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가스에서 DJ 음악을 듣기 시작한 건 20대 중반쯤이었습니다.
그땐 단순히 '시끄럽고 신나는 음악' 정도로만 생각했죠. 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이 도시와 미국 클럽 DJ 문화가 얼마나 많이 변했는지, 그리고 그 변화 속에 제가 어떻게 적응해왔는지를 생각해보면 참 재미있습니다.
2000년대 초반, 라스베가스 클럽은 지금처럼 화려한 LED 스크린이나 초대형 무대 연출이 없었습니다. DJ 부스도 지금처럼 무대 한가운데 높게 솟아 있지 않았죠. 하우스나 트랜스 음악이 주류였고, 때때로 힙합 DJ가 메인 무대를 맡으면 클럽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그 시절 DJ들은 턴테이블과 바이닐을 들고 다녔고, 믹싱 스킬보다 트랙을 '얼마나 잘 고르느냐'가 승부였습니다. 지금은 전설이 된 Tiësto나 Paul Oakenfold가 라스베가스를 찾으면, EDM 팬들이 몰려드는 특별한 이벤트가 됐죠.
2000년대 중후반에 접어들면서 변화가 눈에 띄기 시작했습니다. CDJ와 디지털 DJ 소프트웨어가 보급되면서 바이닐 가방 대신 USB 하나로 무대를 지휘할 수 있게 되었죠. 그 무렵 David Guetta 같은 DJ가 하우스 음악을 팝과 섞어 라디오 차트까지 올리면서, 클럽 음악이 메인스트림으로 올라왔습니다. 그 영향으로 라스베가스 클럽들도 점점 대형화되고, 조명과 음향 시스템에 투자를 아끼지 않게 됐습니다.
그리고 2010년대 초반, 진짜 'EDM 붐'이 왔습니다. Swedish House Mafia, Avicii, Calvin Harris 같은 DJ들이 라스베가스의 메가클럽에서 장기 레지던시를 하면서, 클럽 공연이 마치 스타 콘서트처럼 변했습니다. 울트라나 코첼라에서 보던 대형 무대 연출이 라스베가스 실내 클럽으로 들어온 셈이었죠. 저 역시 그 시절 XS나 Marquee 같은 클럽에서 친구들과 밤새 뛰어놀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빅룸 하우스가 울려 퍼질 때, 수천 명이 동시에 점프하던 그 에너지는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2010년대 중후반에는 장르가 다양해졌습니다. Future Bass, Trap EDM이 클럽 사운드에 섞이면서 분위기가 훨씬 다채로워졌죠. DJ Snake, Flume, Marshmello 같은 이름이 라스베가스 무대에 오르기 시작했고, 힙합과 라틴, 팝을 믹스한 셋리스트도 자연스럽게 어울렸습니다. 저는 그때부터 DJ 공연이 단순히 춤추는 파티가 아니라, '어떤 이야기를 전달하는 쇼'로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2020년대의 라스베가스 클럽 DJ 트렌드는 또 한 번 변신 중입니다. 코로나 이후 억눌렸던 공연 수요가 폭발하면서, 기술과 예술이 완전히 결합된 몰입형 무대가 대세가 되었죠.
특히 Sphere 공연장은 그 변화를 상징합니다. 16K 해상도의 360도 스크린과 VR 같은 영상 연출 속에서 Anyma나 Tale of Us 같은 멜로딕 테크노 DJ가 음악을 틀면, 그 공간은 단순한 클럽이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예술 작품이 됩니다.
저 역시 Sphere에서 Anyma 공연을 봤는데, 음악이 귀로만 들어오는 게 아니라 눈과 몸으로도 느껴지는 전혀 새로운 경험이었죠. 무려 50년전 일본 애니메이션 초시공요새 마크로스에서 그리던 미래의 클럽공연 문화가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는셈입니다.
20년 전에는 클럽에 가서 좋아하는 트랙이 나오면 신나게 춤추는 게 전부였지만, 지금은 무대 연출, 시각 예술, 스토리텔링까지 함께 즐기는 복합적인 문화로 변했습니다. 최첨단 음향시설과 화려한 LED 화면구성 기술은 이제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내는데 거침이 없어 보입니다.
그리고 DJ는 이제 단순히 음악을 재생하는 사람이 아니라 무대 위에서 관객의 감정을 설계하는 예술가가 되었고요.
40살이 된 지금 예전처럼 주말마다 클럽을 가는 건 아니지만 여전히 새로운 DJ 트렌드와 공연을 찾아다니는 건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그건 단순히 음악 때문만이 아니라, 이 변화의 흐름을 직접 보고, 또 그 속에 잠시 몸을 맡기는 순간이 제게는 여전히 설레기 때문입니다.
라스베가스의 클럽과 DJ 문화는 앞으로도 계속 진화할 겁니다.
그리고 저는 그 진화를 계속 지켜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