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스라고 하면 남녀가 껴안고 춤추는 모습만 떠올리는 분들도 있지요?

그런데 사실 그건 나중에 생긴 이미지일 뿐이고, 원래 블루스란 서럽고 답답한 마음을 그대로 꺼내놓는 음악이었습니다.

예전 미국 흑인들이 가난과 차별 속에서 하루를 버티며, 힘들어도 자기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노래를 했고, 그 울림이 블루스라는 이름으로 남은 거예요. 그래서 이름 자체도 슬픔과 우울함을 뜻하는 쪽에서 왔다고들 하지요.

또 콜 앤 리스폰스라고, 한 사람이 부르면 악기나 다른 보컬이 대답하듯 받아주는 형식도 있었는데, 이게 단순 음악 기술이 아니라 서로 의지하던 삶의 방식이었다고 보면 됩니다.

블루스가 그냥 기타 몇 번 치고 우울하게 부르는 음악이라고 생각하면 오해예요. 대표적으로 12마디 진법, 블루 노트, 셔플 리듬 같은 고유 형식이 있어서 단순한 것 같다가도 들으면 깊이가 느껴집니다.

블루 노트는 살짝 눌러 울리는 음인데, 이게 사람 가슴을 스윽 흔들어 놓지요. 셔플 리듬은 꾸덕하게 흘러가는 박자라서 듣고만 있어도 마음이 쿵쿵 따라갑니다.

그리고 흔히 델타 블루스나 시카고 블루스만 유명하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인디아나 주도 조용히 중요한 역할을 했어요. 인디애나폴리스, 게리 같은 지역에는 흑인 커뮤니티가 활발했고, 재즈와 블루스가 자연스럽게 섞이면서 독특한 분위기가 만들어졌습니다.

특히 1930~50년대엔 인디애나에서 활동하던 연주자들이 시카고로 이동하면서 시카고 블루스가 세련된 사운드로 발전하는 데 큰 영향을 줬죠. 겉으로는 잘 알려지지 않아도 다리 역할을 톡톡히 한 셈입니다.

이후 머디 워터스, B.B. 킹, 존 리 후커 같은 전설이 등장하고, 백인 음악가들 중에도 에릭 클랩튼, 스티비 레이 본 같은 유명 연주자들이 블루스를 바탕으로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롤링 스톤스, 레드 제플린 같은 밴드도 사실 블루스를 기반으로 음악을 만들었고 지금의 로큰롤, 하드 록, 힙합, 소울 같은 장르들이 블루스의 영향을 받았다고 할 정도로 중요한 뿌리 중 하나였던 거죠.

그런데 당시엔 이런 음악이 '퇴폐적이다'며 비난받기도 했습니다. 흑인 음악이라고 무시하는 편견도 있었고, 가사에 세속적 표현이 들어가면 더 시끄러웠죠.

영화 레이에 나오는 장면처럼, 흑인들 사이에서도 "영가는 고결하지만 세속 리듬은 천박하다"는 시각도 있었고, 백인 방송국에서는 블루스 연주자가 나오면 눈살을 찌푸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중엔 이걸 따라 한 음악이 대중음악의 중심을 차지했지요.

결국 블루스는 누군가 잘 먹고 잘 살면서 만든 음악이 아니라, 힘든 삶을 버티던 사람들이 진짜 목소리를 꺼낸 문화였습니다. 어떤 블루스 음악가는 음반 한 장도 못 남기고 사라졌다가, 세월이 지나서야 다시 재평가되기도 했죠.

고되고 소외된 사람들의 음악이 전 세계 대중음악의 기반이 되었다니, 참 인생도 음악도 흐름을 예측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블루스를 듣다 보면 단순한 멜로디가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다가오는 듯한 느낌이 들게 되는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