자 엉덩이가 얼음판이고,  누가 나가서 운동을 하겠는가. 운동부족이 곧바로 찾아오고, 결국 배는 점점 나오고, 혈압은 오르고, 콜레스테롤은 쌓인다. 의사가 "걷기라도 하세요"라고 하는데, 마이너스 20도 바람 부는 날에 누가 걷고 싶겠는가.

둘째, 추위는 먹는 걸 달라지게 한다. 이상하게 날씨가 추우면 자꾸 기름지고 짭짤한 게 땡긴다. 여름에는 샐러드로도 버티던 사람이 겨울만 되면 스튜, 치즈, 베이컨, 뜨끈한 수프에 빵까지 곁들인다. 문제는 이런 음식들이 죄다 고칼로리라는 거다. 내 몸은 벌써 비상식량을 충분히 축적했는데, 문제는 혹시라도 겨울잠에 들어가야 할 곰으로 착각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셋째, 비타민 D 부족이다. 해가 뜨는 시간이 짧고, 집안에서만 지내다 보니 햇빛을 제대로 못 본다. 피부는 점점 하얗게 질려 가는데, 뼈는 약해지고 면역력은 떨어진다. 의사는 비타민 D 보충제를 먹으라고 하지만, 약통을 열 때마다 드는 생각은 "이게 다 내가 남쪽으로 이사 안 간 죄구나"라는 한숨뿐이다.

넷째, 외로움과 우울증이다. 추운 지방에 살면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눈보라 치는 날엔 친구를 만나러 가기도 귀찮고, 결국 집에서 혼자 넷플릭스만 돌려본다. 그러다 보니 사회적 관계도 약해지고, 마음도 점점 움츠러든다. 우울증은 장수의 가장 큰 적이다. 긴 겨울이 정신건강까지 갈가먹는다는 건, 몇 년만 살아봐도 바로 체감된다.

다섯째, 사고 위험이다. 눈길, 빙판길에서 넘어지는 건 기본이고, 차는 하루가 멀다 하고 미끄러진다. 엉덩방아 찧다가 허리 다치고, 차가 슬립해서 큰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통계적으로도 추운 지역일수록 겨울철 골절과 교통사고 비율이 높다. 이쯤 되면 '추운 곳에서 오래 사는 게 가능은 한가?' 싶다.

그러다가도 사람 마음이 간사해서, 날이 풀리기만 하면 "여기 살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다시 겨울이 오면 "내가 도대체 왜 여기 사는 거지?" 하고 또 한숨을 쉰다. 이게 추운 지방의 숙명인 듯하다.

결론은 이거다. 미국의 추운 지방에서 사는 건 단순히 날씨와 싸우는 게 아니라, 건강과 수명과도 직결된다.

하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 불평하면서도 또 버틴다.

그러다 보면 또 한 해가 지나가고, 나이도 먹는다. 그러니 내가 장수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재밌게 불평하면서 사는 게 답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