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가스에 산다는 건 반복되는 끊임없는 변화에 익숙해지는 일이다.

매년 새로 생기는 카지노호텔, 새로 생기는 쇼, 사라지는 레스토랑... 하지만 작년 여름 문을닫은  Mirage 호텔은 정말 '신기루(Mirage)'처럼 사라졌다.

이 호텔을 처음 본 게 2000년도 초반이었는데 Mirage는 그 시절 라스베가스 관광객들에게 유명한 메인 스트립 호텔 중 하나였다.

밤이면 불기둥을 뿜는 인공화산쇼의 인파는 엄청났고 카지노에 들어서면 항상 북적이던 로비, 그리고 시그프리드 & 로이의 호랑이 쇼까지...

1989년도에 스티브 윈이 만든 이 호텔은 2000년에 MGM 리조트 인터내셔널에 넘어갔고, 2022년에는 하드록 인터내셔널이 11억 달러에 인수했다.

30년 넘게 영업을 하다보니 결국 Mirage도 세월에 밀려 이상 호탤 객실이나 부대시설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웠던 모양이다. 작년 7월에 문을닫고 지금은 공사중인데 그 유명한 인공 화산 자리는 사라지고, 그 자리에 213미터 높이의 기타모양 호텔건물이 들어선다고 한다. 600개의 스위트룸과 수영장이 포함된 초대형 프로젝트다. 그리고 현재 카지노는 스트립 도로 쪽 앞으로 이동시켜서 접근성을 더 높인다고 한다.

화려한 새 호텔의 탄생은 도시 입장에선 반가운 일이지만 그 속에서 일하던 사람들에겐 이야기가 다르다. 작년에 Mirage 가 문 닫으면서 3000명 이상의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재취업 박람회를 통해 600명이 새 직장을 찾긴 했지만, 수십 년을 호텔과 함께했던 많은 직원들은 아직도 갈 곳을 못 찾았다. 그래도 하드록 측은 퇴직금으로 8000만 달러 이상을 지급하겠다고 밝혀 그나마 체면치레는 한 셈이다.

그리고 카지노를 닫기 전엔 반드시 누적된 잭팟을 다 배포해야 한다는 네바다 법 때문에 Mirage는 문닫는 날까지 슬롯머신에서 120만 달러, 테이블 게임에서 40만 달러, 총 160만 달러 넘는 상금이 배포되었다고 한다. 카지노의 마지막 잭팟을 타간 사람들은 누구였을지 모르지만 추억은 확실했을거 같다.

이젠 스트립을 따라 운전해도 인공 화산은 볼 수  없지만 여전히 그 앞에서 친구들이랑 사진 찍던 기억이 생생하기만 하다.

친구들과의 나의 추억은 미라지호텔처럼 지난 이야기라서 언젠가는 사라지게 되겠지...

신기루처럼 나타나, 신기루처럼 사라진 그 이름. Mir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