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뉴스를 보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유타주 유타밸리 대학교(Utah Valley University)에서 연설하던 찰리 커크가 암살당했다는 소식이 속보로 흘러나왔기 때문입니다.
인터넷 방송인, 정치평론가, 그리고 터닝 포인트 USA(Turning Point USA)를 세운 인물. 워낙 논란 많은 발언과 극단적 성향으로 유명했지만, 이렇게 갑작스럽게 무대 위에서 총탄에 쓰러졌다는 사실은 충격적으로 다가옵니다.
먼저, 커크는 지난주, 한국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기독교 보수 성향 행사인 "빌드업코리아 2025"에 논객(speaker)으로 참여했어요. 한국 행사는 9월 5일부터 6일까지 열렸고, "자유민주주의와 기독교 가치를 회복해 한국을 다시 위대하게 하겠다"는 슬로건이었고요. 네오나치로 분류되는 잭 포소빅, 그리고 트럼프 진영 핵심 인사 알렉스 브루세위츠도 함께 연단에 섰습니다.
한국에서의 커크의 발언 중 하나가 이재명 정부의 교회 압수수색을 비판하는 것이었고, 그것은 미국에서도 "지켜보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어요.
커크의 멘토 중 하나인 목사 롭 매코이 목사가 공개석상에서 "찰리 커크가 한국의 교회 탄압 이야기를 듣고 미국 대통령에게 전달했다"는 증언도 했고요.
찰리 커크는 미국 보수 진영, 특히 트럼프주의를 대변하는 얼굴이었습니다.
터닝 포인트 USA라는 단체를 만들었고, 이 단체는 젊은 층을 겨냥한 콘텐츠 전략으로 급성장했습니다.
유튜브 구독자가 334만 명에 달하는 채널을 운영했고, 쇼츠에 집중해서 빠르게 메시지를 퍼뜨렸습니다.
물론 본인 명의의 별도 유튜브 계정도 있어서, 거기서는 긴 영상으로 사상과 주장을 더욱 깊게 풀어내곤 했습니다. 그의 사상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대안우파(alternative right)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트럼프주의, 강한 내셔널리즘, 총기 규제 반대, 낙태 반대, 반(反)LGBT 성향, 남성 우월주의, 심지어는 백인 민족주의까지 아슬아슬하게 걸친 인물이었죠.
마틴 루터 킹이나 조지 플로이드를 향해 모욕적인 언사를 퍼부은 것도 유명하고, 테일러 스위프트를 향해 "남자에게 복종하라" 같은 발언을 했던 것도 논란이었습니다. 동성애자를 '돌로 쳐죽여야 한다'는 극단적인 말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특히 그는 대학에 대해 집요하게 "사기다"라고 공격했습니다.인문사회학 분야를 예로 들며, 졸업생 대부분이 전공과 상관없는 일에 종사하게 되고, 실제로 전공을 살리는 사람은 극소수뿐이라며 '상대방을 속여 이익을 취하는 행위', 즉 스캠(scam)의 정의에 부합한다고 주장했죠. 같은 성향의 인물인 앤드류 테이트가 아예 "학교 자체가 사기"라고 말한 것과 궤를 같이합니다.
이런 과격한 발언들 덕분에 커크는 젊은 남성들 사이에서 확실한 팬덤을 확보했지만, 동시에 사회적으로는 끊임없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그럼에도 그가 단순한 인터넷 방송인에 머문 건 아닙니다.
친이스라엘 성향을 보이며 반유대주의와는 거리를 두었고, 복음주의적 기독교 신념에 따라 교회와 국가의 분리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더 나아가 기독교인이 정치, 종교, 미디어, 사업, 가정, 교육, 예술·엔터테인먼트까지 7개 분야를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죠.
47대 미국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도 그는 누구보다 앞장서 트럼프를 지지했습니다. 트럼프계 비정치인 운동가들 중 가장 활발히 뛰었고, 실제로 1월 21일 열린 47대 대통령 취임식 후 축하 행사에도 유일하게 초청받아 연설을 했습니다. 그만큼 트럼프 진영에서 영향력을 인정받았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 인물이 연설 도중 암살당했다는 건 미국 정치에 적잖은 파장을 던질 겁니다. 지지자들은 분노하고, 반대자들은 묘한 씁쓸함 속에 이 사건을 지켜보고 있겠죠. 개인적으로는 그의 발언과 사상에는 동의하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그가 젊은 세대에게 강한 메시지를 던지고, 유튜브와 SNS를 통해 정치 참여를 끌어낸 건 부정하기 힘든 사실입니다.
돌이켜보면 찰리 커크의 등장은 미국 사회가 얼마나 극단적으로 양분되고 있는지 보여주는 상징이었습니다.
찬사와 비난, 두 가지 감정을 동시에 불러일으킨 인물.
그가 남긴 흔적은 인터넷 속에서, 또 미국 정치의 한 페이지로 오래 남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