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자인 제 눈에 요즘 젊은이들의 정신건강 문제는 참 복잡하게 얽혀 있어요.

그런데 그 실타래를 풀다 보면 꼭 등장하는것이 바로 바로 인터넷, 스마트폰, 그리고 게임문화입니다.

이 셋은 숨쉬는 공기처럼 요즘 젊은 세대를 둘러싸고 있지만 무조건 좋은 친구인 건 아니에요. 때로는 골칫덩어리죠.

우선 인터넷부터 볼까요?

인터넷은 현대판 무한도서관이자 무제한 놀이터입니다. 예전엔 백과사전에서 하루 종일 뒤져야 알 수 있는 걸, 이제는 1초 만에 구글이 알려줍니다. 문제는 그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젊은이들이 '필요한 것'과 '쓸데없는 것'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는 거예요.

심리학에서는 이런 걸 '정보 과부하(information overload)'라고 부르는데 머릿속에 너무 많은 정보가 쌓이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의사결정 피로가 생깁니다. 그리고 이 피로감이 장기적으로 불안과 무기력으로 이어질 수 있어요.

다음은 스마트폰입니다.

스마트폰은 인터넷을 주머니 속에 넣어 다니게 만든 혁명적인 도구죠. 그런데 이게 또 참 무섭습니다. 스마트폰의 알림음 하나가 우리 뇌의 보상회로를 자극해서 도파민을 팡팡 쏘게 만들거든요. "누가 나한테 메시지 보냈지?" "좋아요 몇 개지?" 하는 호기심과 기대감이 중독처럼 반복됩니다.

특히 SNS는 비교 심리를 자극합니다. 친구가 올린 여행 사진, 완벽해 보이는 직장 생활, 예쁜 셀카... 이런 것들을 하루에도 수십 번씩 보게 되면 '나는 왜 저렇게 못 살까'라는 생각이 스며들죠. 그러다 보면 자존감은 슬그머니 내려가고, 불안감은 올라갑니다.

그리고 마지막, 게임문화.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도 90년대 오락실에서 꽤 살다시피 했던 세대라 게임의 매력을 잘 압니다. 하지만 요즘 게임은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몰입도가 높아요. 스토리, 그래픽, 온라인 커뮤니티까지 완벽하게 결합돼 있죠.

게임 속에서 사람들은 새로운 자아를 만들고, 현실에서 얻기 힘든 성취감을 빠르게 경험합니다. 문제는 그 강렬한 보상감이 현실보다 훨씬 짧은 시간에 주어진다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현실 세계의 일은 지루하고 성취감이 적게 느껴지죠. 심리학적으로는 '보상 민감도'가 변해버린 겁니다.

이 세 가지 인터넷, 스마트폰, 게임은 다른 방식으로 젊은 세대의 뇌와 마음을 자극하고 지치게 만듭니다.

인터넷은 끝없는 정보로 머리를 무겁게 만들고, 스마트폰은 끊임없는 비교와 확인 욕구로 불안을 키우며, 게임은 현실보다 빠른 보상으로 일상의 만족도를 떨어뜨립니다. 이런 환경 속에서 불안장애, 우울증, ADHD 유사 증상, 사회적 고립 등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건 우연이 아니죠.

그렇다고 제가 "다 버리고 산속으로 들어가라"고 할 생각은 없습니다.

저도 스마트폰 없이는 하루도 못 버팁니다.

대신 저는 젊은이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해요."너무 가까이 하면 안 보이는 게 많아. 한 발 떨어져서 봐야 보여."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있다면, 하루 한 시간만이라도 알림을 꺼두세요.

인터넷 뉴스나 SNS 피드를 무작정 스크롤하는 대신, 의도적으로 보고 싶은 주제를 검색해 보세요.

게임은 하루 한 판만 하기로 '스스로와의 계약'을 맺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심리학에서는 '디지털 위생(digital hygiene)'이라는 개념이 있어요.

마치 손 씻듯이, 정신 건강을 위해 디지털 사용 습관을 청결하게 관리하라는 거죠.

결국 인터넷, 스마트폰, 게임은 젊은 세대에게 없어서는 안 될 친구이자, 조심해야 할 유혹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어느 순간 당신의 정신 건강은 모래 위에 성처럼 무너져 버릴 수도 있으니까요.

저는 오늘도 그 균형을 찾는 법을 함께 고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