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구글링으로 지금 미국 대통령 2번째 하고있는 이 인물의 정보를 읽다보면 "사람이 이렇게까지 정치적으로 변신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뉴욕에서 부동산 재벌로 이름을 날리던 시절의 트럼프는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우파의 아이콘'과는 거리가 멀었거든요. 오히려 민주당 정치인들과 친하게 지내며 파티장에서 어깨동무하던 사진이 심심치 않게 남아 있습니다.

젊은 시절의 그는 정치보다는 화려한 부동산 프로젝트, 카지노, 미스 유니버스 대회 같은 이벤트 사업에 관심이 많았고, 정치 성향을 드러낸다고 해도 그때그때 유리한 쪽에 줄을 대는 '실용주의자'에 가까웠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1980~90년대에 들어서면서 그의 언행은 조금씩 보수적 색채를 띠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내 제조업 쇠퇴와 글로벌 무역의 확산이 맞물리면서, 트럼프는 일찌감치 "중국과 일본이 미국의 부를 빼앗아 간다"는 주장을 내놓았었죠.

당시에는 그저 부동산 업계 억만장자의 푸념 정도로 여겨졌지만, 나중에 보면 이게 그의 정치적 브랜드의 시초가 되었습니다. 한마디로 "미국 우선주의"라는 씨앗을 일찍 뿌려둔 셈이었습니다.

2000년대 초반에는 한때 개혁당 후보로 대선 출마를 저울질하기도 했는데, 그때만 해도 낙태 문제나 총기 규제에 대해서는 지금보다 훨씬 유연한 입장을 보였었습니다. 하지만 대중적 반응은 미지근했고, 그는 다시 본업으로 돌아갔습니다.

'어프렌티스' 같은 리얼리티 쇼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정치보다는 셀러브리티 이미지가 훨씬 강했던 시절이었죠.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그가 미국 보수 진영의 구세주처럼 떠오를 거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트럼프가 진짜로 정치 무대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한 건 오바마 시대 들어서부터였습니다. 특히 오바마의 출생지 음모론, 이른바 '버서 운동'을 앞장서서 퍼뜨리면서 공화당의 급진 보수층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거죠.

원래 공화당 내에는 워싱턴 정가의 '엘리트 정치인'들에 대한 불신이 있었는데, 트럼프는 거침없는 말투와 공격적인 태도로 그런 불신을 대신 표출해주는 인물이 되어 갔습니다. 2015년 대선 출마 선언 때 "멕시코 이민자들은 범죄자다"라는 충격적인 발언은 미국 정치 지형을 단번에 흔들었습니다.

그 발언으로 그는 주류 언론의 비난을 한 몸에 받았지만, 동시에 보수층 대중의 열렬한 지지를 끌어냈습니다. 결국 그는 "정치적 올바름에 맞서는 솔직한 outsider"라는 이미지를 굳히며 공화당 주류와는 다른 길을 열어갔던 거죠.

흥미로운 건, 트럼프의 정치 성향 변화가 단순히 개인적 신념 때문만은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비즈니스맨으로서 언제나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을 맞춘다'는 감각이 뛰어났는데, 이게 정치에서도 그대로 적용된 겁니다.

미국 사회의 불안, 특히 중산층의 붕괴, 제조업 일자리의 해외 유출, 이민 문제에 대한 불만 같은 현실적인 불안을 그는 누구보다 빠르게 캐치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날것 그대로, 과격하게 표현하면서 대중의 공감을 얻어냈습니다. 일종의 시장 조사와 브랜딩을 정치판에서 해낸 셈이었습니다.

이렇게 보면 트럼프가 미국 우파의 희망으로 떠오른 과정은 어쩌면 필연적이었습니다.

워싱턴 정가의 정교한 정치 언어 대신,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단순하고 직설적인 구호. 불법 이민자와 중국을 겨냥한 강경한 비난. 그리고 언제나 대립각을 세우며 '우리가 그들에 맞서 싸워야 한다'는 구도를 강조한 태도. 이런 요소들이 기존 정치인들에 실망한 보수층 유권자들에게는 강력한 카타르시스가 되었던 겁니다.

결국 트럼프는 2016년 대선에서 기존의 공화당 주류 후보들을 꺾고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이는 곧 그의 정치 성향이 보수 진영의 중심으로 완전히 이동했음을 의미했습니다. 물론 그 안에서도 여전히 모순은 많았습니다. 한때는 민주당 정치인들과 친분을 쌓았던 인물이었고,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는 기회주의적으로 말을 바꿔왔던 전력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모순조차 '유연한 협상가'라는 이미지로 포장되며 지지자들에게는 오히려 장점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트럼프가 어쩌다가 미국 우파의 희망이 되었는지를 되짚어 보면, 사실 정답은 단순합니다. 그는 미국 사회가 불안해할 때, 그 불안을 누구보다 크게, 누구보다 직접적으로 소리 내어 말해준 유일한 정치인이었기 때문입니다.

기존 정치인들이 계산된 언어로 피해 가던 문제들을 정면으로 꺼내 놓으면서, '속 시원하다'는 감정을 줬던 거죠. 그 과정에서 그의 성향은 점점 더 보수 쪽으로 기울었고, 이제는 미국 우파의 아이콘으로 완전히 자리 잡았습니다.

트럼프의 정치 여정은 기업가의 사업과 같습니다. 처음에는 왼쪽과 오른쪽을 오가던 브랜드였다가, 자신을 가장 열렬히 소비해줄 시장을 발견하고 그곳에 올인한 겁니다.

그래서 지금 우파 지지자들은 트럼프를 자신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주는 '희망'으로 바라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