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항상 듣는 말 “탬파가 어디야? 마이애미 근처야?” - Tampa - 1

한국에서 플로리다 탬파 산다고 하면 항상 이런 말을 듣는다.

"탬파가 어디야? 마이애미 근처야?"

나도 처음에는 플로리다 하면 마이애미와 올랜도부터 떠올렸다.

그런데 직접 와서 살아보니 탬파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큰 도시였다.

탬파는 플로리다 서쪽, 멕시코만으로 이어지는 탬파베이를 끼고 있다.

탬파시 자체 인구만 보면 약 40만 명이지만 세인트피터즈버그와 클리어워터까지 합친 광역권으로 보면 300만 명이 훌쩍 넘는다.

그래서 막상 살아보면 작은 지방도시라는 느낌은 별로 없다.

한국 사람 입장에서 좋은 점은 도시생활과 휴양지 분위기가 적당히 섞여 있다는 것이다.

평일에는 회사 다니고 아이들 학교 보내면서 평범하게 살다가 주말이면 클리어워터 비치나 세인트피트 쪽으로 바다 보러 갈 수 있다.

한국에서 생각하는 플로리다의 휴양지 생활을 어느 정도 실제 일상으로 누릴 수 있는 셈이다.

탬파 역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곳이 Ybor City다.

1880년대 쿠바 출신 사업가 Vicente Martínez Ybor가 시가 공장을 세우면서 쿠바와 스페인, 이탈리아계 이민자들이 모여들었다. 한때 탬파는 미국 시가 산업의 중심지로 성장했다.

지금 이보르 시티에 가보면 오래된 벽돌 건물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낮에는 관광객이 돌아다니고 밤이 되면 식당과 바, 클럽에 사람들이 몰린다.

한국으로 치면 오래된 구도심을 역사거리와 먹자골목, 유흥가로 함께 살려놓은 느낌이라고 하면 이해하기 쉽다.

내가 탬파에서 좋아하는 곳 가운데 하나는 Bayshore Boulevard다.

바다를 옆에 두고 길게 이어지는 산책로가 있어서 아침저녁으로 걷거나 뛰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Downtown의 Tampa Riverwalk도 좋다. 공원과 식당, 박물관을 갈 수 있어서 한국에서 가족이나 친구가 놀러 오면 한번쯤 데리고 갈 만하다.

다운타운 분위기도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Water Street Tampa 개발 이후 새 콘도와 호텔, 식당이 들어서면서 제법 세련된 도시 분위기가 난다.

물론 마이애미 브리켈처럼 화려한 수준은 아니지만 예전 탬파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여기가 이렇게 변했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아이들이 있다면 Busch Gardens도 빼놓을 수 없다.

동물원과 놀이공원을 합쳐놓은 것 같은 곳인데 롤러코스터 좋아하는 아이들이라면 하루 종일 놀 수 있다. Florida Aquarium과 ZooTampa도 있어서 어린 자녀가 있는 집은 주말에 갈 곳이 제법 많다.

스포츠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심심한 도시는 아니다.

NFL Buccaneers와 NHL Lightning이 있고, 광역권에는 MLB Rays도 있다. 특히 라이트닝이 2020년과 2021년 연속 스탠리컵을 차지하고 버커니어스가 탬파에서 열린 슈퍼볼을 우승했을 때는 도시 전체가 축제 분위기였다.

한국 사람에게 가장 적응하기 힘든 것은 역시 여름이다.

덥기도 하지만 습하다. 밖에 조금만 있어도 땀이 난다. 대신 11월부터 봄까지는 정말 좋다.

한국에서 한겨울에 패딩 입고 다닐 때 여기서는 반팔이나 얇은 겉옷으로 돌아다니는 날도 많다.

다만 이제는 "탬파는 허리케인이 잘 피해 간다"는 말을 너무 믿으면 안 된다. 2024년 허리케인 헬렌과 밀턴을 겪으면서 이 지역 사람들도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집을 산다면 홍수 위험과 주택보험료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탬파는 마이애미처럼 화려하지 않고 올랜도처럼 관광객으로 가득 찬 도시도 아니다.

오히려 그래서 한국 사람이 정착해서 살기에는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평소에는 그냥 미국 대도시에서 생활하다가 주말이면 바다로 나가고, 겨울에는 따뜻한 날씨를 즐길 수 있다.

처음에는 "탬파가 어디야?"라고 물었던 사람도 몇 년 살아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여기는 놀러 오는 플로리다가 아니라 실제로 먹고살면서 가족과 정착할 수 있는 플로리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