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에 살면서 늘 부딪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DMV입니다.
미국 살다 보면 운전면허 시험이든, 차량 등록이든, 주소 변경이든 언젠가는 DMV를 가야 하거든요.
그런데 신기한 건 온라인 예약 시스템도 있고 모바일 앱도 있는데, 정작 현장에 가면 한국처럼 '빨리빨리'가 전혀 안 된다는 거예요. 예약을 잡았는데도 줄 서서 기다리는 건 기본이고, 뭔가 직원마다 처리 방식이 다르다 보니 같은 문제를 가지고 갔는데도 어떤 날은 바로 해결되고 어떤 날은 서류가 하나 빠졌다며 다시 오라고 돌려보내기도 합니다.
한국 같으면 전산 시스템이 딱 연결되어서 주민번호만 넣어도 예전 기록이 줄줄 나오잖아요.
근데 DMV는 여전히 종이에 의존하는 게 많습니다. 온라인으로 신청해도 확인서는 종이로 뽑아주고, 어떤 때는 우편으로 날아오기까지 한참 걸립니다. 게다가 가끔은 직원이 입력을 잘못해서 기록에 오류가 생기기도 하는데, 그거 정정하려면 또 몇 번을 왔다 갔다 해야 합니다.
저는 실제로 차량 등록 스티커가 잘못된 주소로 가버려서 두 달 동안 차를 몰면서 괜히 불안했던 적도 있습니다. DMV 창구에서 "아, 미안해요. 다시 보낼게요"라는 말 한마디로 끝나긴 했지만, 제 입장에서는 시간도 날리고 마음고생도 한 거죠.
그런데 더 답답한 건 이런 불편이 하루 이틀이 아니라는 겁니다. 인터넷 후기나 주변 사람 얘기를 들어보면, 캘리포니아 DMV는 예전부터 효율이 떨어진다고 유명하더라고요.
예약 시스템이 도입된 게 몇 년 전인데도, 사람들은 여전히 몇 시간씩 기다리는 걸 당연하게 여깁니다.
한국처럼 "효율성을 높이자"는 목소리가 강하지 않다 보니, 그냥 느릿느릿한 걸 문화처럼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사실 DMV 직원들도 공무원 비슷한 신분이다 보니 해고될 걱정은 없고, 성과 압박도 덜하니까 일 처리가 빨라질 이유가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저는 이런 걸 보면서 가끔 '아, 여기는 정말 철밥통 직장이구나' 싶습니다. 물론 그들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직장이고, 연금과 복지 혜택도 좋으니 오래 버티는 게 맞을 겁니다.
하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늘 비효율과 마주해야 하니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죠. 민원인의 입장에서 보면 DMV는 변화할 의지가 별로 없어 보입니다. 온라인 시스템을 개선한다고 광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여전히 종이에 의존하고, 직원 교육이 제대로 안 되어 있어서 창구마다 답이 다른 경우도 많고, 고객 불만은 반복됩니다.
30세인 제가 보기엔 DMV가 당장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입니다. 캘리포니아처럼 인구가 많고 행정 수요가 많은 곳에서조차 이런 상황이라면, 앞으로도 '빠릿빠릿한 DMV'를 기대하기는 힘들겠지요.
그래서 사람들은 DMV를 갈 일이 생기면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합니다. "오늘 하루는 DMV에 바친다"는 각오로요.
DMV를 철밥통 직장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괜히 있는 게 아닙니다. 시스템적으로 개선이 가능하다 해도, 내부 문화와 직원들의 마인드까지 바뀌지 않는 한 근본적인 변화는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DMV는 캘리포니아의 일상 속 불편을 상징하는 기관 같은 존재입니다.
효율성은 떨어지고 느리지만, 없어서는 안 될 곳이죠. 저 같은 30대 남성에게 DMV는 "노후 보장되는 철밥통 직장"이자, 동시에 "민원인에게는 피할 수 없는 통과의례"로 남아 있습니다.
언젠가 정말 한국처럼 빠릿빠릿한 DMV가 될 수 있을까요?