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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에 있는 회사에 앉아 각종 프로젝트 리포트들을 붙잡고 살다 보면, 사람 인생이 결국 '편한 선택을 피해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을 점점 더 하게 된다. 어릴 땐 누구나 좋은 대학, 편한 커리어를 택하려고만 했는데, 막상 시간이 지나 돌아보면 내 삶을 가장 크게 바꾼 건 편안함이 아니라 지겹도록 힘든 어려운 과정들이었다.

밤새 업무에 쫓기며 실수하고, 자존심 무너져 울컥했던 날들, 퇴근길에 한숨만 쉬다 집에 들어갔던 그 순간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냈다. 생각할수록 고생이 사람을 강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고생 속에서 '진짜 나'를 마주하게 만든다는 거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디에서 쉽게 흔들리는지, 칭찬 한마디에 들뜨고, 지적 한 번에 좌절하는 내 자존심의 얇음을 그대로 보게 된다. 그런데 바로 그 자리에서 내가 단단해지는 법을 배운다.

체력처럼 정신력도 한계까지 가봐야 어디가 약한지 알 수 있고 그 약점을 다음엔 장점으로 바꾸는 법을 배우는 거다. 힘든 과정을 버티다 보면 관점이 바뀐다. 예전에는 작은 일에도 억울해하고, 왜 이런 일을 나한테 맡기냐고 불평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막상 그 일을 해내고 나면 깨닫는다.

세상에 쉬운 건 없고, 남들이 하는 작은 노력조차 결코 가벼운 게 아니라는 걸. 사람의 성숙함은 결국 '남의 수고가 보이는 눈'을 가지는 데서 시작한다. 그러면 감사함이 생기고, 불평이 줄어든다.

또 하나, 힘든 과정을 거치면 두려움을 다루는 힘이 생긴다. 도전은 항상 불확실하고, 실패하면 욕먹을 수도 있는데, 이걸 한번 넘어서면 이상할 만큼 두려움이 줄어든다. 두려움이 없어져야 성장하는 게 아니라, 두려움과 함께 앞으로 걸어가는 법을 배울 때 비로소 내 발걸음이 강해진다. 그게 진짜 자신감이다. 남이 만들어주는 자신감이 아니라, 내가 버텨서 쌓아 올린 내 힘.

어려운 일을 하다 보면 목표도 또렷해진다. 편한 시간엔 고민이 없다. 하지만 버거운 일을 하면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이 일이 정말 내가 가고 싶은 길이 맞는지, 지금의 고생이 미래에 어떤 의미가 될지. 이런 질문을 반복하다 보면 방향이 선명해진다.

쉬운 길만 가는 사람은 남들이 정한 목표를 향해 살고, 힘든 길도 경험한 사람은 목표를 스스로 선택해 살아간다.

생각해보면, 진짜 실력은 편안함에서 자라지 않는다. 나라는 사람을 키우는 건 부담스럽고 버거운 과정들이다. 그 과정을 해낸 경험이 쌓일 때 비로소 인생이 단단해진다. 그래서 지금 힘들다면, 불행이라고 단정 짓지 말고 이렇게 생각해도 좋다.

"아, 내가 또 한 단계 올라가는 중이구나."

나는 지금, 나라는 자산에 장기투자를 하고 있는 중이다. 15년 뒤 은퇴를 떠올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