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트레이크시티 학교 살리는 데 730만 달러도 모자라나 - Salt Lake City - 1

미국에서 집을 사서 살다 보면 재산세 고지서를 받을 때마다 학교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어요.

아이가 이미 졸업했거나 자녀가 없는 집에서도 똑같이 학교 관련 세금을 부담하니까요. 솔트레이크시티에서도 2024년에 이 문제를 놓고 꽤 큰 결정이 있었습니다.

2024년 11월 선거에서 Salt Lake City School District가 추진한 7억3천만 달러 규모의 학교시설 채권이 유권자들의 승인을 받은 겁니다.

7억3천만 달러면 우리 돈으로 생각해도 어마어마한 금액이잖아요. 도대체 학교에 무슨 돈이 이렇게 많이 필요한가 싶어서 내용을 들여다보면 가장 큰 사업은 오래된 고등학교를 사실상 새로 만드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곳이 West High School과 Highland High School입니다. 단순히 교실 몇 개 고치고 페인트칠하는 정도가 아니라 노후 시설을 대대적으로 재건축하고 앞으로 수십 년 사용할 학교를 만드는 장기 프로젝트입니다.

West High는 역사가 아주 오래된 학교입니다. 학교의 뿌리가 19세기까지 올라갈 정도니까 건물과 시설 현대화 문제가 계속 제기될 수밖에 없었죠. Highland High 역시 1950년대에 문을 연 학교라 시설 노후화 문제가 있습니다.

여기에 East High School에는 새로운 athletic field house를 건설하는 계획이 포함됐습니다. 체육시설과 학생 활동 공간을 개선하는 사업입니다. 우리가 한국에서 생각하는 학교 체육관 하나 짓는 수준으로만 보면 안 됩니다. 미국 고등학교는 풋볼, 농구, 수영을 비롯한 스포츠와 각종 방과후 활동이 학교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크거든요.

또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중요한 것이 교육구 전체 학교의 지속가능성 개선입니다. 오래된 냉난방과 전기 시스템을 교체하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작업 등이 포함됩니다. 처음 공사비는 많이 들더라도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전기와 가스 사용량, 시설 유지비를 줄이겠다는 계산이 들어가 있는 겁니다.

그럼 집 가진 사람 입장에서는 제일 궁금한 게 이것이죠.

"그래서 내가 세금을 얼마나 더 내는데?"

채권은 장기간에 걸쳐 재산세를 통해 갚게 됩니다. 교육구가 당시 제시한 추정치를 보면 평균적인 주택 소유자가 부담하는 추가 재산세는 첫해 기준 연간 약 220달러 수준으로 설명됐습니다. 한 달로 계산하면 약 18달러 정도입니다.

어떤 사람은 "한 달 18달러 더 내고 아이들 학교를 새로 짓는다면 할 만하지"라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은퇴해서 자녀도 학교에 다니지 않는 사람에게는 "나는 학교 이용도 안 하는데 앞으로 계속 세금을 더 내야 하나"라는 불만이 나올 수 있습니다. 둘 다 충분히 이해되는 이야기예요.

재미있는 것은 학교 관련 세금이 무조건 한 방향으로 올라간 것만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2024-25 회계연도 일반 운영예산에서는 교육구가 재산세율을 전년도보다 낮추는 방향으로 예산을 편성했습니다.

그래서 채권 때문에 추가 부담이 생기는 것과 일반 운영 세율이 조정되는 것을 따로 봐야 합니다. 게다가 유타는 집값이 많이 변했기 때문에 실제 고지서가 얼마나 늘고 줄어드는지는 자기 집의 과세가치 변화까지 함께 계산해야 합니다. "세율이 내려갔으니 세금도 무조건 내려간다"는 것도 아니고 "7억3천만 달러 채권이 통과됐으니 모든 집의 세금이 똑같이 크게 오른다"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저는 타주에서 솔트레이크시티로 이사를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이 사업을 조금 다르게 볼 필요도 있다고 생각해요.

학교시설에 이렇게 큰돈을 투자한다는 것은 도시가 앞으로도 교육 인프라를 유지하겠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더라도 동네 학교의 수준과 시설은 결국 주거지역의 이미지와 집값에도 영향을 줍니다.

특히 오래된 학교를 계속 조금씩 수리하면서 사용하는 대신 수억 달러를 들여 앞으로 수십 년 사용할 시설로 바꾸겠다는 것은 도시 입장에서도 상당히 큰 결정입니다.

물론 7억3천만 달러라는 돈이 제대로 사용되는지는 계속 지켜봐야 합니다. 대규모 공공건설은 공사비 상승이나 일정 지연 같은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처음 예상보다 비용이 커질 가능성도 있으니까요.

그래도 솔트레이크시티로 이사를 고민하는 부모라면 한 가지는 분명히 볼 수 있습니다. 이 도시는 낡은 학교 문제를 그냥 미뤄두기보다 주민들에게 세금 부담을 물어보고 결국 대규모 투자를 선택했습니다.

25년에 걸쳐 돈을 갚아야 하는 큰 결정입니다. 앞으로 새로 지어진 West High와 Highland High에서 공부할 아이들이 어떤 교육환경을 누리게 될지, 그리고 이 투자가 솔트레이크시티 주거환경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지켜볼 만한 이유가 충분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