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화 끈을 묶고 새벽 어둠을 가르는 사람들, 자전거를 타고 힘든 언덕을 오르는 전문직, 퇴근 후 수영장 레인을 왕복하는 직장인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시간과 돈을 투자해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고생을 마다하지 않는’ 지구력 스포츠 애호가라는 점입니다. 

USA 트라이애슬론·USA 러닝·USA 사이클링 등의 통계를 보면, 이들은 연간 소득 10만 달러 이상, 학력은 대부분 대졸 이상이며, 대다수가 화이트칼라 직종에 종사합니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새벽이나 점심, 퇴근 후 시간을 쪼개 훈련하고, 장비·대회 참가·원정 비용에 기꺼이 지갑을 여는 사람들입니다.

그렇다면 꽤 여유가 있는 이들이 왜 ‘자발적 고통’에 끌릴까요? 

첫째, 명확한 목표와 즉각적인 피드백이 주는 쾌감 때문입니다. 

마라톤 완주·자전거 목표거리 증가·트라이애슬론 기록 갱신 등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목표달성 결과는 ‘성과를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 하는’ 화이트칼라의 성향과 잘 맞습니다.

둘째, ‘몸’으로 경험하는 성취감입니다. 일터에서는 주로 정신노동을 하는 사람들이라, 땀 흘려 신체 한계를 확장하는 과정은 새로운 성공의 느낌들을 제공합니다. 보고서 승인·프로젝트 론칭처럼 결과가 길게는 몇 달 뒤에야 돌아오는 업무와 달리, 훈련 곡선은 성실히 쌓은 만큼 비교적 빠르게 기록에 반영됩니다. 이 즉각성은 직장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자존감을 다지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셋째, 높은 건강 의식과 라이프스타일 이미지 관리입니다. 주 30~40km 러닝이나 주중 아침 수영 루틴은 체지방·콜레스테롤·혈압 수치를 낮추고 ‘웰빙’ 브랜드를 강화해 줍니다. 특히 SNS에서는 인스타에 건강하고 자기주도적인 이미지를 보여주기 좋습니다. 사회적 증명(social proof)을 통해 얻게 되는 칭찬·존경·네트워킹도 무시 못 할 보상입니다.

넷째, 장비·여행·커뮤니티 문화가 주는 재미입니다. 탄소 프레임 자전거, 수입 러닝화, 파워미터 같은 ‘테크 토이’는 IT 기기에 익숙한 전문직 종사자에게 매력적입니다.  또한 보스턴·베를린·코나 같은 메이저 대회 원정은 가족 여행·출장과 결합해 소득 수준이 높은 이들에게 일종의 ‘프리미엄 여가 패키지’가 됩니다. 대회 전후로 열리는 엑스포·클럽 모임은 인맥 형성의 장이기도 합니다.

다섯째, “어제의 나를 이기는” 자기계발 서사에 강력히 반응한다는 점입니다. MBA·전문 자격증·투자 포트폴리오처럼 ‘계속 성장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 계층일수록, 기록과 순위를 숫자로 확인할 수 있는 지구력 스포츠가 자기계발의 연장선으로 다가옵니다. 

한계를 시험하고 울트라마라톤·아이언맨 같은 극단적 도전을 달성하면, “이 정도를 했으니 업무에서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깁니다. 결국 지구력 스포츠는 고소득·고학력층에게 데이터로 확인 가능한 성과, 몸으로 체감하는 즉시 보상, 건강·이미지 관리, 장비·여행·커뮤니티 소비 , 그리고 자기계발 스토리 라는 매력 포인트를 제공합니다. 

돈과 시간이 있어야만 진입할 수 있는 환경적 장벽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 장벽을 넘어선 사람들에게는 삶을 풍성하게 하는 ‘고통 속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는 셈입니다.  한마디로 지구력에 도전하는 사람들은 스스로에게 ‘투자’하고, 그 대가로 기록·건강·자존감·소셜미디어를 통한 과시욕까지 누리는 자기계발의 목적을 이루고 있는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