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과수원에 나가면 캘리포니아 빅토빌 사막 특유의 뜨겁고 건조한 공기가 코끝을 스친다.

빅토빌 햇살은 늘 강렬하지만, 이 나이에 이렇게 하루를 시작하는 게 참 고맙다.

나는 70년을 살면서 이 땅에서 사는 법을 조금은 알게 됐다.

물을 아껴야 하고 나무들이 언제 목이 마른지 잎만 봐도 즉시 알아차려야 한다.

그런 촌부가 엘에이에 가면 늘 깜짝 놀란다.

10번, 5번, 60번, 405 프리웨이 위에 차가 바글바글, 사람들 얼굴은 잔뜩 굳어 있고, 경적 소리가 마음까지 찌른다.

뉴스에서는 트래픽이 사람들의 수명을 갉아먹는다고 하더라. 시간만 빼앗기는 게 아니라, 스트레스와 피로가 몸을 서서히 상하게 만든다고.

경제적으로도 엄청난 손해가 쌓인다지 않나. 기름값, 수리비, 시간의 가치... 계산하면 아마 어마어마할 거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미국이라는 나라가 참 넓다는 거다.

내가 젊었을 때 중서부를 여행한 적이 있다. 대도시에서 차로 10-20분만 나가면 갑자기 길이 한산해지는 순간이 온다.

길은 곧게 뻗었고, 앞뒤로 차는 별로 안 보인다.

들판이 끝없이 이어지고, 바람 소리만 들린다. 그걸 보면 늘 이런 생각이 든다.

왜 사람들은 빈 땅이 이렇게 많은데, 꼭 다닥다닥 모여 살려고 할까?

시카고나 달라스 같은 곳도 마찬가지다. 중심부에선 숨이 막히는데, 조금만 나가면 풀밭 위로 고요함이 펼쳐진다.

뭐 내가 도시 계획 전문가도 아니고, 땅값이 어떻고 교통망이 어떻고 하는 건 잘 모른다.

그냥 촌부의 눈엔, 그게 참 신기하고 아쉬울 뿐이다

사람 사는 게 편하려면 좀 골고루 흩어져 살아도 될 텐데. 집값도 좀 내려가고, 차도 덜 막히고, 아이들도 흙을 밟고 놀 수 있지 않겠나.

그런데 현실은 다르다. 사람들은 편의시설과 직장이 모인 곳으로만 몰리고, 그 안에서 치열하게 버틴다.

그러다 보니 도시는 더 비싸지고 더 답답해진다.

나 같은 사람은 사막에 앉아 과수원이나 가꾸면서 느긋하게 하루를 보낸다.

트래픽도 멀리만 아나가면 전혀 없고 좋다.

물론 치노힐이나 인근 한인마켓에 장보러 가려면 차를 오래 몰아야 하고 병원 가는 길도 멀지만 마음은 한결 편하다.

그래서인지 엘에이에서 하루 보내고 돌아오면 이 고요한 빅토빌 하늘이 더 고맙게 느껴진다.

내가 뭘 알겠나, 그냥 사과나 따는 촌부일 뿐이지.

하지만 한 가지 바람은 있다.

사람들이 괜한 고생은 안 했으면 한다.

좁고 막힌 길에서 시간과 마음을 다 갉아먹히는 대신 조금 더 넓은 세상으로 발을 옮겨도 괜찮지 않을까.

미국 땅은 아직도 넓고, 비어 있는 곳이 많다.

언젠가 좋은 기술들이 많이 퍼져서 사람들이 조금씩 흩어져 살면서 모두다 하늘과 바람을 더 가까이 두고 살 수 있으면 좋겠다.

그게 아마 우리 모두의 수명을 조금은 더 길게 만들어 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