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티모어는 '살인의 수도(The Murder Capital of the United States)'라는 섬뜩한 별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2015년에는 35만 명 남짓한 이 도시에서 무려 350건이 넘는 살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인구 비율로 보면 뉴욕이나 시카고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죠. 겉보기에는 항구 도시의 여유와 동부 특유의 고풍스러움이 느껴지지만, 그 이면에는 여전히 심각한 치안 문제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1980년대 이후 산업 구조가 무너지면서 일자리와 세금이 줄고, 중산층이 교외로 빠져나가자 도심이 급속도로 슬럼화되었습니다. 1990년대 중후반에는 마약 거래와 갱단 범죄가 극심해져서, 경찰조차 일부 지역에 들어가기 주저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 여파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도시 전역이 아닌 일부 구역의 치안이 여전히 심각한 수준입니다.

그래서 볼티모어에서는 "Everything nice is surrounded by the hood(볼티모어의 모든 화려한 지역들은 빈민가에 둘러싸여 있다)"라는 말이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관광객이 많이 찾는 인너 하버(Inner Harbor)는 쇼핑몰, 수족관, 호텔이 모여 있고 밤에도 불빛이 환하지만, 그곳에서 두 블록만 벗어나면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오래된 벽돌 건물 사이로 낡은 창문이 깨져 있고, 길거리에 사람이 적으며, 골목마다 긴장감이 흐릅니다. 실제로 존스 홉킨스 대학교 캠퍼스 주변은 철저히 치안이 유지되지만, 그곳에서 단 2~3블록만 걸어나가면 전혀 다른 세상입니다. 낮에도 조심해야 할 정도로 빈민가의 분위기가 짙고, 밤에는 외지인이 다니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고 합니다.

현지인들은 낯선 사람이 주변을 두리번거리거나 카메라를 꺼내는 행동을 특히 피하라고 조언합니다. 만약 실수로 그런 지역에 들어갔다면, 눈을 마주치지 말고, 불러도 대답하지 말고, 가능한 한 침착하게 원래 방향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합니다. 그만큼 볼티모어의 빈민가는 단순한 '가난한 동네'가 아니라 갱단과 마약 조직이 실제로 활동하는 위험 구역입니다.

2000년대 이후 도시 정부가 재개발과 경찰력 강화를 통해 치안을 회복하려고 노력했지만, 범죄의 근본 원인인 빈곤과 교육 격차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흥미롭게도 볼티모어의 치안 지도가 세월에 따라 변해왔습니다. 2007년 이전에는 동부 볼티모어, 특히 베레아(Berea) 지역이 가장 위험하다고 알려졌지만, 2010년대 중반 이후에는 서부 볼티모어, 특히 샌드타운-윈체스터(Sandtown-Winchester) 지역이 치안 불안의 중심으로 꼽힙니다.

이곳은 2015년 '프레디 그레이 사건'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당시 25세의 흑인 청년 프레디 그레이가 경찰에 체포된 뒤 부상으로 사망하면서, 인종 차별과 경찰 폭력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와 폭동이 볼티모어 전역으로 번졌습니다. 상점이 불타고 차량이 뒤집히는 장면이 뉴스에 보도되면서, 전 세계가 다시 한번 볼티모어의 어두운 현실을 목격했죠.

그 사건 이후 경찰 제도 개혁과 지역 사회 프로그램이 추진되긴 했지만, 아직까지도 완전한 신뢰 회복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볼티모어 전체가 위험한 도시는 아닙니다. 낮에는 관광객이 인너 하버를 거닐고, 가족들이 수족관과 박물관을 방문하며, 학생들은 캠퍼스 근처 카페에서 공부합니다.

다만, 이 도시에서는 안전 구역과 위험 구역의 경계가 너무나도 가깝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화려함과 어둠이 단 몇 블록 차이로 공존하는 도시, 그것이 지금의 볼티모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