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라델피아에서 살다 보면 매일 조금씩 느끼게 되는 감정이 있다.
"여긴 뉴욕도 아니고, 보스턴도 아니고, 그렇다고 작은 도시도 아니다." 이곳은 특유의 리듬을 가진 도시다. 역사 깊은 거리, 낡은 건물, 갑자기 튀어나오는 예술적 감각, 그리고 사람들의 솔직함이 뒤섞인 공간. 이런 도시에서 살아보면 장점과 단점이 확실히 드러난다.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묘하게 정든다.
먼저 좋은 점부터. 필라델피아는 미국 동부 도시 중에서도 '생활 비용 대비 만족도가 높은 도시'라는 인식이 강하다. 뉴욕, 워싱턴 D.C., 보스턴에 비하면 렌트가 훨씬 저렴하고, 식당, 커피숍, 주거비, 차량 유지 비용까지 전반적으로 부담이 덜하다. 대도시 생활을 하면서도 지갑이 숨을 쉴 수 있다는 느낌이 든다. 특히 소도시처럼 동네 가게들이 여전히 살아 있고, 프랜차이즈로 잠식되지 않은 로컬 상권이 매력적이다. 이곳 카페나 레스토랑은 '맛이 특이하고 분위기 있는 곳'이 많다. 음식에 진심인 도시답게 피자, 치즈스테이크 같은 길거리 음식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고, 세계 각국의 식당도 다양하게 포진해 있어 먹는 즐거움이 크다.
또 하나의 장점은 예술 분위기가 대중적으로 녹아 있다는 점이다. 길거리에 벽화가 넘쳐나고, 버스킹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예술이 특별한 보상을 받지 않아도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자리 잡는 느낌이다. 이런 점은 뉴욕처럼 '엘리트 문화 중심'이 아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생활 속 예술'이라는 장점으로 다가온다. 주말이면 뮤지엄, 인디 공연, 빈티지 마켓 등이 열리고, 사람들이 기꺼이 시간을 들여 구경한다. 예술이 허세가 아니라 취향으로 존재하는 곳. 이게 필라델피아만의 분위기다.
하지만 단점도 분명하다. 가장 대표적인 문제는 치안이다. 지역별 격차가 심해서, 안전한 거리와 위험한 거리가 몇 블록 차이로 붙어 있다. 도심 특정 구역은 밤에 혼자 걸어 다니기 부담스럽고, 차량 도난이나 유리 파손 범죄도 흔하다. '조심하면 괜찮다'가 기본 전제처럼 따라다니는 도시라고 보면 된다. 또, 일부 지역에서는 노숙자 문제와 약물 문제가 피부로 느껴질 정도로 드러나며, 대도시의 어두운 단면이 정면으로 보인다. 정치적·사회적 논쟁이 시끄럽게 벌어지는 것도 특유의 에너지이지만, 처음 온 사람에게는 다소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리고 의외로 불편한 부분이 교통이다. 대중교통이 있는 편이지만 뉴욕만큼 직관적이지 않고, 오래된 기반 시설이 많아 효율적이라고 느끼기 어렵다. 차를 몰고 다니려면 도로가 좁고 일방통행도 많아 초보 운전자에게 스트레스를 준다. 필라델피아만의 독특한 교통 매너(?)도 적응해야 한다. 방향지시등 안 켜고 끼어드는 차량, 도로 한복판에서 갑자기 멈추는 택시 등 '자유도 높은 운전 스타일'이 흔하다.
종합적으로 보면 필라델피아는 '완벽하진 않지만 재미와 매력이 선명한 도시'다. 싸게 살 수 있는 큰 도시, 예술이 일상에 녹아 있는 도시, 음식 문화가 살아 있는 도시. 대신, 파고들수록 진짜 문제와 마주하게 되는 도시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곳에 어울리려면 약간의 낭만과 약간의 현실감, 둘 다 필요하다. 쉽게 사랑하고, 쉽게 실망하지만, 결국 괜찮은 이유가 있는 도시. 필라델피아는 그런 곳이다.








미국 잡학다식 전문가 | 
DelphiaMo | 
averagestudent | 
펜실베이니아 아줌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