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캘리포니아 빅터빌에서 과수농장을 운영한 지 15년 된 한인 농부입니다.

한인타운에서 가구사업을 20년 하다가 건강도 그렇고 해서 지인 소개로 농장을 구입해서 매일 배운다는 기분으로 살고 있습니다.

이제는 허리가 자주 삐끗하고, 계단을 오를땐 무릎이 시큰하지만, 여전히 하루하루 농장 일에 소소한 보람을 느끼며 삽니다.

제가 기르는 과일은 사과, 배, 그리고 대추입니다. 아시다시피 빅터빌의 사막 같은 기후에 대추는 잘 맞습니다.

문제는, 올해 여름 날씨가 아주 더워질거라는 겁니다.

기상청 발표에 따르면, 올해 여름은 평년 기온보다 확실히 높을 거라고 합니다.

평년 기온이 74도에서 95도 사이인데, 올해는 이보다 훨씬 더 덥고, 오래 갈 거라고 하네요.

게다가 어떤 전문가들은 95도가 넘는 무더위가 11월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는데… 이거 사람도 힘든데, 나무며 동물들은 얼마나 더 힘들겠습니까?

사과나무는 고온에 약해서 햇볕에 그을리고, 배는 수분 조절이 어려워 열매가 쉽게 갈라지고, 대추는 너무 빨리 익어 껍질이 터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아침부터 밤까지 나무 상태를 하나하나 살펴보며, 뿌리 쪽에 짚을 덮고, 차광막을 씌우고, 물 주는 시간을 조절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제 농장의 진짜 자랑거리는 따로 있습니다.


골든리트리버, 허스키 세마리, 닭, 오리… 이 친구들이 저를 즐겁게 해 주면서 사이좋게 잘 지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녀석들, 정답고 조화를 이루며 살아갑니다.

저는 종종 이 모습을 보며 생각합니다.

“사람도 이 동물들처럼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 여기, 제 농장은 일종의 ‘산 교육장’입니다. 욕심 없이, 자연과 더불어, 조화롭게 사는 법을 배우는 곳이죠.

하지만 아무리 농장이 평화로와도, 날씨 앞에서는 겸손해야죠.

올여름 더위는 나무뿐 아니라, 이 동물 친구들에게도 위협입니다.

개들은 털이 이중모라 다라이에 물을 채워 그늘에서 쉬게 해줘야 하고, 허스키는 찬 바닥을 좋아해서 대리석 판을 그늘에 공구리쳐서 깔아 줬더니 너무 좋아합니다. 닭은 더위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알을 덜 낳으니 시원하게 그늘하고 방열판을 같이 챙겨 줘야 합니다.

오리는 연못에 있으니 걱정없지만 철책 더 설치해서 코요테나 라쿤막아주고, 우리도 청소해주고, 바람 잘 통하라고 환기에도 신경을 씁니다.

이 녀석들도 제 자식 같아서, 혹서에 탈이라도 날까 봐 밤에도 한 번씩은 돌아보게 됩니다.

15년 농사 지었지만, 해마다 여름은 새롭습니다.

올해는 특히 걱정이 크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오늘도, 내일도 이 땅을 밟고, 나무에 물 주고, 동물들 밥 챙기며 살아갑니다.

그게 제 방식의 행복이니까요.

2025년 여름, 모두 무탈하시길 바랍니다.

과일도, 동물도, 사람도—더위에 지지 않고 함께 이겨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