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이야기를 그냥 두서없이 써볼까 합니다.

하와이에서 작은 농장을 운영하는 친구인데, 한국에서 결혼해서 아내와 함께 이민을 왔다가 결국 합의 끝에 이혼을 했어요. 10년 넘게 같이 살았지만 아이가 없었기에 재산 분할도 깔끔했고 절차도 비교적 수월했대요.

마흔둘인 나이라 다시 시작하기에 늦지 않은 나이라 하지만, 정작 본인에게는 그 말이 위로로 잘 안 다가오는 모양이에요.

미국이라는 낯선 땅에서, 게다가 이혼한 남자로서 재혼을 꿈꾸는 건 단순한 일이 아니니까요. 아이가 없으니 자유롭지 않겠냐고들 하지만, 아이가 없다는 건 새로운 가정을 꾸리려는 상대방에게는 오히려 더 많은 고민을 안겨주는 요소가 되기도 했나봅니다.

하와이는 아름다운 풍경으로 가득한 곳이지만, 한국인 커뮤니티는 작고 외국인과의 만남은 문화적 차이 장벽이 크고. 데이팅 앱을 켜도 가벼운 만남을 원하는 젊은 사람들로 가득하니, 진지하게 재혼을 생각하는 친구는 쉽지 않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친구는 종종 주말에 혼자 해변을 걸어요. 혼자 사는 자유가 좋을 때도 있지만, 문득 돌아보면 나눌 사람이 없다는 그 공허함이 너무 크게 느껴진다고 하더군요. 결혼이 완벽하지 않았고 결국 끝났지만, 함께했던 시간의 온기만큼은 여전히 그리운가 봐요.

그가 재혼을 어렵게 느끼는 또 다른 이유는 마음의 상처 때문이에요.

실패한 결혼의 기억은 쉽게 지워지지 않잖아요. 새로운 사람을 만나도 또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할까 두려움이 앞서고, 젊었을 땐 자연스럽게 열 수 있었던 마음이 나이 들수록 쉽지 않다고 해요. 조건, 현실, 경제력, 생활 습관, 문화적 배경까지 하나하나 따져보다 보니 오히려 만남이 더 힘들어지는 거죠.

하와이에서 혼자 사는 건 그럭저럭 견딜 만했대요. 근데 새로운 가정을 꾸린다고 생각하면 책임이 다시 어깨를 짓누르는 것 같다고 했어요. 경제적 부담도 있지만, 이곳의 좁은 만남의 기회 자체가 큰 제약이라는 거예요. 그래서 종종 본토에 사는 사람들을 부러워하곤 해요. 거긴 만날 수 있는 사람도 많고, 선택지도 다양하니까요.

그렇지만 친구가 희망을 놓은 건 아니에요. 재혼이 쉽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언젠가는 다시 누군가와 삶을 나누고 싶다는 마음은 여전히 가지고 있어요.

마흔둘이라는 나이가 애매할지도 몰라요. 젊지도 늙지도 않은 나이.

하지만 친구는 결국 중요한 건 나이가 아니라 마음의 준비라고 말했어요.

지금은 혼자지만, 어서 다시 좋은 인연을 만나서 행복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